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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최재훈 Feb 01. 2024

얼굴, 그 마음의 지도

스티븐 크보스키의 '원더'

 

'원더' 스틸 컷

우리는 손쉽게 차별이 없는 세상, 차이를 인정하는 세상, 선의로 사람들을 지키고 그들을 위해 맞서는 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호의를 가지는 것, 나와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 것, 그런 품성은 선량한 마음만으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교육해야하고, 입장에 따라 배우고 깨쳐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마음의 방식을 배워본 적이 없다. 안타깝게도 학교에서는 차이를 이해하고, 차별하지 않는 법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세상이라는 우주

호기심 많은 아이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선천적으로 남들과 다른 얼굴로 태어났다. 27 차례 성형수술로 얼굴을 얻었지만 남들과 많이 다르다. 10살이 된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싶은 엄마(줄리아 로버츠)와 아빠(오웬 윌슨)는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우주를 동경하는 어기는 헷멧을 벗고 용감하게 학교에 가지만 남다른 외모로 따돌림을 받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긍정적인 어기의 태도는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영화는 R.J. 팔라시오의 동명소설 『Wonder』을 원작으로 하는데, 국내에는 『아름다운 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두개골 발달 미숙에 따른 유전병인 트레처 콜린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로,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이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과 입장을 골고루 들여다본다. 팔라시오는 우리가 가진 외모에 대한 편견, 그리고 다름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억지로 강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깨치게 만든다.  

 원작소설의 형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영화「원더」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 어기의 시점 뿐만 아니라 아픈 아이의 가족인 누나 비아의 시점, 친구 잭의 시점, 비아의 절친 미란다의 시점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르게 들려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이야기지만 뻔하지 않다. 타인의 장애, 나와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그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 호의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선입견을 버리기 위해서는 만나고 겪고, 이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세상이라는 현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문명을 상징하는 첫 번째 징조는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는 뼈라고 말했다.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는 다리뼈는 누군가가 그 사람이 치유될 때까지 곁에서 도와주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누군가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을 돕는 것이 문명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기는 문명화된 어른들의 세계가 더 익숙하다. 감정을 숨기는 법을 잘 배운 어른들과 생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기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아이들의 세계다. 아이들은 표정을 숨기는 법을 아직 충분히 깨치지 못하고, 조심해야 하는 말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기는 헷맷을 벗고 진짜 얼굴을 드러내지만 아직 아이들은 편견과 차별을 하지 않는 법을 충분히 익히지 못했다. 문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이다. 당연히 타인의 입장에서 그 감정과 상황, 처지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어기와 친해지려는 친구들은 또래 친구들의 눈치를 또 봐야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어기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줄리안이라는 아이다. 가식적인 태도를 보이는 나쁜 아이로 그려지지만, 나중에 그의 부모가 등장했을 때 줄리안은 오히려 불쌍한 아이가 된다. 줄리안의 부모는 편견과 차별로 가득한 이기적인 사람들이고, 줄리안은 타인을 배려하거나 이해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친구 잭은 처음에는 선생과 부모의 권유로 억지로 어기와 친하게 지내지만 이내 어기의 마음과 성격에 호감을 느끼며 진짜 친구가 된다. 하지만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여전히 마음에도 없는 말로 어기에게 상처를 준다. 잭은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부러진 뼈가 붙어 문명을 이루듯, 용서와 이해를 통해 어기와 잭의 우정은 더 단단하게 붙는다. 

영화 「원더」에서 보여주는 기적 같은 이야기는 사실 기적에 가까운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모여 이뤄진다. 가장 이상적인 가족, 우리 모두 꿈꿔본 가장 선생다운 터쉬만 교장 선생님, 따뜻하고 친절한 친구들이 만들어낸 선량한 환경이 기적을 현실로 만든다. 세상은 늘 기적과 같은 시간들이 모여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원더」가 바라는 세상도 그저 판타지만은 아니라는 점을 믿어보고 싶다.

 

명대사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땐 친절함을 선택해라.


원더(2017)

•감독 :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 제이콥 트렘블레이(어기 역), 줄리아 로버츠(이자벨 역), 오웬 윌슨(네이트 역)

•국내개봉일 : 2017.12.27.

•관객수 : 27만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티빙, 왓챠, U+모바일tv


글 최재훈

영화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37회 영평상 신인평론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등단하였다. 제3회 르몽드 영화평론가상을 수상하였으며 영화·문화예술 관련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나는 아팠고어른들은 나빴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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