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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최재훈 Feb 16. 2024

내 생각에 참다운 친구는 [       ]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내 생각에 참다운 친구는 [내가 깨져있음을 미리 알아차린 친구다.]


그 관계를 맺기도 유지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게 친구는, 적어도 나의 친구들은 '에로스' 적인 감정과 '에로'를 느끼게 하는 스킨십을 하지 않는 연인 같은 사이다. 

우정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는 사랑이라기 보다 넉넉하고 포근한 사랑이라 생각한다. 


내 삶 마냥 선량하지 않은 나의 친구는,

투닥 투닥 가끔 몸으로는 다투지만 늘 마음으로는 아끼고, 


많은 사람들과 있어도 나에게만 눈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대부분 공감하지 않는 나의 말에 엄지 척 달아주는, 


더 아프고 더 지쳐 주저앉은 뒤에서 그럼에도 살아보자고 등짝을 뻥 차 주는, 


제대로 된 위로를 해준 적 없지만, 

결국 나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말 한마디는 지닌 무뚝뚝한 친구를 사랑한다.   


불행하게라도 우리 오래 오래 같이 살자고 이야기해주고, 

누군가가 사라진 후에도 함께 살아질 수 있다고 말하는 친구.


삶의 방향을 모르고 그 길을 찾아볼 재능도 없는 삶의 길치인 나에게 

사람들이 나침반을 들이밀고, 길을 찾아 제대로 걸으라고 자꾸 떠밀 때에도 

친구는 화살표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어도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텅 비어 있는 나라는 항아리가 안쓰러워 사람들이 계속 물을 퍼 나르는 동안에도 

멀찍이 서서 내가 처음부터, 깨어져 있던 항아리라는 사실을 

나보다 먼저 알아챈 그럼 사람.


진짜 친구는 그런 친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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