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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PD Jul 20. 2023

경력직과 신입

익숙함과 신선함 또는 노련함과 미숙함

경력직만 뽑는 세태를 고발한 SNL의 방송 내용

우리나라도 이제 대기업에서 경력자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미 오래된 일이다. 갈수록 신입 공채는 줄어들고 수시로 필요한 인력을 경력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대학생 때부터 방학마다 인턴 활동을 하며 업무의 경험을 쌓은 뒤 취업에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니 신입직원 채용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신입 직원을 뽑아 2~3년간 업무를 익히게 만드는 비용과 시간을 떠안지 않으려는 계산일 것이다. 

예능 이야기를 하는데 왜 갑자기 경력직과 신입을 운운하는가 궁금할 것이다.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섭외에 대한 이야기를 경력과 신입에 빗대어하려고 한다. 출연자에도 경력과 신입이 있다. 이를테면 유재석은 ('91 KBS 공채 개그맨) 경력 32년의 출연자다. 반면, 덱스는 2020년 <가짜사나이 2>에 교관으로 얼굴을 알리며 요새 아주 핫한 상남자 캐릭터로 자리 잡은 신인 출연자다.


PD들은 섭외를 할 때는 유재석 같은 능숙하고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경력직" 연예인을 기용하려고 한다. (일단 원톱 출연자를 세워야 케미에 맞춰 주변 인물을 채우기가 용이하다) 아무리 대본이 정해져 있고 포맷이 정해진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누가 선수로 활약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야 하는 예능에서는 호감을 주고 프로그램의 방향을 잘 이끄는 경력자가 필요하다. 그러면 여기서 드는 의문점! 제작비가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 유재석, 전현무, 박나래, 김숙, 이영자, 이경규 등 내로라하는 빅스타들을 한 프로그램에서 기용하면 되는 거 아닐까? 만약 그렇게 섭외하면 어떻게 될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될까? 

프로그램 기획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런 빅스타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1년에 한 번 정도면 족하다. 


연예대상!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축구팀의 선수들과 비슷하다. 각자의 포지션이 있다. 진두지휘 하는 주장과 빠른 스피드를 가진 선수, 골 결정력을 가진 선수, 키가 커서 헤딩을 잘하는 선수, 몸싸움에 능한 선수 등. 뛰어난 스트라이커는 아니더라도 꼭 필요한 이유가 있는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케미를 맞춰야 한다. 


물론 무한 잠재력을 가진 신인 선수도 있다.

https://i.ytimg.com/vi/mzGBwyhbGm8/maxresdefault.jpg

<놀면 뭐 하니?>의 걸그룹 출신 미주가 그런 예다. 러블리즈 멤버로 멋진 무대를 보여줬던 아이돌 가수에서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망가지는 역변의 모습. <지구오락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그룹 아이브의 안유진도 비슷한 예다. 김태호, 나영석 PD가 발탁한 신인 예능인의 성공적 데뷔다. 


나영석 PD는 인터뷰에서도 안유진 섭외 이유를 예쁘고 똘똘한 친구로 알았는데 정반대 캐릭터여서 실패했지만 성공한 섭외라고 밝혔다.


이 둘은 유명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에서 제로에서 출발한 "신입"은 아니지만, 야생과 같은 예능에서 이렇게 성공을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열심히 공부했다거나 시키는 대로 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신인 예능인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의외성과 잠재력을 가진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런 신인 예능인들의 잠재력과 끼를 잘 이끌어내는 것이 경력 예능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유재석이 미주에게 많은 퀘스트를 부여하며 호되게 단련하는 것이나 안유진에게 나영석이 뒤통수를 맞으며 호되게 당하는 것은 정말 잘하는 일이다. 그래서 유재석이 좋은 MC이고 나영석이 훌륭한 출연자 겸 PD인 것이다. 신예를 키울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이 있기 때문이다.


MZ 세대와 꼰대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며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조직 내 편 가르기가 만연하고 있다. 존경과 존중이 사라지면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다. 나보다 경력이 있는 연륜이 있는 사람에 대한 존경, 나보다 어린 청춘들에 대한 존중. 


예능판은 신인이 자리 잡기 매우 힘든 곳이다. (MZ가 주인공인 유튜브는 제외) 제작진도 많고 출연자도 많고... 팀워크로 이뤄지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누가 알려주거나 배려해 주거나 이끌어주거나 인내해주지 않으면 말 한마디도 못하고 스크롤이 나가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경력자들이 유재석 같은 선배라면 좋겠지만 안 그런 경우도 많다. 또 반대로 세상에 모든 신입들이 미주나 안유진처럼 성실하고 잠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주가 유재석이 아닌 김구라를 만났다던지 안유진이 김태호 PD를 만났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프로그램의 흥망성쇠는 출연자들의 케미에 달려있다. 신입과 경력의 조화가 key다. <나혼산>에도 계속해서 신입들이 들어와서 선을 보이고 인기가 좋으면 고정을 꿰차고 뭉쳐다니며 케미를 발산한다. 아무리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도 고정 출연자만으로 버티기는 힘들다. 성공적인 신인 기용이 따라야 비로소 성공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래된 프로그램일수록 새로움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신인이 필요하다. 익숙함과 편안함에 신선함을 더해줘야 시청자들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미주일까? 유재석일까?

나는 누군가를 끌어주는 사람일까? 잠재력을 가진 사람일까?

나는 배울만한 경력을 가진 선배일까? 반짝반짝 빛이 나는 신입 후배일까?

나는 누군가의 존경을 받고 있을까? 나는 누군가를 존중하고 있을까?


글을 마무리 지으려니 이 사진을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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