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선택인 시대의 결혼
"결혼할 사람이다 라는 확신은 어떻게 생기는 거야?"
결혼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나는 올해 5월 23일 결혼했다. 올해 나이는 31살.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여자의 평균적인 결혼 나이는 30.7세. 그러니까 나도 평균쯤에 속한다.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 된 시대지만, 나에게 결혼이라는 선택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부모님은 나를 늦둥이로 낳으셨고 나이가 들 수록 자주 아프셨다. 나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는 감각이 싫었다. 가족이 주는 안정감이 좋았고, 누군가를 이유 없이 사랑하고 '편'이 돼주는 게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일찍 결혼하고 싶었던 생각도 없었다. 안정감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자유를 사랑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고, 제약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했으며, 내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생활을 하는 것도 좋았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평균보다는 한참 늦게 결혼할 줄 알았다.
결혼을 결심한 계기
사귄 지 3개월 정도 됐을 때였다. 장범준 노래가 벚꽃과 함께 거리에 흩뿌려지는 봄날의 주말이었다. 북서울 꿈의 숲에서 벚꽃 구경을 하고 (당시의) 남편집으로 갔다. 일상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주말이었다. 소파에서 남편의 품에 안긴 채 TV를 보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이 남자와 결혼하겠구나'
이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도 아니고 하겠구나라니. 그건 어디서 온 생각 이은지 몰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이것이 운명인 걸까? 그래서 내가 그런 생각을 했던 걸까? 처음엔 이게 결혼할 사람이니까 드는 확신이라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남편은 연애 때부터 나에게 많은걸 물어봤다. 자기돈으로 피자를 시켜먹으면서 나한테 허락을 구했다. 처음엔 그게 너무 웃겼다. 평일에 퇴근하고 각자 집에 있는데 나한테 피자 먹어도 되냐니. 자기돈으로 피자를 먹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지만 남편은 그냥 나한테 허락을 맡고 싶었다고 한다. 단순히 우유부단하다거나 결정장애라는 뜻은 아니다. 남편은 회사에서 자기 일에 전문가고 모든 의사결정은 자기가 하는 사람이다. 그런 남자가 나에게 사사건건 허락을 구한다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게다가 사귄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자기의 경제상황을 나한테 오픈했다. 동시에 자신의 치부도 나에게 터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에게 열심히 자기 자신을 어필한 거다.
남편은 나와 첫 만남부터 결혼을 생각했다고 한다(과연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지만). 우리는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스타벅스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그때의 나는 약속 시간에 십 분쯤 늦었다. 예상치 못했던 지각이라 나는 전력질주로 뛰어갔고 남편은 한겨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오는 내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왜일까..)
아무튼, 남편은 나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나는 30대 중반의 남자에게서 보기 드문 '순수함'을 이 남자를 통해서 보았고, 결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리 둘의 의지가 모여 '결혼할 사람'이 돼버린 거다.
물론 운명도 있겠지. 이선희의 명곡 '그중에 그대를 만나'에 나오는 가사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롤 알아보고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처럼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이 사람을 만난 건 운명이겠지만, 결혼은 운명과 의지의 만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드는 생각은 '의지'란 여태까지 살아왔던 삶의 산물 같다. 서로에게 결혼에 대한 의지가 생기려면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니까.
2편에서는 결혼 준비에 대해 다루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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