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첫 판매 - 이게 팔린다고?

by 유정

나는 물건 9개가 모두 안 팔린 그제야 아이템 고민을 시작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뭔가 문제가 있나 보다. 아니면 이베이가 원래 어려운 곳인가? 내가 뭘 잘못 올렸나? 노출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안 사지?' 하며 아이템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신문 한 귀퉁이에서 조그맣게 “동남아시아 00에서 소녀시대 콘서트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 순간 갑자기 '그럼 소녀시대 사진을 한번 팔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집안의 모든 물건들이 판매 아이템으로 보일 때다. 마침 집에서 굴러다니던 여성 잡지가 있어서 순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소녀시대 콘서트가 해외에서 개최되었다는 것은, 해외에 소녀시대 팬이 있다는 거니까. 내가 어렸을 때에도 아이돌 가수들의 팬은 그들의 브로마이드나 사진을 사 아주 소중히 간직하곤 했으니까.. 안 팔리면? 그럼 말고! 상관없지 뭐!


집에서 굴러다니던 과월호 여성 잡지 안에는 소녀시대 얼굴이 나와있는 광고 지면이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 잡지 몇 장을 찢어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었고, “빳빳한 광고 팸플릿 한 장 사면 다른 광고지면 2장 공짜~”라는 문구를 넣어 경매로 eBay에 올리게 된다. 다음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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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핸드폰 카메라로 대충 찍어 올렸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름 정성껏 찍은 사진이다.


지금이야 K-pop이 대세고 전 세계에 한류 팬들이 많이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2011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동남아시아 쪽에서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2PM 등의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을 때였지만 아직 국내에는 그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한류’라고 하면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용준, 최지우 등이 일본에서 인기 있는 정도만 생각할 때였다. 당연히 eBay에 한국 아이돌의 사진을 파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나름 고심해서 올린 9개의 아이템이 이미 안 팔렸었기 때문에, 잡지 사진 역시 그냥 큰 기대 없이 올렸다. 가격은 1,000원부터. 서면(종이)을 미국까지 보내는 해외 배송비가 600원이었고, 저 광고 지면은 나한테는 큰 의미가 없는, 버려도 상관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1,000원은 꽤 적당해 보였다. 그냥 아무나 걸리기만 해라~라는 심정으로 경매 시작 버튼을 눌렀다. 한 명만 1,000원에 입찰을 해도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상품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자고 일어나니 그 아이템을 사겠다고 입찰 신청을 한 사람이 8명이나 된다. 경매라는 것은 사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1,000원짜리 아이템이 약 5,000원이 되어있었다. 뭐? 이 잡지 찢은 종이를 5,000원에 산다고? 뭐가 잘못된 거 아냐? 하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사이트의 기능은 정상이었다. 내가 이것저것 살펴보는 와중에도 한 명이 더 사겠다고 입찰하여 약 5,500원이 되었다. 헉… 뭐지? 입찰 신청한 11명의 국적을 보니 다 해외 국적이다! 미국, 필리핀, 싱가폴, 브라질 등 국적도 다양하다. 어라… 이거 이러면 팔리겠는데? 우와 신기하다~!!! 하면서 경매 기간으로 설정한 일주일 내내 수시로 eBay만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루 만에 5,000원이 된 소녀시대 광고 지면은 일주일 동안 약 50명의 사람들이 사겠다고 입찰을 해서 결국 약 30,000에 최종 낙찰되었다.


헛…!! 200페이지 잡지 한 권이 4,000원이었는데, 거기에 껴서 온 광고 팸플릿이 30,000원에 팔린다고?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최종 낙찰자의 배송 주소를 보니 싱가폴!!! 우와… 내 물건이 싱가폴에 팔린 것이다. 그런데 아직 바이어가 결재를 안 했다. 그럼 그렇지… 설마 저걸 30,000원에 사겠어~~? 괜히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가격만 올려놓고 아무도 안 사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불안해하며 있었는데, 쨍그랑! eBay 앱에 돈 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바이어가 돈을 입금했단다!!! 어라.. 우와… 후아… 그때부터 잡지 사진을 든 내 손이 떨린다. 이걸 어떡하지. 이게 뭐라고 30,000원에 산담? 이거 조금이라도 구겨지면 안 되겠구나. 이 종이를 어떻게 보내야 안 구겨지게 잘 보낼 수 있을까? 포장은 어떻게 하지? 포장해서 우체국에 가면 될까? 아.. 모르겠다. 일단은 구겨지면 안 되니 두꺼운 도화지를 안에 대고 파일케이스에 넣어 에어캡으로 이중 포장 해보자. 그다음엔 우체국에 가서 물어보자.


벌벌 떨리는 손으로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고, 영어로 된 주소와 바이어 이름도 혹시나 틀릴세라 몇 번이나 확인하고 우체국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가며 무사히 첫 아이템을 싱가폴로 보냈다. 그러고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 아이템이 잘 갈까, 바이어가 받아보고 웬 종이쪼가리(?)가 왔냐며 뭐라고 하지 않을까 며칠 동안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약 2주 후.. 앱에서 또 알림이 온다. 바이어의 후기가 도착했단다. 후기!!! 그럼 아이템이 잘 갔다는 거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사이트를 열었다. 그랬더니 바이어가 “Super fast. Very good item. Thank you.”라고 쓴 후기가 보인다. 하하… 너무 기뻤다. 그날부터 나는 우리 집에 굴러다니던 모든 잡지의 아이돌 사진을 잘라 eBay에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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