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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Aug 13. 2018

우리 가족에겐 참, 다사다난한 여름이다

싸이, 뱀에 물리다

얼마 전 싸이가 정체모를(?) 벌레에 물려 고생하던 때, 성호님이 댓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 집 강아지들은 뱀에 물리기도 했다고. 그 댓글을 읽으면서 '시골 살면 저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했었는데. 그때는 정녕 몰랐다. 저게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때는 지난주 화요일 새벽,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싸복이 남매를 데리고 산책 중이었다. 평소처럼 수풀 속을 헤집던 싸이가 갑자기 깜짝 놀라는 듯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애가 좀 이상하다. 한쪽 눈을 제대로 못 뜬다. 게다가 내 곁을 자꾸 맴돈다. 그때까지는 눈에 뭐가 들어갔으려니 했다. 싸이를 달래서 산책을 마쳤다. 집에 돌아와 눈에 약을 넣고 시간이 좀 지났을까. 싸이의 얼굴이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벌에 쏘였구나 싶었다. 강아지가 벌에 쏘이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므로.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풀어 오른다. 우연히 입 속을 봤는데 시뻘겋게 다 터졌다. 뭔가 심상치 않다. 그때 시간이 새벽 5시 30분. 병원이 문을 여는 9시 30분까지 도저히 맘이 급해 기다릴 수가 없었다. 천안에 있는 24시간 응급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싸이가 다른 강아지가 되었어요. 그런데 이 와중에도 어멍 눈에는 귀엽습니다 ㅎㅎ

느낌이 싸하긴 했지만 그때까지도 그냥 벌에 쏘인 줄만 알았다. 싸이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나온 의사 왈~ '벌이 아니라 뱀에 물린 것 같단다' 뱀에 물리면 특별한 약이 없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한 후 얼굴은 더 부풀어 오르고, 입안은 다 터지고, 목 주변에 피멍이 한가득이다. 순간 정신이 아득하다. 무시무시한 독사에 물렸으면 어쩌지. 우리 싸이는 6킬로 밖에 안 되는데, 저 작은 몸으로 독을 이겨낼 수 있을까.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일이. 벌레 물려 고생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번엔 뱀에 물리다니. 이것저것 검사한 결과,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지만 며칠을 입원을 시키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싸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퇴원한 날 사진이에요. 부기가 조금 남아있지만, 완전히 좋아졌어요~ 고생했어. 싸이야~

다행히도 싸이는 3일 후 무사히 퇴원을 했다. 눈과 코 사이에 뱀 이빨 자욱 두 개를 남긴 채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시골에서는 종종 개가 뱀에 물리는 일이 발생하곤 한단다. 사람이 뱀에 물릴 경우는 해독제가 있는데, 강아지의 경우 있긴 하지만 워낙 고가인 데다가 부작용이 많아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독이 자연스럽게 빠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의사 왈~ 저 정도면 독이 많이 들어간 건 아니라고 했다. 심한 경우, 심장이나 다른 장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저만하기가 천만다행이다. 우리 집 뒷마당에서도 뱀을 한 차례 본 일이 있지만, 설마 우리 강아지들이 뱀에 물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시골살이의 장점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단점도 참 많다. 그중에 한 가지가 독충이나 뱀으로부터의 위협이다. 외출 냥이인 우리 뭉치가 뱀에 물리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아, 정말이지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퇴원한 날 밤 풍경이에요. 싸이가 있으니 비로소 그림이 완성되네요. 조기 벽난로 위에 뭉치도 있답니다 ㅎㅎ

싸이는 입원한 다음날부터는 밥도 못 먹고 계속 토했다.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으니 스트레스에 의한 단순한 위염일 거라고 했다. 퇴원한 날 저녁에도 밥을 통 먹지 못하고 계속 토해 내 심장을 졸이게 만들더니, 하룻밤 자고나더니 멀쩡해졌다. 싸이는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라, 낯선 환경과 상황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상황을 이해할 리 없는 싸이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아픈 데다(뱀에 물리면 엄청 아프단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였으니. 


싸이가 괜찮아지자, 이번에는 내가 앓아누웠다. 싸이 잘못되는 줄 알고 어지간히 놀란 데다가, 퇴근 후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병원에 계속 들려야 했으니 피곤하기도 했을 터였다. 아픈 싸이를 지켜보는 일이 힘에 겨웠던가 보다(내가 알고 보면 유리멘탈이다). 내친김에 주말 내내 셋이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뒹굴 거리면서 망중한을 즐겼다. 많이 놀랐을 싸이를 연신 쓰다듬어 주면서, '고생 많았다'라고 '이제 괜찮다'라고 '사랑한다'고 내내 이야기해 주었다. 


평온하게 잠든 모습의 싸이를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네요. 매일 보던 모습인데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단 이틀이었지만, 싸이 없이 보내야 하는 밤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싸이가 집으로 돌아온 날, 싸복이 남매와 뭉치가 함께 잠든 모습을 보며 다시 찾아온 우리 집의 평화에 비로소 안도했다.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날이 그날같이 조금은 무료하기까지 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싸복이 남매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겁이 나서, 매일 하던 산책을 어찌하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 '설마~ 또다시 뱀에 물리는 일이 생기겠어' 싶기도 하다. 한차례 거대한 폭풍이 지나갔으니, 당분간은 좀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정말 올여름에 우리 가족에게는 사건사고가 참 많다.


역시 싸복이 남매는 함께 있어야 좀 더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싸이야~ 이제 다시 병원에 입원하고 그러지 말자꾸나^^

싸이야~ 고생 많았어~ 앞으로는 적당히 풀숲을 들쑤시고 다니자.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어멍은 심장이 너무 벌렁거린다. 조심, 또 조심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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