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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Jul 27. 2018

반려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런 웹툰을 본 기억이 있다. 제목이 '반려동물을 키운 후 달라진 점'이었던 것 같은데. 그중 한 가지가 핸드폰 사진 갤러리에 온통 반려동물 사진뿐이라는 것.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공감할 법한 이야기다. 나의 경우, 예전에는 아예 갤러리에 사진이 별로 없었는데(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싫어한다) 지금은 온통 싸복이 남매와 뭉치, 그리고 길냥이들 사진 천지다.


싸복이 남매와 6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만큼, 사진도 참 많다. pc로 옮겨 놓은 것까지 하면 도저히 찾아보기도 힘들 만큼 많다. 그런데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부터는 더 많이 사진을 찍기 때문에, 더욱더 많아졌다. 브런치에 올릴 사진을 뒤적여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지만 나는 여전히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 사진을 보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밖에서 속상할 땐, 핸드폰 사진을 본다. 멍청하게 졸고 있는 행복이 사진 한 장이면 그까이거 모든 게 별일 아닌 것이 된다. 뭐, 매직이 별건가. 이런 게 매직 아닌가 싶다. 


싸이는 영 리본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ㅋㅋ 제가 봐도 딱히 어울리지는 않네요 ㅎㅎ 반면 행복이는 나름대로 그럴싸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아쉬울 때가 있다. 막상 함께 찍은 사진은 없다는 점. 첫째, 당연히 내가 혼자 살고 있기 때문이며, 두 번째, 셀카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뭐, 좋아한대도 가만있을 리 없는 싸복이 남매&뭉치와 셀카 찍기가 만만찮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갤러리에는 함께 한 사진이 없다. 그게 늘 아쉬웠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나중에, 아주 나중에 싸복이 남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면, 저게 제일 아쉬울 것 같았다. 함께 한 사진이 없다는 것. 사진 속에서 우리가 함께가 아니었다는 것. 


사진 찍기 쉽지 않습니다. ㅎㅎ '싸이야~ 이리온. 어멍이랑 사진 쫌 찍어보자고~'

그래서 아끼는 동생 두 명이 집에 놀러 오겠다고 했을 때, 이 참에 함께 사진을 좀 찍어놔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뭐, 준비래 봤자 싸복이 남매에게 매 줄 스카프를 준비하고, 나는 출근 때처럼 메이크업을 한 정도지만. 집에서는 늘 누가오든지 간에 제일 편한 '거지꼴'로 있으므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좀 예쁘게 나와야 좋지 않겠는가. 싸복이 남매와 사진 찍기는 예상한 대로 쉽지 않았다. 그나마 행복이는 원체 움직이는 걸 싫어해 수월했는데(게으른 것도 써먹을 때가 있다니), 싸이는 좀체 가만히 있는 아이가 아니라 제대로 건진 사진이 없다. 그래도 한 가지 커다란 숙제를 해치운 듯한 기분이다. 아이들과의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생겼고, 사진첩을 넘겨보며 흐뭇해할 사진이 몇 장 더 생겼다. 먼 훗날 언젠가 더 이상 아이들이 내 곁에 존재하지 않을 때 저 사진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때마침 뭉치가 외출에서 돌아오는군요 ㅎㅎ '뭉치님~ 어멍 하고 어떻게 사진 좀 함께 찍어주시렵니까 ㅋㅋ'

십여 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위암 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 나는 몸과 마음이 휘청거릴 만큼 큰 충격을 받았더랬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았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런 아버지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 큰 슬픔이었던 것이다. 그때 생각했다. 혹여 시간이 지나 아빠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내게 보여준 사랑은 에너지가 되어 우주 어딘가에 흩어져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그 마음만으로도 나는 사랑받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동생들아~ 이런 사진 찍어달라는 것이 아니었거든 ㅠㅠ

시간이 흘렀고 나에게는 부모님 말고도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동물가족들이 생겼다. 뭉치까지는 모르겠는데(나를 좋아하는지 확신도 자신감도 없다), 싸복이 남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도 이별할 것이다. 그런 때가 오더라도,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마음만큼은 우주 어딘가에 에너지가 되어서 떠돌아다니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비록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다 하더라도.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해도. 


애써 함께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이 뭐 대수인가 싶다. 내가 느꼈고 알고 기억하는 우리들만의 세상이 분명 존재하므로. 얘들아 사랑한다. 함께 있어 행복하구나.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이에요. ㅎㅎ 우리 행복이 진짜 "예쁘게" 나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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