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가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너무 소식이 뜸했어요. 개인적으로 좀 바쁘기도 했고, 아이들도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어(아이들이 제 글감이잖아요), 통 글을 쓰지 못했네요. 제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기 브런치에 저희 아이들 소식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몇 분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생존신고 겸 새해인사 겸 글 몇 줄 적어봅니다.
싸복이 남매도 하늘이도 뒤뜰냥이들도 큰 사건사고 없이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제 일상도 빈틈없이 짜인 시간표처럼 꼬박꼬박 잘 흘러가고 있고요. 그나마 큰 사건이라면 행복이가 올 가을에 '쌍꺼풀수술(?)'을 한 것 정도랄까요. 아 글쎄 눈에 자꾸 눈곱이 끼고, 눈물이 흐르고, 급기야는 눈도 제대로 못 떠 병원에 갔더니, 눈썹이 눈을 찌르고 있었더라고요. 눈 위에 작은 혹이 났는데, 그게 눈윗부분을 밀어서 그리된 것이었지요. 혹을 제거하고, 눈 위를 찢어서 살을 당겨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더군요. 그래야 눈썹이 찌르지 않는다면서요.
어디 크게 탈 난 것도 아니니 간단한 수술이려니 했어요. 수술 다음날 일어나서 행복이를 봤는데 얼굴에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 진짜 식겁했는데, 이 눔의 시키가 넥카라를 쓰고도, 그 어마무시한 힘으로 눈을 사정없이 넥카라에 문대서 상처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이었어요. 피를 좀 닦아주려고 해도 아파서인지 손도 못 대게 하고, 일요일이라 병원은 안 열고, 상처 덧날까 싶어 진짜 노심초사했어요. 그뿐 아니랍니다. 평소에도 행복이를 너무 좋아해서 물고 빨던 싸이는, 하필이면 수술부위에 집착해서 자꾸만 핥아주려고 해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진짜 미안했지만 낮에 출근할 땐 싸이를 안방에 가두고, 잘 땐 싸이랑 안방에 들어가 둘이서만 잤어요. 하루종일 울부짖었을 싸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졌지만, 행복이 상처가 덫나면 안되니까요. 이틀 그렇게 하다가 결국 삼일째부터는 '싸이가 행복이 상처를 핥지만 못하게 하는 알바'를 고용하기도 했답니다. 싸이가 안방을 다 때려 부술 기세였거든요. 또 며칠 지나니 밤에는 행복이가 '왜 나만 거실에서 혼자 자냐며' 울부짖기 시작하더라고요. 별수 없이 그냥 같이 잤는데, 잠자는 사이 싸이가 행복이를 핥을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지요. 가벼운 수술이라고 하찮게 봤다가 아주 큰 코를 다쳤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서 행복이 수술부위는 상처 없이 잘 아물었고, 눈이 조금 커져서 훨씬 예뻐지기도 했어요. 잘 때 눈을 뜨고 자는 치명적인 단점이 생기긴 했지만요. 세상에 어멍도 못해본 쌍꺼풀 수술을 한 셈이니, 행복이가 진짜 특별한 강아지가 맞긴 한 것 같아요. 아 정말 특별한 강아지랑 살고 있어 찢어지게(?) 행복해요.
싸복이 남매는 내년이면 열한 살이에요. 싸이는 별반 차이를 모르겠지만, 행복이는 하루하루가 달라, 산책할 때도 많이 힘들어하고(안 가겠다고 멈출 때가 많아졌어요), 몸을 일으키는 것도 불편해하네요.(행복이는 고관절이 많이 좋지 않아요) 아이들과의 이별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느껴요. 다가올 이별이 슬프긴 하지만, 그래서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고 특별하죠. 아이러니하지만 이게 삶의 유한성이 주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여기 브런치에 아이들과의 이별에 대해서 쓸 날이 오겠죠. 이런저런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전 오늘도 부지런히 아이들에게 하트를 날립니다. 여전히 오늘도 충실히 사랑하는 것이 정답일테죠.
오랜 시간 동안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 뒤뜰냥이들과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올 한 해도 감사인사를 드려요.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제 일상이 이렇게 까지 특별하게 느껴지진 못했을 거예요. 소식을 자주 전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은 모두 저의 소중한 인연입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