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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Jul 21. 2017

행복이가 더위를 피하는 방법

골든리트리버는 더위를 많이 타기로 유명하다. 


아마도 털 때문이지 싶다. 여름이면 개(?) 고생하는 행복이를 보다 못해 나는 올해 에어컨을 구입했다. 사실 나는 더위를 타지 않는 편이고 신기할 정도로 땀도 없다. 에어컨 바람은 당연히 싫고 선풍기 바람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 집은 시골이라 열대야도 없어 한여름 밤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날이 많지 않다. 하지만 작년 더위를 겪으면서 이러다가 내가 행복이 죽이겠구나 싶어 올해 드디어 에어컨을 구입했다. 무풍이 좋긴 하다. 바람이 세지 않아 나도 만족스럽다. 요즘은 당당히 에어컨을 틀어놓고 행복이에게 속삭인다. '행복아~ 요상하게 문도 안 열어 놨는데 시원하지? 신기하지?' 이렇게.


타일에 배를 깔고 싶다. 어멍이 장염 걸린다고 못하게 한다. ㅠㅠ 아, 어쩔 수 없다. 주댕이라도 타일에 대 보자. 

새벽 5시도 되기 전에 우리는 산책을 나선다. 벌써 몇 년째 그렇게 습관을 들였다. 요즘은 새벽에도 24~26도 정도다. 한 시간을 걷는 행복이는 너무 덥다. 요즘 며칠째 계속 집을 나선 지 30분이 지난 후에는 안 가겠다고 궁둥이를 붙이고 주저앉는다.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는데 안쓰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행복이는 관절염 때문에 다이어트와 걷기가 필수인 아이. 나는 어떻게 서라도 어르고 달래 조금이라도 더 산책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때론 회유하고 때론 목줄을 강제로 잡아끌고 때론 궁둥이를 일으켜 세우며. 요즘은 백발백중 일으키는 방법을 하나 발견했다. '엄마 간다~' 한 마디 하고 목줄 놓고 싸이랑 먼저 가버리면 그만이다. 엄마 멀어질세라, 잃어버릴까 봐 벌떡(?) 일어나 따라온다. 아, 진짜 겁 많기는 세계 최고봉이다. 


덥다. 너무 덥다. 귀라도 물에 담가 보자. 어라, 훨씬 시원하다. ㅎ

이런 더위에 살아남기 위한 행복이 만의 필살기가 있다. 날씨가 조금만 더워지면 행복이는 욕실 바닥에 배를 깔고 산다. 때론 화장실 문지방에 턱을 대고 자고, 때론 변기 뒤에다 머리를 박고 잔다. 타일 바닥이 오죽 시원하겠는가. 아기 때는 골든리트리버는 장염에 취약하니 절대 차가운 곳에 배를 두면 안 된다는 충고를 들어 욕실에 못 들어가게 했다. 하지만 금방 포기했다. 더위에 애 죽어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욕실 바닥에 배를 깔았다고 장염에 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산책하다 요상한 걸(?) 주워 먹어 주로 장염에 걸리지.


어멍이 욕실에 들가는 걸 허락했다. ㅎㅎ 시원하다. 행복하다. 천국이 따로 없다.

욕실 바닥 다음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장소는 창가 맥반석이 깔려 있는 자리이다. 더위에 시원하라고 맥반석을 깔아 놓았냐고? 아니다. 이사한 집에 새로 장판을 깔았는데, 창가 쪽 장판을 뜯었다. 누가? 당연히 행복이가. 이대로 두었다가는 새로 깐 장판 전부다 찢어발기지 싶어, 궁여지책으로 무거운 맥반석을 구입해 깔아놓은 것. '장판 저지레' 방지용 맥반석이 제2의 용도로 아주 잘(?)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맥반석 안 깔아줬으면 서운할 뻔했다.


어멍이 나를 위해 맥반석을 깔아주었구나. 오홋. 센쑤있는 어멍 같으니라구. (그거 아니거든 ㅠㅠ)

더위를 많이 타는 행복이에게 산책 시 물병은 필수, 산책 후엔 얼음이 필수다. 얼음 먹는 게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신기하게 얼음을 엄청 좋아한다. 다이어트가 필수인 행복이에게 영 칼로리의(?) 좋은 간식이기도 하고. 여름이 되면 털을 많이 속아 준다. 처음엔 멋모르고(털 없으면 좀 더 시원할 줄 알고) 애를 빠박이를 만들었다가 아주 큰 코 다쳤다. 일단 골든 리트리버는 완전히 털발이라를 사실을 알았다. 밖에 나가면 '못난이 강아지' 소리를 들었다. 게다가 몸에 상처도 많이 나서 후회막급이었다. 이제는 나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최대한 티 안나게 털을 솎아준다. '숱가위'와 '일반 미용가위' '강아지용 미용기'를 가지고 내 방식대로 예쁘게 미용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몹시 힘들지만(어머님~ 털 깎으세요. 라며 결코 얌전히 있는 것이 아니므로), 조금이라도 덜 덥다면야 까지것 이 정도 수고쯤이야.


무지몽매한 어멍을 만나 못난이 빠박이 강아지였던 시절 ㅠㅠ 행복아 미안해~

우리 집은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는 오지 않았다. 행복이는 여름만 되면 곰팡이성 피부염 외이염, 습진 등으로 매번 고생을 한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올여름은 작년처럼 덥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이대로 무탈하게 여름을 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래저래 손 많이 가는 행복이와, 별다르게 손 갈 일 없는 싸이와 함께 이렇게 2017년도 여름이 흘러간다. 행복아~ 올여름도 잘 버텨내자.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파이팅!!


뭐니뭐니 해도 욕실바닥에 최고지. ㅋㅋ (누구.....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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