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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Nov 29. 2017

뭉치와 싸복이 남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뭉치와 나, 싸복이 남매의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세 가지 걱정을 뒤로한 채 그렇게 뭉치를 납치했다. 첫째, 문단속을 잘못해서 뭉치가 금방 도망가 버리진 않을까? 둘째, 싸복이 남매와 뭉치는 잘 지낼 수 있을까? 셋째, 결국 이것은 잘하는 일일까? 후회할 선택은 아닐까?


어멍~ 쟤는 도대체 누구야 ?

뭉치 입성 첫 번째 날. 다행히 우리 집에는 남는 방이 하나 있고, 마침 안전문도 설치되어 있다. 싸복이 남매와 뭉치는 안전문을 사이에 놓고 대치 중. 첫날 뭉치는 쫄았는지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고, 싸복이 남매는 저렇게 망부석이 되어 뭉치를 딱(?) 지키고 있었다.


평소 고양이라면 환장하는(?) 싸복이남매는 그대로 망부석이 되었다 ㅎ

첫 번째, 쉽게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했다. 저렇게 덩치 산 만하고, 목소리 경기 일으키게 우렁찬 강아지가 딱 버티고 있는데 어디 도망을. 뭉치 입장에선 퇴로가 완전히 막힌 셈이다. 우리 행복이가 훌륭한 문지기 역할을 해 줄 줄이야.


넌......  누구냐? 도대체 왜 여기에 ?

잠시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행복이가 작은방에 침입했다. 뜨악해서 손 떨리게 긴장했던 순간이다. 엄청 오래 주의를 집중하며 쳐다본 후에 미친 듯이(?) 짖어댄다. 안 그래도 사회성이 바닥이라 다른 강아지도 모조리 싫어하는 행복이는 뭉치가 싫다. 너무 싫다. 뭉치 역시 행복이가 싫은 건 마찬가지. 하악질이 장난이 아니다. 계속 두었으면 어쩌면 행복이가 뭉치한테 어퍼컷 한 대 먹었을 지도.


너 이놈, 넌 도대체 어느별에서 온 물건이냐 ? 감히 우리집에 ?

다행히 싸이는 짖지도 않고 그다지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다. 생각보다 질투도 안 한다. 역시 싸이는 나의 의젓한 장남이다. 뭐랄까? 그저 궁금한 정도. 내가 뭉치를 안고 있으면 빤히, 호기심 가득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엄마~ 쟤 누구야? 누군데 안고 있어?' 하고.


요놈의 고양이 시키~ 내가 널 끌어내고야 말리라~

뭉치가 열어놓은 옷장 속으로 들어갔다. 행복이 끌어내랴, 뭉치 끌어내랴 아주 여러모로 애 먹었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는데 ㅠㅠ 거기 축축할 텐데 뭉치 너 왜 거기 있는 거니 ?

이틀이 지나니 호기심 많은 뭉치가 서서히 작은 방에서 탈출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싱크대에 들어가 있길 좋아하고, 창문턱에 앉아 있는 걸 즐기며, 최대한 싸복이 남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조심 살금살금 높은 곳을 찾아 돌아다닌다. 때때로 싸복이 남매에게 코너로 몰려 험한 꼴을 당하기도, 그러다가 셋 사이의 '분노의 질주'가 시작되기도 하지만, 뭐 그런대로 큰 충돌 없이 지내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쳐다봐서 뭐 할건데? 싸복이 남매의 손이 미치치 않는 곳에서 뭉치가 자고 있는 중.

솔직히 나도 인간인지라 싸복이 남매가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보며 '내 선택은 옳았을까?' 하고 후회한 적도 있다. 괜히 내 오지랖으로 애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행복이 때문에 때때로 작은 방에 갇혀 있어야 하는 뭉치 또한 안쓰럽기는 마찬가지. 창가에 올라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뭉치를 보면 '바깥 생활을 그리워하는 거 아닐까' 싶어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뭉치가 바라보고 있는 곳이 길냥이 시절 주요 터전이었던 우리집 뒤뜰, 뭉치는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뭉치가 집에 들어온 지 2주가 다 되어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서히 많은 변화가 생겼다. 싸복이 남매는 뭉치에게 다소 익숙해졌고(이제 최소한 짖지는 않는다), 뭉치 또한 많이 익숙해졌다(여전히 싫어서 도망다니긴 하지만). 서로가 다정하게 지내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그런대로 서로서로 존중하며(?) 혹은 무시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강아지만 키워보았던 나에게 익숙지 않은 고양이만의 몇몇 특성 또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리라. 그런대로 우리 집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뭉치가 식탁위에 올라 조개살에 붙은 크림소스를 핥아 먹고 있는 중. 아~ 식탁은 오로지 나만의 'zone'이었는데 ㅠ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뭉치는 아직까지는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 며칠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현관문을 열어젖히고 있는데(잠깐이긴 하지만) 뭉치는 나갈 생각이 '1' 도 없다. 금방 도망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은 기우이자 나의 오지랖이었던 것. 역시 뭉치는 '오리지널' 집냥이인가 보다. 도망은커녕 아예 말뚝을 떡 하니 박은 느낌.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우리 집 식구가 된 것이다. 이렇게 나는 '고양이 집사'의 길에 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 집을 사서 이사 왔을 때,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고, 길냥이를 식구를 들이는 삶을 살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역시 삶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묘미다. 한 식구가 늘었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뭉치야~ 우리 싸복이 남매랑 조금만 더 친해지자. 넷이서 잘 살아보자~ 


이제 길냥이 '뭉치' 이야기는 마지막이다. 뭉치는 그렇게 다시(?) '집냥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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