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미 Sep 14. 2024

빈틈은 행복의 위대한 비밀

빈틈이란 의미의 재정립


@nanamee_studio


잠자기 전 내일 스케줄이 무엇인가 꽉 차버렸음을 인지했을 때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다음날 먼저 감각이 깨어난 아침 공기 냄새와 날씨를 코로 들이마셔 눈치채기도 전에 이불 정리, 청소기, 아이의 등원준비, 업무 마감 일자까지 해야 할 일들이 줄줄이 나열된다. 시한폭탄이 터지기 직전 크게 들리는 타임아웃 “째깍째깍 째깍째깍” 소리가 머릿속에 크게 울려 퍼진다.


나도 빨리빨리를 외치며, 행동도 부산스러워진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아이의 나른하고 나긋한 미소도 놓친다.  잠을 깨려고 햇살을 만끽하는 아이의 움직임이 느리다며 재촉한다. 무엇이 나를 이리 바쁘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앞서간 마음과 행동의 박자가 엇나갔다고 생각한 하루의 시작은 할딱할딱 넘어가듯 언제나 버겁다. 결국 끝내지 못한 하루를 생각하며 불안하게 잠이 든다.


마음이 바쁘다고, 행동이 빨라지지는 않는다. 해야 할 일에 드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고 한번 해야 할 일을 두 번 세 번 한 적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서두르는 이 마음을 다독여 잠재우기란 참 어렵다. 불편하고 껄끄럽다는 표현이 알맞다. 동동거리는 견고한 마음은 인생의 작은 독임을 알기에 애써 애써 작은 빈틈을 내어본다. 빈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무엇이든 들어온다. 물론 나가기도 한다.


@nanamee_studio


빈틈 사이로 작은 햇살이 비친다. 그림자가 드리운 동동거리는 고집스러운 마음도 두쪽이 나면 동동거림이 덜하다. 작은 빈틈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어 본다. 보이지 않던 것이 그제야 시선에 잡히고, 머물러진다.


작은 빈틈을 내는 따라 하기 쉬운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행동보다 마음이 바쁜 그 시간, 허락된다면 잠시 주변 카페에서 커피 혹은 차를 마신다. 요즘은 작은 커피숍이 많아 저렴하게 20~30분 정도 앉아 잠깐 숨을 돌릴 수 있다. 숨차게 할딱이던 마음도 숨을 고르고, 행동과 속도를 맞춰 갈 수 있도록 진정이 된다. 막 섞여있던 일 사이에 빈틈이 생겨 하나씩 떨어져 정확하게 해야 할 일들의 형상이 보이게 만든다. 객관적인 현상파악은 일의 효율을 높이고, 예측가능하므로 불안도를 급격히 낮춘다.

@nanamee_studio


두 번째 방법은 10분에서 20분 산책하기. 정신없는 생각 사이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틈이 생겨 무엇인가 흘러들러 온다. 어지러웠던 마음을 가지고 산책하다 보면 참 많은 것을 마주치게 된다. 멈추지 않는 생각 사이로 따뜻하고 보드라운 햇빛, 나무들을 스치는 바람, 그날의 날씨에 대한 의견, 웅성웅성 사람들의 소리 등 다양한 것이 흘러와 균열을 일으킨다. 비집고 들어온 틈은 압도당한 현재를 쪼개고 쪼갠다. 쪼개진 현재에 다시 집중하며 끝내다 보면, 바쁜 마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만다. 현재에 집중하는 밀도 높은 하루가 겹겹이 쌓이면 훗날 돌아봐도 그것만큼 자랑스러운 것이 없다. 마치 잘 자란 내 자식을 보는 기분 혹은 만족스러운 흔적들을 다시 짚어보는 기분 같달까 나


@nanamee_studio


세 번째 방법은 작은 취미 생활 가지기. 집에서 5분 안에 집중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은 또 다른 나의 일부를 자라게 한다. 삐죽 솟아오른 나의 일부는 견고한 나를 깨부수어 빈틈사이로 새로운 길을 만든다. 그것은 예정된 인생의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든다는 뜻이다. 틈틈이 취미로 그리던 그림을 2년 뒤 업으로 삼게 될 줄은 나도 몰랐던 일이다. 좋아하는 일이라 취미와 일사이를 오고 가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또한 요즘은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다. 정성스럽게 쌓인 공들인 글들을 보면 내면의 부자가 된 듯하다. 어느덧 그림과 글도 함께 브런치에 연재한지 3개월이 다되어간다. 3개월 뒤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에게 다가올지 기대된다.


@nanamee_studio


숨 막히는 하루에 일부러 빈틈을 준다. 연결된 것을 뚝 끊어 틈을 만든다. 견고한 것을 깨서 틈을 만든다.

무엇인가 파고들어 틈을 만든다. 빈틈이 있어야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들어오고 나간다. 그것이 우리에게 휴식을 , 집중을 , 자극과 성장을 흘렀다 가도록 한다. 순환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자연의 원리와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자의 눈부신 어여쁨 주고 갔다가 다시 온다.  빈틈을 두려워하지 말고, 누려보자. 빈틈으로  인생을 흘러가게 하자.


@nanamee_studio

모두의 무더운 가을이 평온하기를 바라며.

namee(@nanamee_studio) • Instagram


이전 17화 ‘싫은 것’을 사소하게 ‘좋은 것’으로 만드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