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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upreneur 크리스티나 Nov 04. 2023

친구들과 독서모임하기(feat. 줌)

매월 첫 주 토요일 오전 7시, 친구들과 줌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한다.


책을 좋아하고, 나의 친구들을 애정하는 마음의 교집합으로 두 달 전 친구들에게 제안했고, 이번이 두 번째 모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지인들이 있다.

한 해 한 해가 지나며 일과 가정이 생기고, 서로의 상황이 바뀌다 보니 학교 친구들과는 연락은 꾸준히 해도 만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그 빈자리는 다른 만남들로 채워진다.


일과 관련되어 만난 지인들이 이제는 사적인 관계를 나누는 친구가 되고 있다.


'옛 친구가 평생 친구다.' 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다른 것.

때로 그때의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는 있으나, 줄어든 만남이 아쉽거나 속상하지는 않다. 그 시기에 우리는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으니


시기마다, 나의 상황에 맞는 인연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할 뿐이다.


오늘 만난 친구들도 처음 일로 알게 되었다.

4명 중 나를 포함 3명은 교사이고 한 명은 방송작가 출신으로 만난 인연은 이렇다.

교사 3명은 거꾸로교실이라는 학생중심수업을 하는 교사 모임(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만났고 방송작가 출신 친구는 (kbs)거꾸로교실 다큐멘터리 메인 작가였다. (우리 세명 모두 이 다큐와 관련하여 tv출연을 한 경험이 있다.)


미래교실네트워크는 전국적으로 거꾸로교실 교사연수를 수십 회 진행하였고 연수 강사로 우리가 자주 참여하였다. 방송작가 친구도 이 연수를 오거나이징 하며 넷이 자주 만나게 되었다. 나이대가 비슷하여 좀 더 빨리 친해졌고 가끔 여행을 함께하며 사적 친구로 발전했다.

 

코로나 동안은 월 1회 줌으로 만나 서로의 근황을 묻고 구글스프레드시트에 각자 목표한 일들을 기록하고 함께 체크하며 서로에게 도움 되는 정보도 제공해 주었다. 서로를 살찌우는 든든한 시간이었다.


어쩌다 만나 수다 떨고 헤어지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를 발전적으로 돕고 응원하는 사이.

특히 하는 일도 비슷하여 '아'하면 '어'가 되는 관계라 많은 것들을 생략해도 채워지는 사이가 되었다.


각자 가정도 있고 살고 있는 지역도 경기, 서울, 대구인지라 대면 만남은 어렵더라도 온라인으로라도 꾸준히 보고 싶었다.

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고 싶었고 그렇게 독서모임을 제안했다.

친구들은 흔쾌히 ok를 했다.


'첫 번째 책'은 <슬픔의 방문>

 장일호 시사인 기자의 에세이.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추천 책이다. 개인의 삶의 이야기이지만 현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도 고루 있어 얘기를 나누기 좋다.


'두 번째 책'은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90년대생,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멋진 여성들의 인터뷰집이다.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와 내 친구들은 90년대생인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삶을 반추해봤다.

정해진 길, 정답이 있는 것 같은 교육을 받았고, 그리하여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게 맞는 걸까? 얼마 후 40대가 되는 우리는 고민을 하고 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변하며 진로고민은 평생 하게 되는 거니, 과거받은 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교육의 탓을 돌리고 싶은 점은,

'우리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해 볼 시간과 기회가 없었음은 분명하다.'는 것


오늘 나눈 얘기 중 일부를 옮겨본다.



I : 남들에게 어떤 걸 보여주기 위해 뭘 해야겠다는 것에서 벗어나야겠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어.

나: 그게 아이를 키우면서 변화된 거야?

I: 그런 것도 있는데, 나 스스로도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갈등이 있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 각각이 나다움.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나: 어떤 걸 잘 모르는 거야?

I: 내가 복직을 안 하고 있잖아. (I는 육아휴직 중) 직업이 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그게 없는 상태에서 몇 년이 가니깐 내가 (울음) 약간 내가 사라진다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 약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그래서 요즘 원인을 찾고 있는데 약해진 체력이 문제인 것 같아 PT를 다시 시작했어. 또 교사란 직업을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거든.

나: 그니깐 의외로 말이야. (공업고등학교에 발령받았던 I는 초임 때부터 학생중심수업을 시도하고 아이들과 문제해결프로젝트 수업도 하며 굉장히 열정적으로 수업했음을 알기에 이전에 교사란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놀란 기억이 있다.)

I: 그렇게 자라와서 그런지(뭔가 늘 해야하는게 정해진)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 드니 속상한 것 같아. 내가 내 힘으로 어떤 뭔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니깐. 그래서 다시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직업을 막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는데, 물론 복직하면 재밌게 수업하겠지만.

그래서 이 책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소신 있게 굳건하게 사는점을 재밌게 보게 되었어.

(...)

나: 황소윤이나 이슬아도 그렇고,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니깐.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우리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잖아. (그렇다고 요즘 90년대생이 자기를 찾을 수 있는 교육을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I: 우리가 이런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

(...)

T: 쉬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실업급여 끝나고 일을 시작했는데, 하니깐 이건 아녔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 어떤 게 그래?

T: 우리가 셋다 책임감이 강해서 하나를 하면 그것만 해서 딴 걸 할 에너지가 없잖아. 나는 일을 하면, 일만 하게 되는데 긍정적으로 본다면 일은 다 할 수가 있지만, 나한테 재밌는 게 있나 싶어.  평생 일만 쳐내면 살아온 것 같아. 여행도 귀찮거든. 재밌는 게 없는 거야. 그런데 요즘 다시 일을 하다 보니 해보고 싶은 게 생기고 있어. 신기해. 평생 없었는데.

요즘 들은 말 중에 인상적인 게 있어. 모든 동물 중 사람만이 양육기간이 제일 길잖아.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게 가장 크대. 거꾸로교실 할 때 동료학습에서우리가 본 것처럼 배움이 큰거지.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배울 때 혼자 알아보려고 하잖아. 나 같은 경우에는 그랬거든. 책을 본다든지. 그러면 곧 사그라들더라고. 너는 글방 다니면서 글 쓰잖아. 혼자 글 쓰면 한계가 있고. 그래서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나: 맞아. 나는 굉장히 내향적인 성격인데 뭔가를 함께 하는 것은 좋아해. 혼자 할 때 동력이 떨어지는 걸 알거든. 글쓰기도 책 읽기도 그래서 함께 하는 거야. 영어교사들하고 영어공부하는 모임을 제안했고, 코로나 전에는 영어토론모임도 리더를 했고.

너는 어떤 거에 관심이 생겼어?

T: 사람 이야기. 그래서 웹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년에는 텃밭을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로웨이스트모임이나 환경모임에도 관심이 있어. 교보에 가서 환경 관련된 책들을 살펴봤는데 한 책장도 안 되는 거야. 그래서 그런 것도 알아보고 싶어졌어. 예전에는 혼자 하다가 사그라들고. 그래서 같이할 사람을 찾고 싶어.




책 내용의 공유는 20%, 80%는 책을 빗대어 각자의 삶의 고민을 나눈다.

책과 글쓰기만큼 나를 비추는 도구는 없다. 미처 안부만으로는 나누지 못한 각자의 고민이 나온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고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면 독서모임을 추천한다.


한 달에 한번, 미리 시간을 정해두면 지속하기가 더 쉽다. 특히 모두가 빈 시간인 주말 오전을 (빡세지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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