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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운 Oct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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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핑, 마르틴


안톤, 라트비아


 안톤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를 꼭 가야 했다. 심지어 그 아프리카 나라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에서만 비자 신청과 발급이 가능해서, 안톤은 비자 승인이 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이었다.


 계획이 없는 여행자인 나와, 대사관의 결정이 곧 계획인 안톤은, 밤마다 1층 벤치로 나가 차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고, 남아공의 괴상한 음악가의 영상을 보고, 이상한 결말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은 ‘내일은 꼭 비자 승인이 나길!’이라며 함께 빌었다.


 벤치에 갈 때마다, 안톤은 맨 발로 1층까지 나를 따라 나왔다. 그래서 처음에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인도를 다녀온 적이 있느냐?’ 물었고, ‘가장 사랑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답했다. 슬리퍼 신은 나도 그건 같은 마음이었다. 안톤은 비자가 발급되는 대로 애인과 아프리카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였고, 며칠 후 비자 발급에 성공하였다.


핑, 중국과 미국


 앞 뒤로 백팩을 메고 오르막길을 올라 관공서 앞에서 쉬는데, 초록 남방을 입고 디지털카메라 손잡이를 손목에 대롱대롱 건 동양인 어른이 또박또박 영어 단어를 뱉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설마 그 백팩 메고 여기까지 온 거니?’ 그래서 ‘네, 그래서 힘들어서 쉬고 있었어요.’ 답하니, ‘ you are ! strong woman ! ( 너는 강한 여자구나 ! ) ’이라며 뜬금없이 엄지를 치켜세우셨다.


 순간, 처음 본 사람에게 건넨 말치고는 좀 당황스러운 것 같아서 웃음보가 터졌는데, 이 아저씨께서도 내가 웃겨하니 본인도 ‘아, 내가 웃긴 말을 했구나.’ 뒤늦게 깨닫고 웃겨하셨다.


마르틴, 독일


‘네가 한국말을 할 때, 마치 입으로 작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같이 들려.’





그림을 그리는데 모르는 강아지가 곁을 머물다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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