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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테나 Sep 16. 2017

귀납법적 글쓰기 방법

글쓰기 형식 6.

연역법적 글쓰기 다음으로 생각해 볼 방법은 당연히 귀납법적 글쓰기 형식이다. 이 방법 역시 논리적 체계를 이해하면, 다양한 글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개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연역법과 달리 생각을 좀 더 많이 하면서 개요를 짜야하는, 약간 까다로운 형식이다. 이제부터 귀납법의 개념을 이해하고, 귀납법적 글쓰기 원리를 활용한 개요 짜기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귀납법에 대해 살펴보자.

귀납법이란, 경험적 사실이나 현상들(소전제)로부터 원리를 생각해내서 보편적 포괄적 결론(대전제)으로 이끌어 내는 추론 방법이다.  여기서 소전제는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예가 될 수 있으며, 대전제는 소전제들의 공통적 특성을 규정하는 포괄적 보편 명제가 된다. 연역법에서처럼 소전제, 대전제를 거쳐 결론이 따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대전제 자체가 결론이 된다. 소전제 자체가 하나하나의 파편적 근거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전제를 통해 이끌어낸 대전제는 소전제가 참이더라도, 참이 아닐 수 있다. 다음은 귀납적 추리의 예다.

1. 소크라테스는 죽었다.
    칸트도 죽었다.                               (소전제)
2. 소크라테스와 칸트는 사람이다.  (공통 원리)
3. 그래서, 사람은 언젠간 죽는다.    (대전제)


이 흐름을 구체적 글쓰기 개요에 적용해 보자.

귀납법적 글쓰기의 경우, 소전제들의 제시를 통해 포괄적인 원리를 찾아내는 논리적 작업도 중요하지만, 글 쓰기 전에 먼저, 핵심 논제에 대한 개념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핵심 개념과 논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소전제 자체의 근거가 잘 못 될 수도 있고, 대전제로 이끌어가야 할 핵심 원리 설명이 논점을 빗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점만 조심한다면, 중심 생각(대전제)을 결정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귀납적 글쓰기를 위한 분석적인 생각 과정을 통해서 논리적 흐름을 따라 생각을 정리하고, 중심 생각(결론)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이 귀납적 글쓰기 형식이다. 귀납법적 글쓰기 형식은 크게, (구체적인) 소전제 → 원리 분석  → (포괄적인) 대전제로 이어지는데, 생각을 떠올릴 때는 반대로, 대전제를 결정하고, 그 원리를 살펴서 소전제들을 최대한 꼼꼼히 나열해 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얼핏 보면 연역법과 귀납법이 대칭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글쓰기에 흐름을 생각해 보면, 그 전개 방식은 상당히 많이 다르니 유심히 살펴보자.  


다음은 귀납법적 글쓰기 방법을 도표화한 것이다.


귀납법적 글쓰기 형식으로 풀어갈 수 있는 논제들은 주로, "네,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거나, '가치판단'이나 '의미'를 묻는 질문들이다. 얼핏 논제 자체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과 의미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논제는 가장 어려운 논제들이다. 그 단순하고 명확한 결론을 답하기 위해, 어떤 형식 체계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근거들을 필요로 하며, 주제에 대한 글쓴이의 가치관과 주제에 접근하는 폭넓은 사고력, 중심 생각으로 이끌고 가는 논리적 분석력까지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귀납법의 글쓰기 서론은 논제에 대한 소전제가 될 수 있는 구체적 예를 들며 시작하는 게 좋다. 구체적 예는, 자신의 경험한 사건이 될 수도 있고, 보고들은 이야기들이 될 수도 있으며, 사회적 이슈가 되는 시사적인 예화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유명한 인물의 일화가 될 수도 있다. 예시를 들고, 논제와 관련된 뒷받침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서론을 마무리한다.


본론에 들어가서는, 논제가 가지고 있는 '핵심 개념'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좋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귀납법적 글쓰기의 경우, 가치판단이나 의미를 묻는 논제에 적합한 형식이기 때문에,  논제가 묻는 '핵심어 개념 정의'를 명확히 하고 들어가면, 주제 집중력에 있어서 유리한 점이 많다. (이때, 개념 정의는 사전적 정의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이 포함된 주관적 개념 정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쓰는 입장에서도, 근거로 제시되는 소전제들의 주제를 향한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소전제의 주제 관련성을 보다 명확히 이해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단순히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논제이거나, 핵심 개념 정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생략도 가능하다. 


개념 정의가 끝난 다음엔, 2가지 정도 소전제들을 제시고, 소전제의 논제 관련성을 뒷받침 내용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때, 다양한 근거 소전제로 제시하는 것이 좋으며, 뒷받침 내용의 설명에 있어서는 분석적이고, 깊이가 있어야 한다. 뒷받침 내용을 통해, 소전제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설명한 다음은, 소전제들을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핵심 원리'를 찾아내는 단계가 필요하다.  앞서 본 귀납법에서, 다양한 소전제 들의 '공통 원리'를 찾아냈듯이, 글쓰기 형식에 있어서도, 자신이 제시한 소전제들 속에서 주제에 대한 공통점이자, 포괄적 개념의 원리(공통 원리)를 찾아내야 한다. 본론 마지막의 이 부분은, 앞서 소전제들의 뒷받침 내용을 바탕으로 끌어내야 하므로, 소전제들에 대한 분석적 설명이 얼마나 잘 되었냐에 따라 공통 원리에 대한 타당성이 달라질 수 있다. 귀납적 글쓰기는, 소전제에 대한 주제적 설명의 깊이와, 포괄적 판단으로 찾아낸 공통 원리가 읽는 사람을 설득할 만큼 타당한가에 성패가 달려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포괄적 판단, 공통 원리에 대한 내용은, 대전제의 핵심 근거 되기 때문에, 글은 자연스럽게 대전제를 쓰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결론은, 논제가 제시하고 있는 질문에 대한 핵심 답변을 간결한 명제, 즉 대전제 형태로 제시하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 대전제는, 논제가 묻고 있는 핵심 질문에 대한 답변이자, 글 전체의 중심 생각이 된다. 여기에 강조하는 말을 함께 덧붙이며 마무리하는 것으로 글은 끝이 난다.


그럼 귀납법적 글쓰기 형식으로 작성한 논술 개요의 예를 살펴보자.

논제는 "차별 없는 세상은 가능한가?"이다.


우선, 논제부터 살펴보면, '차별 없는 세상은 가능한가?'라는 논제는,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라는, "네, 아니오"로 결론이 나오는 논제다. 그래서 귀납적 글쓰기 형식에 알맞다. 그리고 '차별'이라는 개념을 '세상'과 접목시키면서, 글 쓰는 사람의 가치관과 폭넓은 배경지식을 함께 드러내며 '차별'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판단해야 하는 논제라 파악할 수 있겠다.   


서론의 시작은 근대사회에 있던 태생적 신분제가 많은 국가들에서 사라져 가고 있음을 예시로 들고 있다. '차별'이라는 단어를 떠 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별의 대표적인 예인, 신분 차별을 예로 든 것이다. 그밖에 인종차별이나, 남녀 차별의 예를 들어 서론의 소전제 예시로 제시할 수도 있다. 신분차별에 대한 예시는,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계급제도, 신라시대 신분제 등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신분 차별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다.


본론은 '차별'이라는 개념어를 설명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논증을 시작한다. '차별이란, 차등을 나누어 구별하고 다르게 대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개념을 정리하고, 차별의 문제점을 설명하면 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차별은 나쁜 것이다"라는 개념과 일치한다. 이어지는 다음 단락에서는 다양한 소전제들, 신분차별은 없어지고 있지만, 차등을 나누는 데서 시작하는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이득을 위해 역시 등급을 나누어 차별하는 경제적 원인의 차별 등을 설명한다. 그러면, 체계적 효율성과 경쟁 사회의 이해득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등급과 구열구분이 존재한다는 근본 원인(공통의 원리)이 드러나게 된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 설명하자면, 차등의 등급을 나누더라도 다르게 대우하는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설명을 덧 붙일 수도 있지만, 그쪽으로 설명이 흐르게 되면, 본래 논제인 '차별 없는 세상의 가능성 판단'에서 미묘하게 어긋난 '윤리적 판단'의 글로 흘러가버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근본 원인이자 핵심 원리가 드러났으므로, 이제 판단이 가능해진다. 현재 사회에서 차등을 나누어 구별하는 행위는 사회적, 또는 개인적인 차이에 의해서 발생하고, 그것은 효율성과 이해 득실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차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결론엔, 논제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될 수 있는 "차별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라는 명제(대전제)로, 중심 생각을 깔끔하게 제시한다. 여기에 차별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지만, 차등을 나누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금지시켜서 필요 없는 억울한 차별을 만들어선 안 된다 정도의 대안을 덧붙여 설명해주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차별에 대한 글쓴이의 가치관과 대안적 생각을 드러내며 깊이 있는 결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듯, "네, 아니오"로 대답하는 논제들 또한, 가치관과 의미를 묻는 질문과 같다. 결국, "네, 아니오"로 대답할 자기 자신만의 판단에 근거를 묻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미나 가치판단을 묻는 논제들 뿐만 아니라, "네,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논제들 또한, 핵심 질문이 가치관 자체를 물어보지 않더라도, 결론에서는 자신의 주관적 가치관을 개성 있게 드러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 부분은 결론 쓰기 방법을 통해 다시 이야기하겠다)


가치 판단이나 의미를 물어보는 논제에 있어서도 글쓰기 형식은 같다.

다음은 "종교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논제에 대한 글쓰기 개요이다. 이번에는 개념 정의를 생략했다.


종교는 그 사전적 의미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데다, 논제 자체가 물어보는 종교의 의미는, 글쓴이가 가지고 있는 종교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개념 정의를 묻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 글에선 종교라는 핵심 논제의 개념 정의를 생략했다.


서론은 예루살렘이라는 종교적으로 특수한 도시의 예를 들며, 종교인들의 특성 한 부분을 엿볼 수 있게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본론에서 종교의 근본 특성을 살펴보며, 사람들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을 잠재우는 특성과 철학과 윤리적 선한 가치관 형성에 기여한다는 내용들을 소전제로 설명한다. 이 논제에 대한 개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본론 3번째 소전제인 종교전쟁에 대한 윤리적 문제에 대한 설명이다. 종교의 올바른 가르침과 근본 교리를 생각해 봄으로써, 종교가 중요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제에 대한 개성과 깊이를 확장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종교가 개인과 사회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한다는 글쓴이 자신의 포괄적 판단(공통의 원리)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것은 종교의 의미를 묻는 논제의 중심 생각인 "종교는 사람들에게 바른 가치관의 기준을 제시하고,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자연스럽게 이끈다.


귀납법적 글쓰기 형식은 개념을 설명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형식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귀납법의 원래 구조가 소전제들 → 원리 분석  → 대전제라는 것을 기억하며, 원리 분석을 할 때는 근본 개념을 잡고, 다양한 근거를 분석하며, 판단한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 조금은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다양한 근거에 대한 분석을 할 때, 논제에서 벗어 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두 번 반복해서 써보면, 나름대로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글은 직접 쓰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형식에 대해 다 이해했다고 생각해도, 실전에 적용하고, 실제 글로 완성시켜 보지 않으면 완전히 자기 것이 됐다고 할 수 없으니, 반드시 활용해 보길 바란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귀납법적 글쓰기 형식은 혼돈된 생각 속에서 흐름과 체계를 잡아가기 좋고, 두루 여러 곳에 쓰일 수 있는 형식이니 반드시 익혀두길 바란다.






<논술 글쓰기 비결> 매거진... 이제는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읽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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