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드디어 나의 축구.
BA CUP이 끝났고, 새로운 숙소에서의 생활도 충분히 적응을 했다. 드디어 이제 나의 축구를 할 시간이 왔다.
박민호 코치님이 소개해 준 독립구단 팀의 이름은 'Jugardores libre club'이었다. 팀의 수준이야 알 수 없지만 팀에 소속되어 뛸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다.
난 당연히 박민호 코치님이 직접 나를 팀에 데려가 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박민호 코치님은 다른 일정으로 바빴고 '테오'라는 일본인 코치에게 나를 연결시켜 주었다.
"축구야 내일 새벽에 테오 코치가 Pichincha 역으로 널 데리러 갈 거야"
-네.. 형님 알겠습니다!
내 인생 그 어느 날보다 설렌 맘을 부여잡고 잠을 청했고 참 오랜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새벽 공기를 마시며 테오 코치를 만나기로 한 'Pichincha' 역으로 향했다. 난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장소에 나갔고, 테오 코치는 역시 일본인답게 1분도 늦지 않고 약속 장소로 나왔다. 인상 좋아 보이는 일본인이었다.
난 영어로 테오 코치는 스페인어로 소통을 시도했지만 최소한의 소통 말고는 서로 소통하지 못했다. 그저 따라오라는 대로 따라갔고, 지하철 다섯 정거장을 지나 기차역에 도착해 또 기차를 타고 구장이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으로 향했다. 우리가 최소한의 소통으로 말했던 내용은
"유스 레벨, 성인 레벨 훈련이 다르다. 유스 레벨에서 시작하는 게 어때?"
-아니 나는 그냥 성인 레벨에서 시작할래
"천천히 해. 거기 일본인 유학생들도 있어."
-아니 나 성인 레벨에서 하고 싶어
테오 코치의 말을 대충 알아들었다. 천천히 몸을 올려 성인 레벨에서 운동을 시작하라고 하는 것인데, 나는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스페인어 한마디 못하는 내가 그 레벨에서 시작하면 언제 성인 레벨로 올라올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내 나이가 한국 나이로 33인데 어떻게 애기들이랑..이라는 마음도 있었다.)
초조함을 동반한 설렘, 불안함을 동반한 떨림을 가지고 구단 운동장에 도착했다.
테오 코치는 나를 팀에 소개했다. 테오 코치는 대충 이 친구가 성인 레벨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는 것 같았다. 클럽 감독은 흔쾌히 '시켜보지 뭐'라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훈련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