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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축구 Jul 19. 2022

3-4. 서른, 축구하기로 결심하다.

쫄보

 총감독이 훈련 전에 무슨 말을 하는데 스페인어는 걸음마 수준인 터라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니 메시처럼 생긴 친구, 이과인처럼 생긴 친구들이 마떼차를 마시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니 마떼차 한잔 마시겠냐는 눈빛으로 마떼차를 건네려 했다. 


마떼차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인들이 사랑하는 차인데 아주 어려서부터 마떼 전용 컵과 보온병을 들고 다닐 정도이다. 나는 아르헨티나에 와서 몇 번 마셔보긴 했는데 너무 써서 별로 안 좋아했다. 

메시도 수아레즈도 마떼차를 즐긴다.


 마떼차를 거절하고 락커룸을 들러보니 다들 빨라 보이고 힘이 좋아 보였다. 파란 눈의 어리고 덩치 큰 팀원들을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움츠려 들었다. 졸았다. 내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단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자신감"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쫄아버렸다. 날 조금 아는 사람은 내가 겁 없고 멘털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날 제대로 아는 사람은 겁도 많고 멘털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운동 시작도 전에 자신감을 잃어버렸고 멘털이 나가버렸다.


 운동은 총 두 타임으로 진행되었다 첫 타임에는 피지컬 관련 훈련 또는 축구에 필요한 코어 운동 세션이었고 두 번째 타임에는 전술 훈련과 게임을 진행했다. 어찌어찌 눈치를 보며 훈련을 따라가니 할만했다. 다들 나의 실력이 궁금했는지 공을 잡을 때마다 내게 시선이 꽂혔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더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첫날 운동, 다들 호기심 어린 눈 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연습이 진행되다가 연습의 마무리 11:11 게임이 진행되었다.


나는 442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 두 명 중 한 명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가뜩이나 자신감도 떨어진 상태에서 빠른 템포와 강한 압박에 정신을 못 차렸다. 충분히 뛸만한 수준인 것도 같은데 내 예상보다 더 강하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웬만한 몸싸움 상황에서는 휘슬을 절대 불지 않았고 팀원들은 서로 강하게 뭔가를 요구했다.


난 정신을 못 차렸고 경기를 완전히 망쳤다. 연습경기 자체 전이지만 첫인상이 중요한데 이렇게 망쳐버렸다.


어찌어찌 경기는 끝났고 샤워를 하고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데 별별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중 가장 강하고 선명했던 나의 속마음은


'도망치고 싶다'


였다.  그렇게 첫날 운동을 망치고 속시끄러운 상태로 숙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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