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onee Oct 20. 2021

어느 날의 단상들

[1]

왠지 모르게 축 처지고 기분이 안 좋을 때, 왠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먼저 살펴야 할 것


1. 해야 할 일을 미루진 않았는가
2. 바닐라 라떼를 안 마신 지 오래되진 않았는가
3. 개운하게 잘 씻었는가
4. 주변 환경을 어지럽게 두진 않았는가
5. 주기적으로 운동하는가
6.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진 않았는가
7. 내 마음 들여다보는 일(명상, 글쓰기)에 소홀히 하지 않았는가


특정한 사건이 있지 않은 이상, 이 7가지 중에서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을 다시 지켜나가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자연스레 올라올 때가 많다. 마음이 따라주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 것. 그런데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때가 바로 독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어야 하는 타이밍이다.





[2]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 한때는 그게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나를 사랑하는 게 어떤 건지 조금 알 것도 같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분으로 말하자면 사랑한다는 능동적인 마음보단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에 가깝다.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일뿐. 사랑받는다는 건 타인으로부터만 오는 일방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에게 사랑받는, 작고 깊은 감동을 자주 느끼는 요즘. 내가 나를 가만히 안아주고 다독이고 있다 보면 살아가며 이 마음만은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3]

낯선 환경에서 자신 있게 내 의견을 말하는 게 어렵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이 거절당한 것도 아니고 나의 작은 의견이 수용되지 않은 것뿐인데. 요즘은 그런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내 의견을 던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전히 내 의견을 냈을 때 비난이 아닌 비판을 받는 것조차 조금 불편하고 때론 시무룩 하지만, 처음엔 아예 의견도 잘 못 내던 내가 이 정도나 던지는 게 어딘가 싶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성도 생기고 건강한 자극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시무룩한 마음을 빨리 지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주눅 들기보다는 묘한 희열을 느낀다. 좀 변태 같나.

그만큼 내가 못하던 걸 깨나가는 과정은 결국 카타르시스다.




[4]

한때는 내가 좋아하는 모두와 내밀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게 조금 슬펐다. 그러다 꼭 모두와 그럴 필요도 없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됐다. 되려 만나는 사람마다 그 결에 맞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에 내가 더욱 풍부해진다는 것도. 깊은 이야기를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상대는 딱 한 사람만 있어도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은 너무 좋아하는 두 사람과 토요일 아침부터 진하고 진한 대화를 했다. 한 사람도 충분한데 그런 사람이 무려 두 명이나 곁에 있다니, 대화 내내 행복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간.- 

2020년 2월 22일, 합정 콜마인에서








이전 11화 joly me, melancholy me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