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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프 May 08. 2022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 EP7

'스타트업 신입에 지원하느라'편

2022.03.01 스타트업에 서비스 기획자로 지원하다.



스타트업, 특히 IT 관련 스타트업에서 PM을 꿈꾸고 있던 나는 '원티드'라는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채용공고들을 눈여겨봤었다. 그러던 중, 교육 관련 어플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그 회사는 신입도 서비스 기획자로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돈과 같은 금융적인 대우일 수도 있겠고, 워라밸이라고 불리는 일과 삶의 조화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즉 회사의 문화를 아주 중요시하게 여겼다. 물론 내가 일을 하며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자체로 우선적인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사람'을 중요시하는 만큼 회사도 '사람'을 중요시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CEO의 인터뷰 영상도 찾아보고, 직접 서비스도 어느 정도 써보았다. 회사 홈페이지도 읽어보면서 마음의 결정을 했던 듯하다. 비록 흔히 '네카쿠라'라고 불리는 기업들과 견주어 보았을 때 월등히 뛰어난 기업은 아닐 수도 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내가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사회 초년생으로서 일을 배워야 하는 입장에서 내가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곳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네임 벨류가 좋은 회사를 다 넣어보는 스타일보다는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본 회사 서류를 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력서부터,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대표 서비스를 사용한 후 직접 작성한 역 기획서까지. 지금 생각해도 '회사 맞춤' 그 자체였던 듯하다. 


사실은 어떠한 경험도, 그렇다고 배경지식도 완전하게 지니고 있던 상태가 아니라 채용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의를 두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여정이었다. 그저 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의 깨달음, 배움이라도 얻는다면 나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결과도 좋았지만!)



(아래는 서류 제출 직후 당시에 적은 글이다. 당시에는 브런치 주소도 함께 포트폴리오에 기재하였기 때문에 혹시라도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이후에 글을 올리겠다 마음먹고 저장해둔 글이다. 이제야 올리게 되었다!)


최근 많이 혼란스러웠다. 정말 오랜 기간의 휴식 끝에 취업시장에 뛰어들었고, '서비스 기획'을 막연히 하고 싶었던 나는 본격적으로 서비스 기획자의 career path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사실 요즘 떠오르는 (유일한 비개발) 직업군인 서비스 기획자는 PM, PO와 같은 다양한 말로도 통용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브런치나 기획자 블로그만 읽어도 사실은 다 다른 직업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 기획자라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서비스 기획자인지, PM인지, PO인지 또다시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사실 그 3개의 직군 모두 신입은 잘 채용하지 않았다. 자꾸만 기회가 없다는 말로 또 움츠러든 것은 아닌지 (사실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 바로 스타트업 신입. 나에게는 일할 수 있는 기회라면 그 어떤 것도 좋다고 생각이 되었다.


원티드와 로켓펀치를 꽤 자주 보는 편인데, 거기에서는 스타트업 신입 채용을 그나마 볼 수 있었다. 여러 회사 채용 공고를 보던 중,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발견했다. 그렇게 어플을 사용해보고, CEO 인터뷰, 회사 홈페이지 등을 살펴보고 회사의 비전과 성장이 꽤나 주목할만하다고 느껴졌다. 스타트업 신입이 어떤 건지도 모른 채 무작정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첫 역 기획서도 이번에 지원한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주제로 작성하였다. 포트폴리오는 PDF로 다시 작성을 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부족해 기존의 노션 포트폴리오를 PM용으로 수정만 해서 링크로 제출했다. 대기업들과 다르게 자기소개서는 지원동기만 작성하면 되었고, 이력서는 이전에 만들어두었던 한 장짜리가 있었다. 그러나 회사 theme에 맞게 수정, 채용 서류에 적힌 요건들을 위주로 내용을 채워 넣어서 제출했다. 총 제출한 서류가 4가지이다.

이력서

지원동기

역기획서

노션 포트폴리오 


지원동기를 작성해서 처음으로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첨삭을 받았다. 학원 도움 없이 고입 자소서를 작성하기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생 때 여름방학 때 한국에 들어왔을 때 특목고, 대학 입시 컨설팅을 하면서 자소서를 작성했던 이력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점차 한국어 실력은 퇴화되었고, 한국어로 문서를 작성할 기회가 적었던 나는 아마 딱 그 수준에 머물러있기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그리고 나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정말 꺼려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용기 내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국어교육과 출신인 어머니는 나의 혈육이 취준 하던 시절에도 때때로 자소서를 봐주고 첨착을 해주었다 (내 고등학교 입시 때도 물론이고). 그리고 한 명은 얼마 전 입시를 겪은 따끈따끈한 현역, 그리고 한 명은 (내 기준) 엄청나게 프로페셔널한 기자였기에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나는 엄청난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역시 글은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더욱 빛나게 다듬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작성한 서류들을 가지고 마감일을 하루정도 앞두고 지원을 완료했다. 사실 지원을 하기 직전에 '스타트업 신입', '스타트업 신입 고민' 등과 같은 키워드로 여러 직장인 커뮤니티, 취업 커뮤니티, 브런치와 같은 곳에 등록된 관련 글들을 읽어보았다. 결론적으로 대부분 '하지 마라'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환경은 경험이 없는 신입과 100배 강한 안 좋은 시너지를 발생시킨다는 것. 솔직히 이 말을 듣고 제출 버튼을 누르지 말까 심히 고민했었다. 남들이 입을 모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쉽게 무시하지 못하니까. 또한, 실제로 최근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는 유니콘 기업 외에는 대우가 평균적으로 매우 낮다. 특히 어중간한 스타트업에서 신입을 하는 것은 본인의 가치를 후려치는 것 (단어 선택이 조금 과격하긴 하지만)이라는 표현을 보고 머리가 조금 띵했다. 


기회가 안 보인다는 이유로 나는 어쩌면 그냥 비교적 쉬운 길을 택한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내가 그 회사에 합격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지원을 한다는 것은 오로지 내가 선택을 하는 것이기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을 했다. 사실 스타트업같이 실무에 바로 투입이 될 인력이 필요한 곳에서 나같이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은 선호하지 않는다. 혹시나 내가 서류에 합격하더라도, 과제 수행을 해야 하고, 면접도 남아있다. 어떠한 단계이던 아직 채용 과정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에게는 결과에 관계없이 이 모든 절차로부터 새로운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면접에 가게 된다면 실제 CEO와 근무하는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며 그 회사에 대한 또 다른 정보를 얻어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결정과 걱정은 그때 가서 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번 과정을 통해 정말 다양한 것을 배우고 느꼈다. 우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취업을 한 '서비스 기획자'들의 준비과정, 스펙, 포트폴리오 등을 굉장히 많이 보게 되었다. 보면 볼수록 느끼는 게, 나는 정말 한 없이 부족하고 경쟁력이 없는 지원자라는 것. 누군가와 경쟁을 해서 쟁취를 하려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한 노력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 다행스럽게도 예전의 심적으로 힘든 나였으면, 그런 것들을 보고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덜컥 두려움을 느껴서 도망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잘 해내 보고 싶다', '이왕 쟁취하는 것 그 누구보다 빛나고 싶다'라는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은 느낌이다.


서비스 기획은 신입을 뽑지 않는다면, 추후에 기획자가 될 수 있는 베이스를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 기획자는 개발, 서비스 운영, 마케팅, UIUX 등 많은 분야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서비스 기획자가 몸 담고 있는 여러 분야 중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그 분야로 취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마케팅이나 서비스 운영. 일단 두 분야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수집해보고, 한 번에 서비스 기획자가 될 수 없다면 차근차근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기면 되지 않을까. 


연반인 재재님께서 "그 분야에 도달하고 싶을 때 그 주변을 밟다 보면 마침내 원하던 곳에 다다르더라"라는 말처럼 기회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지 말고 기회를 찾아보려고 한다. 


어마 무시한 취업시장이 무서워서 회피하던 내가 피하지 않고 한 발 내디딘 느낌이 들었던 이번 과정.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처음은 늘 어렵고 서투르다. 막상 하기 시작하면 쉽지만, 하기로 결심하고 하기 직전까지가 제일 힘들다는 게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진짜 한 발을 내딛고 시작했으니, 이제 열심히 앞으로 뛰어나갈 일만 남았다!


아무쪼록 좋은 깨달음과 함께 좋은 결과도 있길 바라며!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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