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과제 전형을 진행하느라' 편
2022.03.09 서류 합격 및 과제 전형 안내 이메일을 받다.
"이게 될까?" 하던 마음으로 제출했던 서류는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으로 되돌아왔다. 취준을 시작하면서, 특히 기획자를 꿈꾸면서 처음으로 서류 합격을 맛보았던 짜릿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짧았던 취준 기간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라고 스스로 여길 수 있었고,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내 서류가 가치 있게 받아들여지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정적 위로를 받게 되었다.
기쁨도 잠시, 또 다른 현실이 크게 다가왔다. 바로, 과제 전형. 나는 한 번도 이렇다 할 과제 전형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혼자서 연습 삼아 만들어본 역기획 서가 유일한 관련 경험이었다. 사실, 여기서 채용 과정을 그만두어야 하나 싶은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역시나 실패하더라도 경험하고 실패하자 마인드를 버리지 못했다.
제일 편한 날짜를 적어서 답변을 드렸고, 지정된 날짜 11시에 과제 전형을 담은 메일을 받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24시간.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갈 테고, 이제 모든 것은 나의 머리, 나의 손에 달리게 되었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공유는 불가능하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고 사용하는 유명한 서비스 중 하나를 택해 간단한 기능에 대한 기획서를 제작하는 것이 과제였다. 회사에서 제공해준 포맷에 맞추어 내용을 작성하는, 간단하다면 간단한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던) 과제였다.
사실 어떤 노하우도, 방법도, 이렇다 할 지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최대한 말이 되도록 작성한 듯하다. 아이템 선정을 한 번 했었지만, 중간에 바꾸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역기획서 아이템과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했지만, 결국은 또 자가 복제로 밖에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다.
그나마 평소에 이런 서비스에 특별하게 나타나는 문제점, 나아가 사회 현상으로 불리는 문제점이 하나 생각이 났었다. 그 부분에 집중을 했고, 사람들이 그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타 플랫폼의 콘텐츠를 내부화 시키는 것으로 결정하여 문서 작성을 시작했다.
앞서 설명한 부분이 기획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그래서 그 문제점이 해결되었다는 메트릭을 설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 일을 하고 있는 현재에도 아리송한 게 바로 이 측정 기준이다. 그때는 그냥 수치는 아무렇게나 작성한 기억이 난다. 대신 그 문제가 해결되면 수치에 이상이 나타나야 하는 것을 두 가지를 꼽았던 기억이 난다.
한 가지 현상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그 현상에 다다르는 유저 타입을 고민해보니 두 가지가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을 했다. 따라서 각 유저 타입에 대한 케이스를 제작하게 되었다. 나는 앞선 포스팅에도 말했지만, SQL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다. 따라서 그 부분을 조금 더 강조하기 위해 기획서에 관련된 DB 생성, 필요한 칼럼 및 데피니션 등도 함께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실제 기획이 개발되고 배포된다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디자인 및 프로토타입을 피그마로 제작했다. 이때 피그마를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프로토타입 제작에 약 5~6시간을 투자하게 된 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무모했지만, 그때 경험으로 피그마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나에게 24시간이 주어졌지만, 과제를 끝내고 나니 새벽이 되었다. 도저히 다음날 아침 11시까지 일어나 메일을 보낼 자신이 없어서, 늦은 시간임을 알지만 과제를 이메일로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해당 메일에 소감을 함께 요청해주셨기에, 짧지만 과제 전형을 하면서 느낀 점을 함께 작성하게 되었다.
아래는 실제 소감으로 작성해서 제출한 내용이다.
우선, 이번 기회를 통해 과제 수행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먼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PM직군에 굉장히 관심은 많지만, 직접적인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 이번 과제를 수행하는 것 자체로 저에게는 PM 직무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막연하였던 PM 업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부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디자인이나 개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지식이 결여되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완성된 기획서의 퀄리티가 다소 아쉽지만, 이러한 결과물이 시간적 제약이 아닌 경험과 지식의 부재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본 과제를 수행하며 제가 더 좋은 PM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점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채용 결과에 관계없이 이미 충분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혼자서 취업 준비를 할 때는 쉬이 얻지 못하는 정보나 개인적인 문제점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실제 서비스 기획자의 실무적 경험에 대한 간접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었던 점이었다. 물론 회사마다 일 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어쨌든 하나의 기획이 작성되기까지 고려해야 하는 점들에 있어서 처음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또한, 기획서를 작성하면서 당연하겠지만 내가 지닌 지식 및 경험에 대해 부족한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1.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최소한의 개발 지식
2. 기획서 작성 요령
3. 다양한 시각 및 사고
정도였다. 사실 부족한 점을 깨닫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내가 어떠한 것에 대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심리적으로 일정한 레벨의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이후에 내가 배울 수 있는 점들에 더욱 주목하기로 했다. 혼자였으면, 이 기회를 시도조차 안 했으면 몰랐을 것들을 알게 되었다면, 정말 이 과정 자체에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애초에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기로 했던 나였기에 오히려 이 도전을 충분히 즐기고, 그래서 결과가 따라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아직도 한다. 그렇게 과제 제출을 하며 첫 과제 전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메일을 제출하던 당시에도 결과보다는 내가 이 과정을 해냈다는 뿌듯함에 더욱 홀가분했던 것 같다. 결과는 어차피 나오게 될 것이니,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말자! (라는 생각이었다.)
과제 전형을 통과하게 되면 최종 면접이었다. 두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라며 그렇게 잠에 들었다. 실제로 면접 전형에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로.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