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최종 면접을 진행하느라'편
2022.03.22 과제 합격, 그리고 인터뷰 일정 관련 이메일을 받다.
이전 편에서 진행했던 과제 전형에 대한 합격 소식을 들었다. 지원 전에는 내가 면접까지 진행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저 도전에 큰 의의를 두었지만 그래도 실제로 성취를 할 수 있어서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받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마지막 단계인 인터뷰 전형이 남아있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다시금 또 고민과 걱정에 사로잡혔다.
솔직히 말하면 면접까지 내가 올 수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안 했기 때문에 더 큰 기쁨, 그리고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 더 큰 걱정을 껴안았다. 일단 차분히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서울에 갈 때마다 많은 일을 해결하고 오곤 했다. 면접을 빌미로 놀러 가는 듯했지만 (사실 맞다), 그래도 어떠한 이유에서 금요일을 택하게 되었다.
면접 예정일은 4월 1일. 약 10일 정도의 기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면접을 본 경험은 있지만, 외국계 회사였었고,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는 전무후무했기 때문에 어떻게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막막함이 느껴졌다. 스타트업이라 채용과정에 대한 그 어떤 리뷰도 없었다. 결국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제출했던 서류들을 다시금 살펴보고, 디테일 점검, 예상 질문 정리 후 스스로 답변 정리해보기였다.
제출 서류에 꽤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기재되어 있는 디테일을 점검했고, 또 적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한 번 더 체크를 했었다. 그리고 예상 질문은 "내가 만약 면접관이라면 내 서류를 보고 어떤 점을 질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질문 리스트를 뽑아냈던 것 같다.
하지만 면접을 준비할수록 뭔가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답변을 잘 익혀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전달하는 것에 목표를 맞춘다면 하나의 질문에 유창하게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내가 지닌 생각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전 준비가 도움이 되었지만 인터뷰 결과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추후에 팀에 합류하고 난 후, 당시 면접관 현재는 팀원인 분들께 물어봤을 때에도 면접 질문은 답변을 달달 외워서 얘기할 수 있는 질문과는 조금 달랐고, 오히려 정형화된 답변을 들었다면 더 캐물었을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다.
생각 정리까지만 마친 뒤, 남은 시간에는 오히려 질문 리스트를 꼼꼼하게 만들었다. 한때 취업시장에서는 인터뷰 대상자가 을, 회사가 갑이라는 이미지가 꽤나 오래, 그리고 선명하게 인식이 되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회사가 나를 평가하지만, 나도 회사를 평가하는 동등한 위치에 있다. 외부인으로서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에 더해서 진심으로 내가 이 회사에 가고 싶은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하지만, 추후에 오퍼를 받았을 때에는 내가 이 회사를 다닐지 말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때에는 궁금한 것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가장 적을 선택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질문을 더 많이 준비했다. 직군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것, 회사 문화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혼자서는 답을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한편으로 질문은 내가 스타트업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과 걱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추천하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춤할 때마다 도전 자체에 의의를 두며 한 단계 씩 나아갔고 이제는 실질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단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런 질문을 통해서 걱정을 표출하고, 답변을 통해 걱정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면접 당일이 되었다.
2022.04.01 최종 면접을 진행하다.
오전 일찍 집을 나섰다. 기차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오후 12시쯤 서울역에 도착하고 일단 회사 근처로 이동했다. 미리 봐 둔 밥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원래 중요한 이벤트 전에 밥을 챙겨 먹는데, 보통 입맛이 없어서 다 안 먹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밥했다. 그 정도로 편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회사 옆 건물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마지막으로 내 서류를 리뷰했다.
슬슬 긴장감이 올라왔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곧 인터뷰 시작이니 끝나고 연락하겠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회사로 향했다. 인터뷰 시간보다 약 5분 정도 빨리 도착해서, 인사 담당자님의 안내를 받아 잠시 대기를 했다. 사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내가 대기를 하는 옆 소파에서 누군가(우리 팀원은 아니었다)가 잠을 청하고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나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일까 봐.
시간이 흐르고 인터뷰를 하기로 한 회의실에 도착했다. 면접은 3:1로 진행이 되었다. 각자 소개를 먼저 해주셨고, 어떤 순서로 인터뷰가 진행될지 안내해주셨다. 그렇게 면접은 시작되었다.
인터뷰는 면접 안내 이메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정말로 '나'라는 사람이 팀원으로서 적절한지, 잘 맞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대부분의 회사는 사실 능력 확인 + 조직 문화에 어울리는지에 대해 평가를 한다. 내가 지원한 회사는 개인이 가진 능력도 중요시하지만 면접에서는 정말 이 사람이 현재 팀과 잘 어울리는지에 초점을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받은 질문들과 답변을 적고 싶지만,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 한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처음은 예상 가능한 질문들로 시작되었다. 이력서에 적은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이 주를 이루었고, 그리고 이 직군을 선택하게 된 큰 흐름에 대해서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한 번에 생각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황하지 않고 면접관께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 한 뒤 찬찬히 생각을 하며 미리 제공해주신 종이에 간단한 키워드로 흐름을 잡아갔다. 내가 어느 정도 내용이 숙지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하나씩 답변을 드렸다. 어떤 이유에서 고등학생 때 전공을 선택했는지, 어떤 활동으로 인해 PM에 흥미를 느꼈는지, 그리고 내가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에 대한 콤플렉스가 PM에서는 장점으로 승화된 과정을 전달하였다.
이 외에도 어떤 것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지, 대학교 동아리 활동에서 리더로 활동한 경험을 직접 그리고 남들이 내리는 평가에 대해서, 커리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등 다소 예측 가능하지만 대답하기는 쉽지 않았던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대답을 하기 어려워서 스트레스를 받았기보다는, '이런 시각으로도 사고를 할 수 있구나.'라고 깨달은 점이 더욱 많은 것 같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가 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표현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내가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포지션인지를 설명해보라는 질문이었다. 정말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차분히 고민하고, 솔직하게 답을 했다.
이렇게 초반부 인터뷰가 진행이 된 후, 내가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다. 가장 궁금했던 몇 가지 질문을 우선적으로 물어보았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답변은 바로 신입 PM을 뽑는 이유에 대한 답변이었다. 업계적으로 신입 PM은 드물다. PM이란 모든 것에 능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답변은 '경력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PM은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지, 경력이 많다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고 무조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판단하고 주도성을 가진다면 경력에 상관없이 좋은 PM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능력이 좋지 않더라도 더 빠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을 선호한다.'였다. 그 대답에 사실은 마음이 사르르 녹은 것 같다. 신입 PM으로서 어디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회사도 존재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전에 진행했던 과제를 기반으로 후반부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기획 속속 팀원께서 기획에 대해 실제로 궁금하신 점, 그리고 예상되는 단점, 혹은 고려해볼 수 있는 대체 방안 등에 대해 질문하셨다. 사실은 기획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거의 제로였기 때문에 맞는 답변인지를 가늠할 수 조차 없었다. 그냥 내가 생각했을 때 맞는 것 같은 답변으로, 그리고 모를 땐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지금 일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인터뷰를 돌아보면 정말 팀 내에서 회의를 하는 것과 유사한 과정이다. 실제로 내가 작성한 기획서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예전보다는 기획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지만 답변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로직이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한 번 더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고, 앞서서 물어보지 못한 남은 질문을 드렸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회사의 장단점에 대해 여쭤보았는데, 내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 팀원들도 고민하고 있고, 인지하고, 또 더 나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전해 들었다. 그 부분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고민을 그래도 함께 나눌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고민이 완전히 해소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채용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셨다. 사실 인터뷰 과정에서 이런 피드백을 요청하는 게 드물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회사가 '갑'의 포지션을 띄기 때문에 '을'에게 피드백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우리 팀에 활발하게 진행하는 피드백 문화가 채용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던 것 같다. 무엇보다 함께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채용자 한 명의 의견도 경청한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인터뷰는 마무리되었다. 2시에 시작한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회사 로비로 나오니 3시 45분. 너무 지쳤다. 내가 잘 본건 지도 모르겠는 채로 회사 로비에 있는 아무 의자를 찾아 일단 앉았다. 너무 집중과 긴장을 했었어인지 긴장이 풀리면서 두통도 함께 몰려왔다. 멍하니 있다가 부랴부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마쳤다는 연락을 주고 그대로 5분간 앉아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잘 본 면접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쉬웠다. 물론 처음 정식으로 면접을 본 것이기 때문에 잘 봤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최소한 내가 PM이 될 수 있는 자질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과정으로 만족하고 그렇게 회사를 떠났다. 지금의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로!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
다음, 아니 마지막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