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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프 Jun 30. 2022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 마지막 EP

'계약서를 작성하고 직장인이 되느라' 편

2022.04.06 인터뷰 합격 이메일을 받다.



5일 전 (당시 금요일) 인터뷰를 끝내면서 회사에서는 다음 주 말까지 합격 여부를 알려주신다고 하셨다. '그럼 다음 주 금요일이나 그다음 주에 알게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친구와 벚꽃놀이를 하러 나가기 위해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인터뷰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인터뷰 직후 친구들에게 이렇게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ㅎ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분명 나는 인터뷰를 망한 것 같은데, "이게 맞나? 왜? 내가?"라는 물음표만 머리 위를 떠다녔다.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당시 집에 계시던 아빠께 "아빠 나 취직했어!" 한 마디를 던지고 집에서 나왔다.


운전을 하며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가고 있는데, 자꾸만 취준생에서 직장인 되기 일보직전의 내 상황이 너무 어이없었다. 전혀 1도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감이 안 났던 것 같다. 기쁘다, 좋다 이런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순간도 없이 그냥 어벙벙한 상태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친구랑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벚꽃을 구경했고, 그냥 같이 길을 걷다 친구에게 "사실 나 방금 인터뷰 합격 메일 받았어."라고 말했다. 오히려 친구가 본인보다 더 기뻐해 주었다. 그렇게 저녁도 먹고 밤 드라이브도 가고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고 혼자 운전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점점 실감이 났던 것 같다.


실감이 났으면 현실을 직시하고 이제 선택을 할 차례. 집으로 돌아와 찬찬히 급여 관련 서류를 검토해보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이기도 하고 또 서비스 기획자라는 직군이기 때문에 내 급여가 적정한 선인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가족 중에서는 스타트업과 관련된 사람이 없었다. 결국 고등학교 동창 중에 스타트업을 직접 운영하는 친구 C에게 연락을 취했다. C는 흔쾌히 알아봐 주겠다고 답장을 주었다.


친구에게 답장을 기다리며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부모님은 내 선택에 맡기겠다 하셨다. 친구의 답변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내가 그 급여를 받으며 만족하고 회사에 다닐 수 있는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합격을 해서 좋긴 한데 내가 더 좋은 회사를 갈 수 있으면 어떡하지? 내가 내 능력을 너무 낮게 보는 건가? 만약 이 회사를 안 간다고 하면 또 언제 어떤 회사를 갈 수 있을까? 등등 취준 동안에는 생각조차 못해본 깊은 고민들이 인터뷰 합격 이메일을 받자마자 시작되었다.


다시금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하기 전 망설였던 그 시점에 결심한 것을 떠올렸다. 경험. 나는 경험에 목말랐다. 돈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는 결국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돈의 액수가 더 이상 큰 문제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팀, 그리고 팀 문화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그 가치를 쉽게 부정할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합류 의사를 밝혔고 (사실 그 중간에 여러 과정이 생략이 되었지만) 그렇게 나는 스타트업을 커리어의 첫 시작으로 선택했다.


최종 합류 의사를 밝혔을 때 아마 이런 다음 사진과 같은 마음이었다. 이미 선택은 했고, 그렇다면 내 선택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만이 남았다.


 달간의 서류, 과제, 그리고 면접 전형을 끝으로 공식적으로는 3개월, 비공식적으로는 1  취준 생활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아직 여전히 나는 수습기간도 끝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다. 그렇지만 차이점이라고 하면 이제 4 보험 가입자라는 ,,, 후후.


험난한 취준 생활을 예상하고 호기롭게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얼렁뚱땅 얼레벌레 취준 생활의 샷다를 일찍 내려버린 것 같다. 그래도 긴 취준 생활보다는 이른 직장생활이 낫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게 맞았을까,,,?ㅎㅎ).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는 본 편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그렇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회초년생은 좌절할 시간이 없어요'시리즈는 이제 시작이니까.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좌절감, 성취, 어려움, 극복, 그리고 성장. 나를 부르는 명칭은 달라졌지만 '나'라는 주체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직장생활은 쉽지만은 않다.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는 끝.

'사회초년생은 좌절할 시간이 없어요'는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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