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과 질문과 희망과 때로는 다시 넘어짐 그 사이에서의 외줄 타기.
그렇게 비틀거리며 걸어가면서 빠름보다는 느림에서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느림, 그것을 기억해야겠다.
한때 많이 닮고 싶었던, 사랑하는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전시, "그러면, 거기".
전시 제목도 참 그를 닮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삐뚤삐뚤한 필기체의 글씨를 다 알아볼 수 없었지만 자꾸만 읽게 되었다. 그림에 자신이 없었던 그가 그만의 색깔을 찾아간 과정, 미니어처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거대한 조형물이 되어 자연과 사람과 어우러지는 그 과정이 참 인상 깊었다. 평면에서 3차원의 공간으로 확장된 그의 즐거운 몸짓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작품 앞에 작은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큼직한 작품을 코끼리 만지듯 오롯이 즐긴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그 작품보다는 작가를 더 음미하는 존재가 된다.
사랑의 방식은 참 다양하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여전히, 자라고 있다. 남몰래 뭉쳐진 그 상처가 참 깊었을 텐데, 어쩌면 그 작고 단단한 마음이 조금씩 누군가를 품을 수 있는 마음으로 커지나 보다. 그래서인지 타인을 이렇게도 따뜻하게 감싼다. 그 품의 향기가 날아가기 전에 얼른 기록해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