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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Apr 10. 2024

리뷰] 도종환이 교육 이야기

도종환의 교육 이야기: 저자 도종환, 출판 사계절, 발매 2011.06.30.

          

아무리 편법이 세상의 힘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해도 

교육은 아이에게 정공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 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다이애나 루머 니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전문  P 135~136


80년대 후반 어떤 남편의 순애보적 사랑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라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담은 이 시집은 당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처음 그렇게 세상에 나타난 시인이 사실은 본업은 시인이 아니라 지방 소도시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교육 운동을 하며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인으로 그동안 살아왔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그는 출마하지 않았다. 이 책은 정치인이 되기 전 교육 운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마음을 담아 들려주는 교육 이야기책이다. 

접시꽃 당신(출간 25주년 특별한정판): 저자 도종환, 출판 실천문학사, 발매 2011.05.30.


 1. 간단 책 소개

이 책은 교육 에세이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의 개정판을 내면서 제목도 부제였던 '도종환의 교육 에세이'를 [도종환이 교육 이야기]로 고쳐서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의 부제에 붙어 있는 말처럼 교육이란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예제를 들어 교육을 설명하고 있다. 


[포리스트 카터가 남긴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소설에는 교육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교육이란 두 개의 줄기를 가진 한 그루 나무 같다고 말합니다. 한 줄기는 기술의 줄기이고 한 줄기는 가치의 줄기라고 합니다. 기술의 줄기는 자기 직업에서 앞으로 발전해 가는 법을 가르치는데 그래서 최신의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줄기는 굳건히 붙들고 바꾸지 않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정직하고, 절약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 등은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가치들을 배우지 않으면 기술 면에서 아무리 최신의 것들을 익혔다 하더라도 결국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고 합니다.”]


2. 기억에 남는 문장들.

p7. 서문

몇 해 전부터 핀란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수업 시수도 우리보다 적고, 학원도 없으며, 학교에서 협력 학습으로 공부하는데도 국제 학력평가 프로그램 PISA(Program for Internationl Student Assesment)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경쟁교육으로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그들보다 뒤처지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쏟고 노력을 기울여 성적을 상향 평준화하는 길로 가는데 비해, 우리는 잘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이끌어 가면서 뒤처지는 학생들 때문에 생기는 하향 평준화를 교육의 큰 문제라고 격정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교육이 너무 대비가 됩니다.(중략) 학교에서부터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원리로 굴러가는 나라, 그러면서도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두 배 높고 반부패지수 1위인 동시에 국가경쟁력 1위인 핀란드 같은 복지국가로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중략) 경쟁과 협력의 균형을 찾는 일이 필요합니다. 바른 인성을 갖도록 가르치며 동시에 창의적인 사람으로 키우는 일이 필요합니다.

→잘하는 몇몇 아이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모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p11. 우리 아이들이 개성 있고 창의적이며 감성지수가 높은 능력 있는 아이로 자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의 기쁨과 노동의 가치를 알고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졌습니다.(중략)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고 걱정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 속에서도 변화하는 현실을 직시하며 무너져야 할 것과 무너져서는 안 될 것을 구분하고, 다시 새롭게 세워 나가야 할 교육의 원칙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학생들의 문화와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하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의 곁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뒤 우리가 보듬어 안아야 할 것을 찾아보고 더 나은 길을 일러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고 이해하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p19. 정서교육- 들풀 캐러 가던 날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기 이전에 먼저 느끼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한데 그걸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보고 그걸 참으로 아름답게 느끼고,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그 꽃 이름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서 알게 된 거면 더 오래오래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 아닌가.(중략) 지식으로 가르치고 설명하려 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몸으로 보여 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꽃이나 짐승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도 어른들이 먼저 분별력 있게 행동하고 고운 심성으로 대하는 걸 보면 아이들도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을 구분해서 생각할 줄 알게 되며, 무엇을 가엾게 여기고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선하고 어떤 것이 악한 것인지,  부끄러워해야 할 것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을 구분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당장은 지식을 가르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인격을 바르게 갖도록 하는 일이니, 그것이 훨씬 값진 교육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른은 거울과 같다. 바르게 비치기를 원하다면 바르게 보여주어야 한다.


p26. 김구 선생은 수준 높은 문화의 힘으로 이룩되는 아름다운 나라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라고 하셨다. 어려서부터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고, 글쓰기나 악기 다루기를 좋아하며, 그림 그리고 음악 듣는 일이 교양의 기본이며, 좋은 영화나 연극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이 시대의 꿈같은 이야기일까?

→눈에 보이는 감각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아이로 만들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불행한 세대이다. 초등생들의 90% 이상이 장래희망이 연예인이라는 기삿거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아이들을 그리 가르쳤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수준 높은 문화의 힘을 보여 줄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나게 하는 일이 바로 지금 이 나라 어른들이 할 일이다.


P 31. EQ를 기르는 교육-아이들 가슴속의 보석

교육이 자체 내부에서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노력의 결과가 쌓여 평가 방법과 입시제도가 다라지고, 나아가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순서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다 못한 기업이 정부에 입시제도와 수급정책, 교육 내용 등의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의 요구에 끌려가고 정작 교육 현장은 요지부동 상태에 머물러 있어 끝없는 시행착오와 혼선을 되풀이하고 있는 게 요즈음 교육의 현실이다.

→교육계가 가장 보수적이다. 세상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요즘 변화에 둔감한 우리나라 교육계는 한시바삐 지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우리 교육의 희망이 산다.


P36. 아이들은 지금 현재의 교실을 보고 1학년 교실은 입원실, 2학년 교실은 중환자실, 3학년 교실은 영안실이라 부르는 현실을 그냥 웃어넘겨야 할까?  


P38. 우리는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나중에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어떤 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할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일생을 보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 개성에 맞는 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온 정열을 다 바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며 사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함이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자기가 타고난 재능을 맘 것 발현하며 그것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성취감 및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 또한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P44. 스스로 하는 교육-동물 길들이기와 식물 키우기

체벌 반대론자였던 로마의 교육학자 쿠인틸리아누스는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 한 바 있다.

첫째, 체벌은 원래 노예를 대상으로, 주인의 눈을 피해 게으름 피우는 노예를 부리기 위해서 채택한 방법이기에 자유인의 자녀들을 위한 자유 교육 방법으로는 맞지 않다.

둘째, 그것은 교육 방법 중에서도 가장 졸렬한 방법이다. 교사의 기술이 모자라거나 인격의 감화를 미치지 못할 때 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셋째, 매의 습성화다. 매는 처음에는 효과가 있지만 자주 맞으면 그 효과가 감소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좋은 교육 방법일 수 없다.

넷째, 매는 공포와 압박을 주기 때문에 해롭다. 겁에 질려하기 싫은 공부를 하는 피동적인 아이, 남 앞에서 모욕당하기 싫어 일을 얼버무리는 아이를 만들기 쉽다.

다섯째, 매는 당사자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공포심을 조성해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P50. 의식화 교육이라는 말을 쓰면 지레 겁을 먹고 한발 물러서거나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교육의 과정이란 원래 의식화 과정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것을 의식하게 하고, 제대로 된 의식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제대로 된 의식을 갖도록 일깨워 주는 과정 그 자체가 교육인 것이다.

→교육의 올바른 가치관에 대한 의식화가 필요하다.


P54. 노동교육-노동의 가치, 노동의 도덕

"너희 아버지 봐라.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너희도 알지. 너희 아버지처럼 저렇게 정직하게 일하시는 분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넉넉하게 살지 못하는 건 아버지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일한 만큼의 대가를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사회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너희는 공부해서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대우받고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정직하고, 부지런하셨으며,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해 살다 간 멋진 우리 아버지가 생각난다.


P58. "너는 어째 그리 요령이 없니. 그럴 땐 요령껏 하는 거야" 아이에게 세상 살아가는 방법 하나를 가르쳐 준다는 것이 이런 식이 되면 아이는 세상 살아가는 방식의 정공법을 배우기 전에 편법에 익숙해지게 된다. 물론 세상이 교과에서 배우는 것처럼 되어 있지 않다 해도 아이들에게는 정도를 먼저 알려주고 그 길을 걷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편법이 세상의 힘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해도 교육은 아이에게 정공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P60. 식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자기 자신들부터 자기 회사 제품을 안심하고 먹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 노동의 도덕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고용해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하면서도 이익만 남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장이나 관리자가 우리 제자나 자식 중에서는 나오지 않도록 노동의 참뜻을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노동의 참 가치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참다운 땀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참다운 돈의 가치를 모르게 된다.


P71. 성 평등 교육-남자가 시집가는 나라

러시아의 문예비평가 벨린스키가 말했듯이 "철학자는 삼단논법으로 말하고, 화가는 형상과 화폭으로 말하며, 정치경제학자는 통계수치를 이용하여 독자의 이성에 다가가지만, 시인은 생생하고 선명한 현실 묘사를 이용하여 독자의 마음에 다가간다"


P82. 진정으로 교사를 신뢰하고 교사에게 아이들을 맡겨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아이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와라"가 아니라 "선생님과 무슨 얘기를 했니?"라고 묻는 것이 옳을 것이다.


P89. 가치관 교육-신세대,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

양반과 천민의 구별이 없고 귀족과 평민이 구분이 없는 사회가 된 지 오랜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의 빈부 격차와 권력의 유무가 뚜렷하고, 그래서 이른바 신흥 양반 또는 신흥 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계층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신분 상승이 가능하고 부와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길이 옛날처럼 닫혀 있지 않다 해도 부익부 빈익빈, 권익권 천익천의 악순환을 끊는 길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사회는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 올바른 가치관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고민을 이 시대 어른인 우리는 해야 한다. 현실이 이렇다고 가치관 교육을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P96. 아직 젊고 어릴수록 그런 가치관이 확고하게 서 있지 않다. 아이들이 매 순간 선택하고 판단해야 할 때 바르고 때 묻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 그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전해주고 있는가. 요령인가 가치 판단의 이중성인가 비겁해도 좋은 삶의 자세인가. 아니면 정도를 걷는 삶의 모습인가. 아이들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은 오랜 시간 쌓아온 어른들의 생각과 행동의 반영 그 자체이다.

→아이들에게 현실만을 가르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현실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 바르게 살아가는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치판단의 기준을 세워주는 교육이 중요하다.


P101. 돈 씀씀이 교육-돈 보다 더 소중한 가치

아이들 입에서 억 단위의 돈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된다. 저희들도 안제든 지 가볍게 그런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돈은 반드시 일해서 버는 것이고, 돈의 가치에는 노동의 가치가 고스란히 배어 있어서 의미 있는 것이라는 말이 별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성실하게 노동하며 사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가 어려서부터 몸에 배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용돈의 많고 적음, 세뱃돈의 많고 적음, 선물의 값어치 유무, 이런 것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아이들이 자라서 혹시 월급의 많고 적음으로 자기 일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람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기가 그 직장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 일을 통해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지 보다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 만을 중심으로 직장을 고르려 한다면 그런 사람을 누가 받아들이려 하겠는가.

→먼 곳의 얘기가 아니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청년실업문제만 보더라도 그들이 진정 일 할 마음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은 일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를 일자리 선택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모두 어른들이 잘못 교육한 대가이기도 하다.


P110. 공부의 교육적 의미-진짜 공부

사람답게 사는 길은 어떤 길인가. 어떻게 살아야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우리 모두의 행복과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한 바른 길인가.(중략) 우리 주변에는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를 쌓았으나, 바른 세계관을 갖지 못하여 도리어 이웃과 사회에 해를 끼치고 세상을 잘못 이끌어 가는 데 그 지식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머릿속에 든 것은 많아도 사람이 되지 못한 탓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하여 일할 줄은 알지만 힘없고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용감할 줄 모르는 지식인들도 많다. 많이 배우고 아는 것이 많으며 학벌이 좋다 해서 모두 사람답게 사는 것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팔아먹고 식민지 지배자 일본 편에 서서히 나라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데 앞장선 삶들 중에도 배운 사람이 많았다.

→아직도 이 땅에서 해결하지 못한 우리들의 숙제가 바로 친일파 문제이다. 친일파 문제는 단지 역사 바로 세우기 문제를 떠나 이 나라 교육의 근간을 바로잡는 일이다. 그들이 그 시절 나라를 팔아먹고 호강하며 살았던 것에 대한 잘못에 대해 국가는 당연히 그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가치 바로 세우기 노력의 부실함이 아직도 그 친일의 후손들이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국가를 상대로 친일의 대가로 받았던 땅을 다시 찾겠다고 소송을 벌이는 웃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역사 바로 세우기는 바로 교육 바로 세우기의 시작이다.


P111. 오늘날의 교육 구조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남을 이기지 않으면 내가 낙오하고 만다는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있다. 당연히 친구나 동료들을 경쟁상대로만 의식하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나라 젊은이들이 오직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에 젖어 자기 자신 외에 다른 것에는 눈 돌릴 줄 모르는 사람들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P116. 자동인형처럼 움직이는 평균 인간보다는 개성 있는 사람을 더 원한다. 지식이 많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고 창의적으로 재생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암기한다 해도 컴퓨터보다 더 많이 저장해 놓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지식을 저장하는 일은 컴퓨터가 대신해 줄 수 있지만 그것을 마음껏 활용하는 일은 대신해 줄 수 없다. 그것은 우리 몫인 것이다.


P125. 환경교육 -아이들에게 일깨워야 할 환경과 생명

나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이런 삶의 환경 때문에 반드시 우리 어른들이 그 화를 고스란히 돌려받는 날이 오리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실 확신한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만 차마 쓰지 못하겠다. 그것은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고 오늘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마지막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P130. 개성 존중 교육 - 누가 더 문제인가

아이는 결국 제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살 텐데 나는 내가 시키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문제는 내 욕심, 내 기대에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P148. 창의적인 교육 - 이제는 달라져야 할 교실

아이들에게 이 나라 교사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조용히 해!"이거나 "똑바로 앉아!" "떠들지 마!" 아니면 "너 이리 나와!"인 경우가 많다. 이 말들은 집단 통제를 위한 명령어들이다. 학생 수가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수업을 하거나 조회를 하기 전에 질서가 잡혀야 그다음을 진행할 수 있는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침묵하라고 명령하거나 부동자세를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모습이다. 출발부터 잘못되어 식민지 교육에서 시작한 근대교육, 군인 출신들이 오랫동안 사회를 이끌어 온 탓에 군대에서 군인들을 훈련시킬 때 사용하는 교육 방법이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에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P203. 정직성 교육 -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교육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싫어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미워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그러므로 용서는 더 큰 사랑인 것이다. 더더욱 무한한 가능성 자체인 아이들은 끊임없이 용서받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 위에 군림하거나 감시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의 길로 홀로 갈 수 있을 때까지 안내하고 뒷바라지하러 와 있는 까닭이다.


P223. 병적 도벽과 교육 - 시시포스의 바위

다 올려놓았다 싶으면 또 아래로 굴러 떨어지곤 하는 바위를 바라보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바위를 응시하며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 바위를 밀기 시작하는 일, 교육은 어쩌면 매일 그런 일을 되풀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주저앉고 싶고 포기하고 싶지만 거기서 다시 일어서서 허무와 절망과 실패로부터 매일 다시 시작하는 일, 그게 내가 매달려야 할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이라는 일은 단시간에 어떤 제품을 만드는 일과는 다르다. 때로는 절벽과 같은 현실과 싸워야 하고, 때로는 듣는 이 없는 절벽에 교육의 이상을 외쳐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렵고 힘들어도 교육은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우고 끊임없이 밀고 가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것이 교육이다.


3. 이 책을 읽고 느낀 점

사유하는 글쓰기가 무엇인지, 울림을 주는 글쓰기가 무엇인지, 저자의 가치를 전달하는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실생활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심코 쓰는 말들이 아이 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해 주는 부분은 훨씬 쉽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쉽고 흔히 볼 수 있는 예화를 통한 작가의 말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십 년간 교육현장에서 있었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전달하는데 단순한 것 같은 목차 구성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아마 저자의 진정성에 기반한 글쓰기에서 나오는 힘인 것 같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저자의 교육 실패(?) 담 격인 '시시포스의 바위'부분은 소설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고 이야기 속에 작은 감동을 주게 하여 글 속에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좀 지난 책이지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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