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딩 박사 Dec 25. 2021

굴러들어 온 기회는 잡는 것

두 번째 박사 기회, 이번엔 영국 박사

나만의 브랜드가 필요해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 회사에 뼈를 묻어야 하나?', '이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 총지배인도 노려볼만한  아냐?' 하는 자신감 (혹은 김칫국?) 점점 생겼다. 그런데 회사에서  나가던 상무님들이 줄줄이 퇴사를 하는 사건으로, 나는 나만의 타이틀 혹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회사에서의 타이틀은  회사를 다닐 때까지만 유효하지만, 나만의 타이틀/브랜드는 내가 어느 조직에 속해 있든지, 홀로 서기를 하든지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니. 그럼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나만의 타이틀을 얻을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무엇을 공부할지 몰라 미뤘던 박사과정 입학이 가장 현실적 것이었다.


마침 하고 싶은 일과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기니 또 생각지 못한 기회가 눈앞에 나타났다. 곧 영국 맨체스터 경영대학원의 박사 과정 설명회가 영국문화원에서 열린다는 것이었다. 내가 영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아버지가 디자인 전략으로 맨체스터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이었기에 그곳은 나의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맨체스터 경영대학원은 나에게 낯선 곳이 아니었다. 입학설명회 날짜를 확인하고 달력에 별표를 해놓고 그날 바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 휴가철인 7월이라 급한 일은 없었고, 입학설명회 당일 평소보다 일찍 정시퇴근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영국문화원으로 향했다.



영국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과정 입학설명회

영국문화원의 영어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   곳에서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교실은 40대로 보이는 남성들로 가득했고, 여성은 나와 설명회를 진행하는 프로그램 디렉2명뿐이었다. 프로그램 디렉터는 시크한 단발머리에 이지적인 미모의 50대로 보이는 한국 여성이었다.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며   내내 우중충한 날씨의 맨체스터가 얼마나 공부하기 좋은 곳인지를 영국식 유머로 이야기하는 이분은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학부에 이어 석박사를 하고 교수생활을 하다가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과정의 프로그램 디렉터로 스카우트되었다고 한다.


 과정은 회사 업무와 공부를 병행할  있는 경영학 박사 과정으로 정식 영어 명칭은 Doctor of Business Administration(DBA)이다. 체스터 대학은 연구 중심의 대학으로 경영학 분야 박사는 이론 중심의 논문을 작성하는 영국에서 거주하며 풀타임으로 하는 Ph.D 과정과 현재 다니는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있는 DBA과정의 2가지 옵션이 있었다. Ph.D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는 학술적인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주인 반면, DBA 실무에 적용할  있는 실용적인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


DBA과정은 실무 경력 5 이상을 보유한 사람들만 지원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5 동안 진행된다.  2년은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코스웍을 듣고 평가를 받은 , 나머지 3년간 연구 주제를 선정해서 논문을 작성하는 방식이었다. 코스웍 기간에는 1년에 3번씩 2, 7, 10월에 방문해야 하고 한번 방문할 때마다 7 정도 머물면서 수업을 듣고, 귀국  각자의 업무로 복귀해서 각종 과제물을 제출하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영국에는 1년에 1번만 방문하면 된다. 영국 박사 과정(Ph.D) 별도의 코스웍 없이 연구 위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고 하는데, DBA과정은 미국 박사(코스웍) 영국 박사의 장점만 채택한 것이라고 한다. 때는 2012년이었고,  프로그램은 파트타임 과정이지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과정에 대한 것은 추후에 조금 자세히 다루겠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에 업무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은 나에게 큰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다. 브랜딩 쪽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하고 이것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경영학은 원래 실용학문이니 학술적인 이론 정립도 중요하지만, 실무에서 적용해 활용할 수 있는 이론도 가치 있지 않을까? 불과 3년 전만 해도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몰라서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까지 제공되는 박사과정에 도전도 못했는데, 진심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이 생기니 내 돈을 지불해서라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설명회가 끝나고 프로그램 이사에게 내 소개도 할 겸 인사를 했다. 어릴 때 맨체스터에 살았다는 이야기와 현재 하고 있는 업무, 하고 싶은 공부 등등의 이야기를 했고, 지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내 이야기를 흥미로워했고, 지원서와 연구 주제 및 논문 프로포절을 제출하면 나의 연구에 관심을 가질만한 교수가 나타나야 하고, 교수와 면접을 본 후 최종 합격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설명회가 7월 23일에 있었고, 영국은 8월이 휴가철이니 거의 모든 업무가 중단된다. 그리고 학기는 10월에 시작이니 시간이 촉박해도 너무 촉박했다. 게다가 당시 나는 8월 10-20일까지 유럽 여행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디렉터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무래도 그 해에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고, 이듬해에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서류 준비부터 제출까지 한 달 만에

입학설명회를 다녀와서 또 많은 생각이 맴돌았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합격하기까지 너무 촉박한 불가능해 보이는 스케줄이라고 해도 이왕 마음먹은 거 도전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서류 준비야 어떻게든 한다 쳐도 지원서 제출하고 한 달 만에 나에게 맞는 지도교수를 찾을 수 있을까? 큰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1년에 3번씩 휴가를 내고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 것이 가능할까? 남은 휴가 일수와 영국에 다녀와야 할 스케줄을 달력에 그려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사람 일 어찌 될지 모르니 일단 필요한 서류들 취합하고, 내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와 주제로 리서치 프로포절을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키워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직원', '고객'이었다. 가제는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호텔 고객과 직원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기초적인 단계지만 내가 인사팀에서 했던 업무 (조직문화 관련 활동)와 현재 하고 있는 일(차별화되는 브랜드 정체성 구축)을 아우를 수 있는 내용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급한 마음에 작성을 시작하긴 했는데, 데드라인이 종료된 시점에 서류를 보내면 시간 낭비만 하는 것이니 프로그램 디렉터에게 확인 메일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입학설명회를 다녀온 지 1주일 만에 나에 대한 소개와 내년이 아닌 올해 지원하고자 한다는 내용과 제반 서류를 언제까지 제출하면 될지를 문의했다. 그녀는 촉박하긴 하지만 관련 서류를 ASAP로 보내면 검토하고 정식 지원 프로세스를 진행할지의 여부를 알려준다고 했다. 역시 지원하기 전에 확인하길 잘했다. 그녀의 답변을 받은 지 5일 만인 8월 6일, 자소서와 이력서, 리서치 프로포절 및 제반 서류를 준비해 디렉터에게 보냈다. 며칠 후, 그녀는 정식 지원 프로세스를 진행하자는 답변을 보냈고, 8월 말까지 이번에 제출한 서류와 함께 추천서와 성적 자료 등의 추가 서류를 준비해 학교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하라고 했다. 학부 및 석사 지도교수님들의 추천서와 기타 서류들을 준비해서 8월 28일 최종 지원을 완료했다. 이 프로세스 중에 회사 업무와 10일간의 여행까지... 지원을 마치고 나니 이 모든 일이 꿈같았다.


이제는 나의 리서치 프로포절을 읽어보고 관심을 보이는 지도교수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렇게 했는데, 관심을 보이는 교수가 없다면 여태까지 준비한 모든 것은 헛수고가 되는 . 그래도 일단 도전을   중요하고 올해 안되면   준비해서 내년에 하면 되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기로 했다.





이전 04화 Connecting the dot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