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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Dec 26. 2021

퇴근 후 새벽 0시의 스카이프 면접

영국 박사과정 면접 후기 + 지도교수 선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

2012년 9월 18일 아침에 일어나 메일함을 여니 영국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박사과정(DBA_Doct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오피스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박사과정 원서를 제출하고 3주쯤 지난 시간이었다.


두근두근...

Dear Ashley,

We have an academic, Dr. John Byrom from MBS who is interested in your research area and would like to interview you. He is suggesting this Weds 19th after 1pm (UK time) and all day Friday 21st. He prefers Skype so if you could provide me with your Skype name if you have an account or phone number if not. I hope you still hold your interest and are available. As you know the weeks workshops start on 1st Oct so time is now short.

맨체스터 경영대학원(MBS_Manchester Business School)의 존 바이롬 박사가 당신의 리서치에 관심이 있고, 면접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는 영국 시간으로 수요일 오후 1시에 가능하고 금요일은 아무 때나 가능합니다. 면접을 스카이프로 진행할 예정이니 스카이프 계정이 있으면 아이디를, 없으면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아직까지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길, 인터뷰가 가능하길 바랍니다. 10월 1일부터 수업 시작할 예정이니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의 리서치에 관심이 있는 교수가 있고 면접을 보고 싶단다. 면접 날짜는 9월 19일이나 21일. 인터뷰는 스카이프로! 기다린 만큼 긍정적인 소식이라 일단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잠깐. 9월 19일, 21일이면 당장 이번 주잖아?! 영국과 한국의 시차를 고려하며 스케줄을 확인해보니 한국시간 토요일 새벽 0시 (영국시간 금요일 오후 4시)가 가능했다. 그렇게 나의 박사과정 면접 스케줄이 확정됐다.


면접 준비

면접까지 남은 시간은 4. 근무시간에는 하루 기본 5-6개의 미팅이 있어 정신없으니 퇴근한  시간을 활용해야 했다. 일단  연구에 관심을 보인 교수님은 어떤 연구를 하시는 분인지 검색을 시작했다. 영국은 정교수가 되기 전까지 Professor라는 타이틀이 주어지지 않는다. 조교수와 부교수 시절에는 Lecturer, Senior Lecturer 타이틀이 붙고, OOO박사라고 불린다.  연구에 관심을 보인 교수님은 영국분으로 뉴질랜드의 한 대학에서 근무를 하다가 최근 MBS 합류한 분이었다. 기존 연구를 찾아보니 도시의 visual identity 리테일  질적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분이었다. 면접 전에 그분의 논문도 1-2 읽어보고, 내가 제출한 서류도 다시 한번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면접 당일

면접 당일인 금요일. 야근을 하고 집에 오니 밤 10시였다. 면접시간까지는 2시간! 노트북을 켜고 스카이프 테스트를 최종적으로 한 후, 준비한 질문과 예상 질문을 검토했다. 밤 12시가 되자마자 울리는 스카이프.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나에 대한 소개, 지원동기, 현재 하고 있는 일, 연구하고 싶은 분야, 리서치 프로포절 관련 세부 질문 등으로 이어졌다. 내가 당신의 논문을 읽었다고 하며 흥미로웠던 부분에 대해 언급하니 교수님은 매우 놀라면서 '내 논문까지 찾아 읽고 면접에 올 줄 몰랐다'라고 좋아하셨다.

면접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약 4-50분가량 진행됐다. 이미 나에 관한 서류를 교수님이 훑어보고 관심을 보인 것이기 때문에, 이 면접은 서로 간의 대화가 통하는지, 대략적인 성향 및 성격 파악, 연구 fit 등이 맞는지 등을 알아보는 단계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면접을 앞두고 엄청 긴장하거나 떨었던 것 같지는 않다.


합격 소식

주말이 지나 월요일에 바로 합격 메일을 받았다. 7월 23일에 설명회 참석 - 8월 초 서류 준비 - 8월 중순 서류 제출 - 9월 중순 면접까지... 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너무 촉박했고, fit이 맞는 교수님을 찾기도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1년 후에 도전하자고 하다가 연습 삼아 지원이나 해보자 했던 건데 이렇게 합격까지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역시 타이밍이 맞는다면 모든 일은 술술 풀리기 마련이다.


일단 학교로부터는 합격 소식을 받았고, 최종 합격을 위해서 회사 대표 이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 관문이 남았다.





박사 지원하기 전에 나도 이런 부분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기록한다. 박사과정 지원할 때 지도교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 분야도 중요하고 성향이나 일처리 방식, 평판, 타임 매니지먼트 방식, 의사소통 스타일, 연구 경력 등도 매우 중요하다. 나는 워낙 모든 일처리가 긴박하게 돌아가서 이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 거의 모든 박사과정 지망생들이 지원하는 단계에서 교수님들의 이런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한국은 김박사넷이라는 서비스가 생겨서 유명 대학 교수 및 해당 랩의 평판을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생기긴 했다) 쉽지는 않더라도 박사 과정은 긴 시간 연구를 하고 교수님과 소통하며 진행하는 일이므로 지원 전에 해당 랩에 대해 최대한 많이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를 다방면으로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다음의 2가지에 대해서는 꼭 미리 생각해보고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해서 결정하길 바란다.



어떤 분야의 대가 VS. 분야를 개척 중인 교수

학술적인 이론 중심의 풀타임 과정에서는 지도 교수의 연구 분야와 동일한 분야를 함께 연구하면서 배우는 것이 보편적이다. 교수님이 작성하는 논문 서포트를 하면서 논문 작성법도 배우고, 학회에도 함께 참석하는 등 가까이에서 교수님의 전문 분야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보통 지도교수를 선택할 때, 어떤 분야의 대가의 랩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DBA 과정은 회사일과 병행하면서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교수님의 연구 서포트 업무를 할 일이 없고, 개인 연구에 있어서도 교수님이 디테일하게 관여하기보다는 큰 줄기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DBA과정의 학생들은 논문 지도면에서보다는 비즈니스 측면이나 인맥 등을 생각해서 대가 지도교수님을 선호하는 듯했다.


대가가 지도교수님일 경우,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교수님과 연구를 함께 할 수 있고, 그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인맥과 비즈니스 측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러나 학교 외의 업무로도 스케줄이 꽉 차 엄청 바쁘기 때문에 시간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또, 경쟁자들이 많아 지도 학생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자기 분야를 이제 개척 중인 교수는 학생 지도 측면에 있어 대가에 비해 미숙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이다. 그러나 대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어 학생 개별 케어가 수월하다는 점과 당장 연구 실적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열정적이라는 점은 장점이 될 수 있다. 내가 박사 과정 중에 논문 실적을 많이 내고 싶다면 이런 랩에서 교수님이 하는 연구에 최대한 많이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이크로 매니징 VS. 매크로 매니징

회사 매니저들도 매니징 스타일이 다르듯 교수들도 각자의 성향에 따라 학생 관리 방법이 다르다. 교수님 중에는 DBA학생들에게도 Ph.D학생과 똑같이 읽을 논문 리스트를 주고 함께 미팅을 하며 힘들게 공부시키고 연구에 참여시키는 분도 있었다. 그런 분을 지도 교수로 둔 학우 중 어떤 이들은 회사일과 병행하기가 너무 벅차다며 불평을 하기도 했고, 지도교수를 바꾸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러나 그런 스타일에 만족하는 사람 중에는 프로그램 시작 이래 최초로 5년짜리 과정을 4년 만에 성공적으로 마친 케이스도 있었다.


참고로 MBS의 DBA과정은 5년안에 끝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5년 안에 마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실무와 병행하는 과정이다보니 늘어지려면 한없이 늘어질 수 있었고, 졸업이 자꾸 미뤄지니 내가 입학한 해부터 이런 규정이 생겼다.


매크로 매니징을 하는 교수님의 경우는 학생이 먼저 챙기고 물어보고 귀찮게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이 자신의 원하는 바가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일처리 하는 것에 능하다면, 이 조합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는 교수에게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교수가 먼저 떠먹여 주거나 챙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학우들 중 이런 성향의 교수님을 만나서 초반에는 업무와 공부 병행하는 것이 편하다고 하다가 나중에 결국 프로그램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이크로 매니징과 매크로 매니징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스타일인지를 파악하고, 어떤 성향의 사람과 업무를 할 때 능률이 오르고 좋았는지를 생각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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