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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Kim Aug 21. 2020

15. 완화의학과 외래와 호스피스 대기

Hospitium- 쉬어갈 편안한 장소


호스피스 hospice [명사]   

죽음이 가까운 환자를 입원 시켜 위안과 안락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특수 병원. 말기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치료를 하며, 심리적ㆍ종교적으로 도움을 주어 인간적인 마지막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  

<표준국어대사전>


 호스피스, 생소하지만 낯설지만은 않은 단어.

말기암환자를 돌보고 있는 보호자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곳이다. 물론 호스피스와 같은 완화의료를 알아보고 있다는 것은 아버지처럼 환자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는 치유의 목적보다는 고통을 경감 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어 최종적으로 환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호스피스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된다. 여러 병원이나 요양 시설, 가정 등을 정신없이 거치며 심신이 지친 환자가 마지막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호스피스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신기하게도 '호스피스'의 어원이 Hospitium, '쉬어갈 편안한 장소'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최근 호스피스와 같은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욜로 라이프(Y.o.l.o life : You live only once,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니 현실을 즐겨라)를 살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이 자신의 인생 모토라며 카카오톡 소개 글에 올려놓은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의 가치에 큰 의미를 두는, '삶의 질'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본인의 인생을 직접 선택하며 즐기면서 현재를 사는 것, 말기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이러한 소망의 연장선상에서 호스피스를 찾는다. 여명이 얼마 남았는지에 관계없이 본인이 마주한 질병을 인정하고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존중받고 인간답게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의지에서.


 위에서 이야기한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호스피스와 같은 완화의료기관이 점차 늘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대한민국 완화의료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일반 병상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호스피스 병상 , 인터넷 카페에 '호스피스'  보면  개월을 대기한 끝에 겨우 입원할  있었다는 글이나 대기 중에 돌아가셨다는 등의 안타까운 글들을 쉽게 찾아볼  있었다.  또한 다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 가족의 상황에 맞는  가지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가장 적합한 호스피스를 찾아보며 순차적으로 외래 예약을 잡았다. 내가 설정한 조건들은 1. 나와 누나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일  2.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 중인 곳일  3. 후기가 긍정적인 곳일 . 이러한 조건에 부합한 곳은 서울 서북병원, 가톨릭대학교 은평 성모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국립암센터, 서울 북부병원이었다.  


 호스피스 외래는 완화의학과 또는 가정의학과 등에서 담당하고 있었고 환자와 동행이 불가할 경우 보호자가 대리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필요한 서류는 병원마다 다소 차이는 있었으나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1. 연명의료 계획서(혹은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2. 소견서(말기암환자로 호스피스 돌봄이 필요함이 기재된), 3. 가장 최근에 시행한 CT 또는 MRI 복사본 4. 투약 기록지 5. 가장 최근의 혈액 검사 결과지 6. 가족관계 증명서 등이 필요했다. 준비한 서류들을 제출하고 담당의와 현재의 환자 상태, 지금까지의 치료 과정 등에 대한 상담을 마치면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입원계를 접수해주고 대기 순번이나 입원 시 주의 사항 등에 대한 내용을 듣게 된다.


 하지만 직접 병원들을 찾아보니 예기치 못한 몇 가지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 서북병원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호스피스 외래 및 입원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였고, 가장 최근에 설립되어 시설 면에서 우수하고 거리상으로도 가까운 은평 성모병원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필히 받아야 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간병자가 24시간 필수로 상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물론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조건이지만 상주 보호자의 외출과 외박이 금지되는 등 개인 간병에 대한 경제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보통의 보호자에게는 현실적으로 다소 과한 조건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 서북병원을 제외한 총 네 곳에서 호스피스 외래 진료를 마치게 되었고 최소 한 달에서 석 달의 대기가 있을 수 있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아버지가 잠시 쉬어갈 편안한 장소를 기다리면서.


 베이커(Backer)는 신체적, 정서적 및 영적 돌봄을 기본으로 하는 호스피스의 철학을 열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임종은 삶의 정상적인 부분이다. 둘째, 환자와 가족은 임종에 대하여 정신적, 영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셋째, 가정에서의 돌봄은 환자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최대로 유지해야 한다. 넷째, 가능한 한 임종 때까지 편안한 삶을 살아야 한다. 다섯째, 죽음은 성장의 마지막 단계다. 여섯째, 편안한 죽음을 달성하는 것은 호스피스의 목표다. 일곱째, 존엄성을 가진 임종은 호스피스 돌봄의 중심이다. 여덟째, 타 분야 간의 협력팀은 호스피스 환자와 가족이 요구하는 연속선상의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 아홉째, 환자와 가족은 돌봄의 계획에서 함께 활동하며 반응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열째, 호스피스는 임종과정을 늦추는 것도 당기는 것도 아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호스피스 (상담학 사전, 2016. 01. 15., 김춘경, 이수연, 이윤주, 정종진, 최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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