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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Kim Aug 28. 2020

22. 장례식이 내게 남긴 것들

인생은 홀로 걸어가는 길이 아니다


삼가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부친상에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위로와 따뜻한 격려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슬픔으로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따뜻한 위로 덕분에 아버지를 편안히 모시고 돌아왔습니다.

한분 한분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나

글로 먼저 인사드리게 됨을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신 마음 평생의 은혜로 생각하며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ㅇㅇ 배상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장례식장을 찾아주었다.

몹쓸 바이러스가 개인의 사회 활동을 마비시키고 있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그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고 어려웠을지 알기에 이렇게 감사하다는 말로 내 마음을 전하기엔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회사에서는 화환과 장례 용품을 빠르게 지원해주었고 그동안 만남이 소홀했던 친척들이나 가까운 지인, 회사 동료, 친한 친구들이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위로해주기 위해 한 걸음에 달려와 주었다. 3일 간 밤낮없이 치러진 장례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심신이 지쳐갈 때마다 반가운 얼굴들의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한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내겐 큰 힘이 되었다. 이런 든든한 지원군들 덕분에 아버지를 외롭지 않게 좋은 곳으로 보내드릴 수 있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재미있게도 사람은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고 한다. 장례를 치르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었던 가족애, 동료애, 우정 등의 뜨거운 가치를 가슴으로 느끼며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이유를 찾을  있었다. 어려움 속에 서게 되니 평생 감사하고 함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은인 같은 사람들의 이름이  글자  글자 아로새겨졌다. 장례식 내내 밤새 빈소를 지켜  소중한 친구들,  끝나고 바로 달려와 복장을 제대로  갖춰 오히려 미안해하던 회사 동료들, 고된 일을 조용히 도맡아  고모부, 작은 아버지들, 매형과 조카들, 슬픔 속에서도 서로를 걱정했던 할머니, 어머니, 누나, 고모 .. 전부  열거할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아버지 곁에서, 나의 곁에서, 우리 가족 곁에서 함께  주셨다.


 이런 감정들 속에서 장례식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각기 다른 장례 문화가 존재하고 전통식, 종교식 등 다양한 장례의 형태가 공존하고 있으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장례 절차가 간소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인을 기리는 마음의 크기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그 '마음'으로 고인을 기리고 그 ‘마음’을 서로 확인해가면서 남겨진 사람들이 그 ‘마음’을 안고 또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는 과정, 그것이 장례식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는 아닐까?


 장례를 치르고 한 달 반 여가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투병생활과 죽음 전후의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 또한 그동안 내면에 잠들어있던 여러 감정들이 깨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나에게도 이런 감정이 있었구나' 스스로도 알면서도 회피하거나 모르고 지냈던 감정들이 깨어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듯 가장 가까웠던 한 사람의 죽음이, 그를 기리는 장례식이 내게 남긴 것은 너무 많았다.


어쩌면 장례식은 

‘괜찮아. 인생은 혼자가 아니야.'라고 위로하고 위로받는 시간이자,

감사했던 그 마음을 평생 은혜로 기억하고 어려울 때 서로에게 힘을 주고받기로 하는 암묵적인 약속이다.

인생은 홀로 걸어가는 길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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