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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최재철 May 26. 2023

03. 어떻게 살 것인가-1

집 지으면서 10년 늙지 않으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집 짓기 원칙 3가지

2022년 3월, 드디어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집을 짓기 위한 첫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뭔가 모를 두려움과 불안이 서서히 나를 옥죄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로써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찾아오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랄까.

이제부터 이 집이 완성될 때까지 수많은 난관이 길목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설계부터 시공뿐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신경을 써야 할 판이었다.

무엇보다 도심지에 집을 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민원에 대처하는 일은 집짓기 자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어도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민원이 발생하면 여러 모로 공사 현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집 짓는 동안에는 정말 쥐 죽은 듯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때 솔직한 내 심정은 "아...,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ㅠㅠ"였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건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인데 무슨 걱정이에요. 우리 같은 비전문가가 걱정이지."

그렇다. 나는 소위 말하는 '건축 전문가'이다.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서  일을 하여 그 분야에 대한 높은 지식을 갖고 있거나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되돌아보니 건축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지 25년이 넘었다. 그동안 세계의 주거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해 보겠다고 다녀온 나라만 30여 개국이 되었다.

영국에서는 6년간 거주하며 유럽의 건축과 문화를 체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주택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고,  8년 전에는 우리 가족이 머물 생애 첫 번째 집도 지어보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긴장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무엇이 이토록 나를 불안으로 몰고 있는 거지?"

 

이번에 지을 집이 첫 번째 집보다는 모든 면에서 더 좋아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아내와 딸은 첫 번째 집에 대한 만족도가 사실 꽤나 높았다. 아파트에서의 억눌리고 자유롭지 못한 생활에 비하면 주택이 주는 약간의 불편함은 자연스레 묻혔다. 하지만 내게는 분명히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있던 집이다. 예산도 부족했고, 확정된 아파트 이사 날짜 때문에 설계와 시공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집을 지으려면 10년은 늙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옛 말이 있다.  실제로 집을 지어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나도 첫 번째 집을 지으면서 10년은 아니지만 2년 정도는 수명이 단축되지 않았나 싶다. 예산 초과로 원하던 대로 마무리를 못했고, 옆 집의 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이사 후에는 그 이웃과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ㅎㅎ. 이 두 가지로 수명 1년 단축. 그리고 약간의 하자가 생겨서 아내에게 마음고생을 시킨 죄?로 수명이 단축되었을 거다.

 

첫 번째 집은 건축전문가로서 이론으로는 잘 알고 있었던 3가지 관리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

  비용관리(Cost Management)

  시간관리(Time Management)

  시공관리(Construction Management)

 

위의 3가지 항목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여기면 안 된다. 비용관리를 잘 못하면 시공관리가 잘 안 되어 하자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시공관리가 잘 안 되면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시공비용이 올라간다. 톱니바퀴 3개 중 하나만 빠져도 시계가 멈추듯, 현장도 멈출 수 있다.

 

그런데 위 3가지를 통합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설계다. 설계는 거주자가 그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설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족들의 삶의 이야기를 공간에 담는 일이 바로 설계다. 정확한 설계를 통해 건축비용을 근사치까지 예측할 수 있고, 고품질시공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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