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생활글1 24화

쓰고 싶은 생활글

생활글_20171211

by 히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떤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요.
찾아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은
여전히 미루고 있는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주에도 저는 일상의 순간을 휴대폰에 부지런히 메모해보았는데
결국 산문도 시도 아닌 메모로만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모임과 행사 그리고 매일 마시는 술은
더 이상 저에게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또 느꼈습니다.

참 좋은 인연을 만났다

안했다는 부채감에서 벗어나는 것

*
아무것도 보지 않고 먹는 것에만 집중하며
밥을 먹어본다
그랬더니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그동안 얼마나 눈치채지 못하고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었는지 단박에 알아챘다
음식의 조화나 어울림 같은 것은
너무나 신경 쓰지 않고
있는 반찬 다 꺼내서 먹으니
무엇과 무엇이 어울리지 않는지
확실히 알았다
밥상 위의 맥시멀리즘
이제 밥상도 비워내야겠구나
무언가를 보면서 먹는 습관이 이렇게까지
내 몸을 뒷전에 두는 일인지 몰랐다
충격이다
티비를 보다 울컥했단다
내가 돌아갈 곳은 현장밖에 없다고

전화 너머의 누군가에게 그 사람은
‘후배를 만나고 있어’
나를 소개했다

관계의 피로는 사람에게 사람이
말을 하면서 풀어지고


*
지하철 문밖으로 급히 달려 나간 여자는
반이 접힌 종이백을 떨어뜨렸다
문이 닫히고 왼편에서 걸어오던 사내는
서슴없이 봉투를 집어들고 나에게 들이밀었다
황급히 떨어진 종이백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눈을 마주쳤을까?

소설책을 펼쳤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보르헤스의 묘비명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을
나는 절반만 읽고 다시 절반을 읽고
아직 반밖에 읽지 못하였는데
오늘 다시 마주했다
우리 사이의 칼

*
계단이 많은 곳으로 이사했다
계단을 걸으면 무릎이 아파서
나는 버스를 탔는데
이제 영락없이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면서
오르고 내리고 빌라 3층까지 오르면
영락없이 무릎이 아프다 그래서 천천히
무릎에 힘을 빼고 걸어보았는데
그게 참 좋더라
도시의 속도를 어긋내는 걸음

고양이랑 소주는 똑 같다
갖다 버릴거다
나를 양아치라고 부르면 나는 양아치가 되는거고

고백부부 마지막 회를 보며
드라마의 언어가 가지는 삶의 정수
영혼의 말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으나
미리 느껴보는 감정치고는 너무 이입했다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를 한탄하며 눈물을 쏟았다
울고 싶었다

*
급한 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없어 보이는 도로 위
빨간 모자를 쓰고
군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호루라기를 삐삐-ㄱ 불며
교통정리하고 있는
해병 전우회
잊지 않고 계승되어야 하는 것처럼
나의 시아버지처럼
그림을 그리던 고운 할머니처럼

*
햇살이 너무 눈이 부실 땐
죽고 싶다
피곤하고 지겹고 도리가 없다
내진설계가 잘 되어진 삶을

희망을 품고 희망빌라로 이사했지만
미래가 없다
믿음을 희망하라는 말 따위는
내 현실을 무엇도 바꾸지 못했다
나는 죽고 싶었다
3시 22분
태어났던 가장 어두운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다
거짓말이다 살고 싶다는 말이다

‘전혀 걱정하지마라’
그제서야 안도하며

*
계단이 많아졌다
옛날엔 안그랬을텐데
땅을 밟는 시간


산에 있는 건 억새
강에 있는 건 갈대

서영쌤

쓰린 게 뭔지 아는 다섯 살
*
정정철 김해놈
그 나쁜놈 나를 벾에 세워두고 가슴을 쳐
멍들게 했던놈
술에 취해있었는데
선명하게 기억난다
택시 안에 울린 그의 말이
*
내가 좋아했던
그 음악을 계속 듣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에게 슬쩍 물어본다
이 밴드 알아?
슬쩍 물어본다
그냥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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