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1
엘 칼라파테에서 우수아이아로 넘어가는 비행기 안.
지난 비행에서는 황무지가 펼쳐지더니
이번 비행에선 협곡을 넘나들고 구름을 뚫고 지나간다.
우수아이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50분.
서둘러 짐을 찾아 택시를 타야 한다. 호텔로 가서 얼른 체크인을 하고, 펭귄 투어를 알아보러 나가야 한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진짜로 펭귄 투어를 못 할지도 모른다. 누구는 펭귄 투어는 오전에만 있다 하고, 누구는 펭귄 투어는 어제가 마지막이라고도 했다. 나는 어떻게든 펭귄을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일부러 더 알아보지도 않았다. 운에 맡겼다. 이미 모레노 빙하 투어 때, 라스트 투, 럭키! 라는 직원의 말에 내 운을 모두 쓰지 않았을까 했지만 제발 한 번만 더요, 제발.
캐리어를 찾아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공항 내 안내센터로 달려갔다.
"캔 아이 고잉 투 펭귄 투어, 투데이?"
직원은 약간 당황한 듯했지만, 갈 수 있다고 부둣가에 가면 투어사들이 모여 있다고 했다. 재빨리 답변을 알아듣고 고맙다는 인사를 남겨두고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 기사님께 호텔의 이름을 말해주곤,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다. 그는 10분이면 충분히 간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님의 외양이 젊어 보여 (이것이 무슨 인과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에게도 물었다.
"캔 아이 고잉 투 펭귄 투어, 투데이?"
택시 기사님은 애매한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곧장 펭귄 투어를 하러 갈 예정이냐고, 그러면 다시 택시를 타고 부둣가로 나갈 거냐고 묻고는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어쩌면 택시를 다시 부르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했을지도 모르는데 뜻밖의 호의에 ‘오~ 땡큐우~~’하며 말꼬리를 늘였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거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잽싸게 체크인을 끝내고 서둘러 직원에게 물었다.
"캔 아이 고잉 투 펭귄 투어, 나우?"
호텔 직원이 노, 라고 하면 생떼를 쓰고 싶을 정도로 간절한 눈빛을 쏘았다. 안 되는 걸 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도 내가 희망을 걸 데라고는 지금 이 순간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직원은,
"Sure! It’s perfect day!"
라고 했다. 최근 우수아이아 날씨 중에서 오늘이 가장 좋다는 말과 함께.
2층짜리 호텔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손으로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 방에 가방만 두고 내려와, 기다리고 있던 택시를 타고 곧장 부두로 나갔다. 도착하자마자 호텔 직원이 알려 준 부두 왼쪽 끝에 있는 투어부스로 뛰어갔다. 부스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불안한 생각이 마음을 휩쓸었다. 나는 부스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안에 있던 직원이 유리창 앞으로 나왔다. 그녀가 다가오자마자 물었다.
"캔 아이 고잉 투 펭귄 투어, 나우?"
제발, 제발, 제발!
직원은 힐끗 시계를 보더니, 몇 명이냐고 물었다. 투! 하고 짧고 크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티켓 두 장을 건넸다. 30분까지 선착장 입구로 오라는 말과 함께.
와아!!! 펭귄 투어를 간다!!! 밤새 조마조마했던 걱정들이 모두 기쁨으로 펑펑 터져 오르는 순간이었다. 아쉽게도 펭귄 섬에 내리는 투어는 오전에 출발하는 바람에 이미 끝났고, 대신 유람선을 타고 펭귄 섬 가까이에 갈 수 있는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티켓 두 장을 들고서 시계를 보니,
공항에서 나온 지 딱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아, 드디어 지구 끝까지 쫓아왔다!"
fin del mundo 표지판 앞에서 만세를 하는 해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