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
짧기만 했던 세계의 끝.
이제 우리는 세계의 끝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시작되는 아침,
세계의 끝에 아침이 밝기 시작했다.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다. 공항 밖 풍경은 여전히 멋졌다. 건물만큼 큰 높이의 가로수들, 그 가로수들 틈새로 보이는 바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산책로와 그곳에 있는 간이음식점... 창밖으로 내다보며 입맛만 다시다 눈이 마주친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가볼까?"
"가자!"
이럴 땐 죽이 척척 잘 맞는 우리. 무섭기도 하고, 소매치기가 두렵기도 했지만 아르헨티나에 일주일을 있다 보니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조심하면 아무 일 없을 거야!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이후로, 처음으로 이 말을 꺼냈다.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 뭐."
여행을 갈 때마다 어떤 종류의 두려움도 극복하게 만드는 나의 여행 신조. 물론 지금까지 위험한 나라에 가지 않은 것도 있긴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말을 섣불리 꺼낼 수가 없었다. 섣불리 긴장을 놓았다간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저 공항 유리창 너머에 있는 저 간이음식점,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초리조 굽는 연기, 그 연기를 따라 늘어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나니, 너무나도 가고 싶은 것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음식점 앞에 도착했다!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서서, 초리조 연기를 듬뿍 마시며 기다리자니, 꼬르륵 꼬르륵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가 났다. 사람들은 무얼 먹나 곁눈질로 살펴보니, 초리조 샌드위치를 가장 많이 먹는 듯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신기했던 것은 채 썬 양상추, 토마토, 케첩, 마요네즈가 바에 세팅되어 있었다. 각자 기호에 맞게 넣어 먹는 식이었다. 왠지 채소를 듬뿍 넣어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해맑은 햄버거를, 나는 초리조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채소도 듬뿍, 소스도 듬뿍! 간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다 먹을 때까지 망중한을 즐겼다. 초리조 샌드위치의 맛은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그 순간의 편안함과 안도감은 더 좋았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사람들, 캐리어를 끌고 오가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점심 한 끼를 해결하러 나온 사람들...
그 풍경 속에서 우리는 진짜 지구 반대편을 여행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