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편 소설 부활 프로젝트
유명 출판사에서 장편 소설을 출간했지만, 그 이후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책이 서점 매대에 깔린 후 2주 정도가 지나서는 구석의 소설 코너 책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책은 누워 있으면(매대에 깔리면) 살고, 서 있으면(책장에 꽂혀 있으면) 죽는다더니, 말대로 내 책은 2주 정도 살아 있다가 책장으로 옮겨 인공호흡기를 달게 되었다.
참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 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나 조차도 어느 간절한 신입 작가의 이름 모를 소설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르는데, 내 소설이라고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주변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모두 작가가 아닌 바에야, 일반인들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문학이나 소설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그래서 소설이 나왔다고 알려주면 잠깐 신기해하는 정도지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두 번째로 단편 소설집을 나왔을 때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책이 나온다면 그냥 자연스레 알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인생의 가장 열정적인 시기에 어렵게 써 놓은 소설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실망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소설이 나왔을 때와 거의 동시에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흥행하지 못한 소설 걱정을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만약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가끔 궁금해지기도 한다. 실패를 했지만 바로 연이어 다음 소설을 쓰고 출간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여러 가지 소재를 발굴하고 발단 부분까지 써 본 소설이 꽤 되지만, 완결시키지는 못했다.
직장일이 있으니 바쁘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먹고사는 문제에 큰 위기를 느끼지 않으니, 고독한 글쓰기 작업을 할 동력도 없었다. 8년간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늘 궁핍하게 살다가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주는 안정제에 너무 취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이 나오기 전에 편집자는 이런 말을 했다.
책 한 권 나온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거든요.
그의 말대로 나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작더라도 뭐가 달라지긴 했을 것이다. 나는 모르고 있을 뿐, 흙 속에 조용히 파묻힌 작은 씨앗이었을 수도 있다. 다만 내가 그 씨앗을 발화시키는 노력과 열정이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 씨앗이 아직 썩지 않고 유기체로서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면, 이제 정성껏 키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