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편 소설 부활 프로젝트
공모전 당선의 기쁨은 잠깐이었다. 이후 실제로 책이 나오기까지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졌고 약간의 서러움(?)을 느끼는 일도 경험했다.
순문학 소설과 달리 장르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 판권 판매에 적극적이다. 출판사에서도 영화 관계자에게 소설을 읽혀 보았더니 약간 밋밋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결말부를 조금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출판사의 의견에 약간은 당황했는데, 원래 이게 이쪽 업계의 표준이나 관행인지, 내 소설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런데, 나 역시도 영화나 드라마화가 될 수 있다면 수정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실제로 책이 출간된 이후에 현직 영화 프로듀서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다.
스토리 수정의 방향은 더 드라마틱하고, 반전이 강력한 줄거리로 가는 것이었다. 공모전에 투고했던 소설은 약간 잔잔하고 애잔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수정된 소설의 결말부는, 뭐라고 할까...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이 든다. 미스터리가 강화되고, 긴박한 추격전이 있고... 뭐 대충 그런 식이다. 후일 친한 친구가 소설을 읽고는 결말부가 다소 아쉽다며 처음 분위가 더 좋았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고, 다른 친한 후배는 결말부가 재미있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는데, 아직도 무엇이 정답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결말부를 수정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수정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는데, 이번에는 다른 문제 때문에 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출판사에서는 새로운 레이블(일종의 시리즈)을 기획하고 있는데, 새로운 레이블을 론칭할 때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 첫 번째로 출간되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에 모 작가의 원고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 역시도 새로운 레이블이 유명해지고, 그 유명세에 기대어 나의 소설이 시리즈에 소속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 유명 모작가님의 원고가 계속 지연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책의 출간은 내가 아니라 그 유명 작가님에게 달린 형국이었다.
그렇게 소설 출간이 지연되는 동안, 나는 박사 학위 논문을 써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박사 학위 논문은 단행본 책 한 권을 출간하는 일에 비유할 수 있는데, 책 출간보다는 훨씬 더 혼란스럽고 외로운 작업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학위 논문을 쓸 때는 모든 일을 중단하고 오로지 논문에만 매달리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꼬박 1년을 학위 논문 작성에 매달리고 있었고, 자연스레 소설 출간은 잊고 살았다.
2015년 12월에 학위 논문이 통과되었고,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직장을 관두었던 때로부터 8년이 지난 2016년 1월부터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한창 바쁘던 차에 갑자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나의 소설 출간을 위해 편집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대개 편집 과정에서 편집자의 다양한 요구 사항이 오고, 작가는 그런 요구에 응대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초보 작가에게는 쉽지가 않다. 그렇게 한 두 달의 편집 작업 끝에 마침내 내 이름 세 글자가 박힌 소설이 출간되었다.
아쉬운 점은 결국 출판사가 의도했던 레이블은 론칭하지 못했는데, 그때까지도 유명 작가님의 원고가 완성되지 못했던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다른 조건 때문에 소설 출간이 늦어졌다는 안타까움이 있고, 결과적으로 출간 시기가 늦어져 '타임리프' 소재의 신선미가 낮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책의 출간 시점이 공교롭게도 직장 생활 시작과 맞물렸기 때문에 연이어 두 번째 소설을 쓸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는 일종의 변명거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소설이 성공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 있는 출판사에서 나의 소설을 출간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나름 자부심도 있고, 다음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는 점에서 지금도 나의 첫 소설에 대해 여전히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