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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원 Jul 20. 2024

마침내 소설 공모전에 당선되다.

나의 장편 소설 부활 프로젝트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소소한 성취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경험이 한두 가지쯤은 있다. 나도 인생에서 몇 가지 자랑스러운 장면이 있다. 4년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던 일,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던 일, 가고 싶었던 대학원에 합격했던 일. 그리고 가장 최근 일이 바로 소설 공모전 당선이다.  


공모전 당선은 다른 어떤 일보다 큰 기쁨이었다. 상을 받고, 장학금을 받고, 대학원에 합격했던 일은 미리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소설 공모전에 당선이 되고 정식으로 소설을 출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당선작으로 뽑혔다는 연락을 받는 그 순간까지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쁨이 크기도 했지만, 다른 성취는 인생의 중간 과정에서 얻은 부수적인 성과였다면 소설 작가가 되는 것은 당시 인생의 최종 목표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컸다. 


소설 공모전에 투고를 하고 대략 2~3주가 흘렀을 때, 출판사 홈페이지에 본심에 오른 몇 편의 소설 제목이 공지되었고, 그 제목들 중에 내가 고민고민하며 지었던 소설 제목이 눈에 띄었다.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    


굉장히 비현실적이었고, 또 창피한 기분도 들었다. 내가 만든 소설 제목이 유명 출판사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다니? 하지만 순간적인 기쁨도 잠시, 갑자기 우울해졌다. 처음부터 떨어졌다면 실망도 크지 않을 텐데, 이렇게 본심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얼마나 낙담할 것인가?  


홈페이지에는 최종 심사 일이 기재되어 있었고, 당선작에게는 개별 통지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본심 결과를 기다리기까지의 몇 주간이 정말 길고 길었고, 한편으로는 그날이 오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딱 하나의 작품만 뽑히는데, 나의 소설이 뽑힐 수 있을까? 그런 일은 절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내 본심 결정 날이 다가왔고 나는 아침부터 휴대폰에 신경이 쓰여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문자 메시지가 오는 진동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폭발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오후 3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미 누군가에게 당선 통보가 되었고 나는 그냥 이대로 떨어지고 말았다는 불길한 예감이 강해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오후 6시. 당선되었다면 이미 통보를 받고도 남았을 시간. 출판사 직원도 이미 업무를 마치고 퇴근했을 텐데 더 이상 연락을 기다리며 기대를 하는 건 어리석은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침울한 심정으로 차를 몰아 집으로 내달렸다. 


"그럼 그렇지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지"


집에 거의 다 이르렀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 번호는 서울 강남. 익숙한 스팸 번호도 아니었고 내가 평소에 자주 받던 전화번호도 아니었다. 순간 느낌이 왔다. 출판사의 주소가 서울 강남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조용하지만 노련한 느낌을 주는 남자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도착했다. 


최재원 작가님이시죠?


그때까지 나의 인생에서 이름 뒤에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어 본 적이 없었다. 최 PD, 최대표, 최박사가 나의 직함이고 사회적 정체성이었다.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 당선이 되었구나...


그는 편집장이었고 나에게 소설 공모전 당선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책을 출간할 의향이 있냐는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을 해왔다. 


그날의 날씨도, 바깥 풍경도, 차가 달리던 거리도 생각나지 않는다. 오로지 기억에 남은 것은 그때 차 안의 풍경과 핸드폰 화면에 찍힌 서울 강남 번호, 편집장과 전화를 끊은 후, 나 혼자 괴성을 지르며 고함을 쳤던 일, 그리고 가장 먼저 작가 친구 H에게 전화를 걸었던 일이다. 


편집장은 나에게 소설을 처음 썼냐고 물었고, 필력이 대단하고 경험이 많은 작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때 편집장이 말한 한마디는 비록 출간된 소설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나무와 세상에 부끄러운 책을 내어 놓지는 않았다는 위안과 용기를 주었다. 


공모전 심사에 참가했던 심사 위원들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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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돋보였던 참가작은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이었다. 장르 소설로서의 대중성과 타임 리프의 전통적 서사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장편 소설로 본 공모전의 취지와 가장 부합되는 성격을 지닌 동시에 뛰어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조원희(영화감독)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에선 시간여행을 점집이라는 한국적 판타지의 공간과 결부시키면서 각 챕터별로 무리 없이 사건을 진행시키고 심리적 변화를 묘사하는 필력이 돋보인다. -김용언(북칼럼리스트)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충실하면서도 대중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르임에도 대중적인 이미지에서 괴리가 크지 않고, 인물 구성과 사건 배열 등도 탄탄했다. -예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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