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주말농장에 도착했다. 고구마와 고추를 심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허리를 제대로 펼 새도 없이 온종일 땅을 만졌다. 몸은 뻐근했지만, 마음은 괜히 뿌듯했다. 잠시 쉬며 텃밭 모퉁이에 앉았을 때, 문득 시선이 닿은 풀숲. 그곳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클로버들이 눈에 들어왔다.
독서 모임 선배 중에는 유독 네잎클로버를 잘 발견하는 분이 있다. 늘 신기하게 생각하곤 했는데,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클로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눈앞에 큼지막한 네잎클로버가 하나 있었다. 흥분된 마음으로 주변을 더 살펴보니, 같은 자리에 세 개의 네잎클로버가 더 있었고, 그 옆엔 오잎클로버까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살면서 처음 발견한 네잎클로버였다. 매번 스쳐 지나던 평범한 풀인데, ‘찾아보자’는 마음을 먹는 순간 행운의 상징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 나에게도 행운이 오려는 걸까. 얼른 사진을 찍어 선배들에게 자랑하듯 보냈다.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세잎클로버는 ‘행복’, 네잎클로버는 ‘행운’, 오잎클로버는 ‘대박’ 혹은 ‘경제적 성공’의 상징이라고 한다. 한동안 ‘행운을 찾는다고 행복을 짓밟고 있진 않나요?’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기도 했다. 나는 그 오잎클로버 앞에서 잠시 멈춰 생각했다. 혹시 나도 대박을 좇느라 평범한 행복과 작은 행운을 무심히 지나쳐온 건 아닐까.
좀더 검색해보니, 클로버는 잎의 수와 상관없이 ‘약속, 평화, 행운’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네잎클로버에만 특별히 행운을 붙인 건 누군가가 의미를 부여한 결과다. 하긴, 꽃말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의 해석일 뿐이지. 요즘은 아예 네잎클로버를 따로 재배해 판매까지 한다. 몇 년 전 TV에서, 식용 네잎클로버 품종을 개량해 연매출 16억 원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그 의미가 누가 만든 것이든, 내게는 생애 최초의 네잎클로버였다. 오잎클로버까지 곁들여 발견한 날이니, 그야말로 특별한 하루였다. 로또라도 한 장 사볼까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클로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조금 마음이 쓰였다. 단지 잎이 네 개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손에 잘려 ‘행운의 부적’으로 사라지는 생명이라니.
그래서 나는 클로버들을 꺾지 않았다. 네잎도, 오잎도, 텃밭 귀퉁이에 그대로 두었다. 나는 다만 그들에게서 행운과 대박의 기운만 조용히 받아왔다. 누군가 또다시 ‘보는 눈’을 가진 사람에게 발견되기를, 그 행운과 대박을 조심스레 남겨두었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행운도, 대박도 어쩌면 항상 존재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는지, 마음을 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과연 행복을 알아보는 눈을 가졌을까? 행운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대박이 찾아와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종종 너무 멀리 있는 것을 찾느라 눈앞의 소중한 것을 놓치곤 한다. 행운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늘 우리 곁에, 흙과 바람, 햇살과 땀 속에 숨어 있다. 중요한 건 ‘보는 눈’과 ‘느끼는 마음’이다. 꺾지 않아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행운이 있다. 행운을 나누면 내 주변의 행복이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