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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근시가 되세요.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필사 104(#256)

by 별빛소정
근시를 가진 남녀가 사랑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간 도수 높은 안경을 주면 낫는 경우가 있다.
- 니체


사랑이란 본래 내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것에 몰입하는 감정입니다. 너무 멀리, 너무 깊이 생각하면 사랑은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는 먼 미래를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순간에 집중하고, 지금의 감정에 솔직해야만 사랑은 자랍니다. 길게 보면 시작하기조차 두려워집니다. 생각할 것과 고려할 것이 끝도 없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제 친구 한 명은 20대부터 싱글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 친구는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상대의 작은 단점 하나하나를 예리하게 찾아냈습니다. 남자친구가 가족에게 잘하면 나중에 시댁 문제로 힘들 것이라 걱정했고, 데이트 비용을 조금 더 쓰면 씀씀이가 크다고 불안해했습니다.


그녀는 먼 미래의 문제를 상상하느라 현재의 행복을 놓쳤습니다. 결국 50대가 된 지금까지 진심 어린 연애를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의 삶은 마치 도수를 너무 높인 안경을 쓴 것과 같습니다. 너무 멀리까지 보려다 가까이에 있는 따뜻한 마음을 놓친 것입니다.


이런 일은 사랑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일을 제안받을 때, 혹은 작은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우리는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에 사로잡힙니다. 친구 중 한 명은 프리랜서로 독립하려 했지만, 수입의 불안정함과 미래의 불확실함을 끝없이 계산하느라 결국 기회를 놓쳤습니다. 다른 친구는 완벽한 계획 없이 떡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수제 떡공방을 시작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경험으로 지금은 안정적인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작이 있었기에 변화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자주 ‘먼저 완벽해지면 시작하겠다’고 말합니다. 완벽은 시작의 조건이 아니라 결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너무 멀리까지 보려는 습관은 우리의 가능성을 죽이는 일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시작해야만 끝을 볼 수 있습니다.


삶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오늘도 근시의 눈으로 가까운 오늘을 바라보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껴보겠습니다. 먼 곳의 불안보다 가까운 곳의 진심을 믿으며 살아가겠습니다.


진정 사랑하는 일이라면 근시가 되세요. 너무 멀리 보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진정 사랑하는 일이라면 근시가 돼라.
너무 먼 곳만 바라보면 고민만 하게 된다.
- 김종원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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