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를 걷는 고요한 명상

by 별빛소정
자기 자신으로 사는 방법을 배워라. 자기 자신의 생을 인식하는 방법을 배워라.
- 헤르만헤세


저는 매일 아침 헤세의 문장을 필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필사한 문장 속에 키워드를 찾고 깨달은 점과 적용할 내용을 적습니다. 거장의 지혜를 손끝으로 옮기며 그날의 핵심 목표인 '크리티컬 6'을 적어 내려갑니다. 기록은 나의 하루에 형체를 부여하는 첫 번째 의식입니다.


회사에서도 펜은 멈추지 않습니다. 업무노트에는 오늘의 일정과 회의의 내용들이 빼곡히 쌓입니다. 문서를 만들고 결재를 받는 루틴한 일과 속에서도 기록은 나를 깨어 있게 합니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해빙감사 10가지를 개인밴드에 적고 필사동지들에게 카톡으로 나눕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나만의 만능 노트를 펼칩니다. 한 달에 두 권씩 채워지는 노트에는 책 속의 문장과 타인에게 배운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기록합니다. 행복의 조각을 모으고 내일의 소원을 적으며 삶의 무늬를 그려나갑니다.


고민이나 결정할 일이 있을 때 쓰기를 통해 내 마음의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는 비공개글로 사적인 일기를 적기도 합니다. 브런치에는 두 가지 브런치북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거의 이틀에 한편 꼴로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적고 있습니다.


저는 거의 온종일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 헤세가 강조한 '자기 자신으로 사는 법'을 실천하는 과정입니다. 쓰기는 나를 증명하는 길이며, 나의 생을 온전히 인식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펜을 든 순간만큼은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가장 깊은 내면과 마주하는 명상의 시간이 됩니다.


오랫동안 외부에서 답을 구하며 방황했습니다. 수많은 노트를 채워가며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슬픔이 닥쳐도 본질은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 기쁨 앞에서도 자중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발견은 내가 원하던 모습이 이미 내 안에 완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늘 내가 생각하고 적어왔던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답은 언제나 내가 적어 내려간 문장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경쟁하는 존재들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는 존재라는 깨달음도 글을 적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쓰기는 나를 완성하는 성스러운 여정입니다. 매일의 글쓰기가 쌓여 삶이라는 거대한 에세이가 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북극성을 찾아가는 여행자입니다. 저는 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쓰는 사람만이 자신의 생을 오롯이 소유할 수 있습니다.


글로 쓴 삶만이 나의 삶이다. 쓰지 않는 삶은 사라진다.
내가 분투해서 살았던 오늘 하루를 나의 역사로 남기고 싶다면 써야 한다.
써서, 내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증명하자. 써서 내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보여주자.
- 김종원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