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도착한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by 별빛소정
무언가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 가치 있는 게 아니라 찾기 어려운 것을 발견하려는 그대의 노력이 귀한 것이다. - 헤르만 헤세

나는 항상 무언가를 찾아왔습니다. 진리를 찾고 깨달음을 찾고 소망을 찾아다녔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듯 보였지만 그 안에는 멈추지 않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결과에 도달하지 못한 적도 많았으나 찾아 헤맨 모든 시간은 소중했습니다. 헤세의 말처럼 발견된 결과물보다 그것을 찾으려 했던 노력이 더 귀한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저의 영혼과 마주하며 깨달았습니다. '나의 인생은 이미 완성되었구나.'


우리는 늘 미래의 어느 시점에 행복이 있다고 믿으며 현재를 저당 잡히곤 합니다. 제 마음속에서 소망은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영혼의 깨달음과 경제적 풍요를 동시에 이루어가겠다는 목표는 이미 이루어진 현실입니다. 나는 '이미 이루어진 정상'에 서서 현재를 내려다보며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습니다.


글을 써서 작가가 되고 책을 내고 싶다는 결과만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매일의 필사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나의 손으로 종이 위에 문장을 써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나의 마음은 비로소 깊어지고 있습니다. 책을 내겠다는 목표에만 매몰되어 글을 쓸 때는 정작 내가 원하는 글을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과에만 시선을 두면 시야는 좁아지고 글은 옅어집니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매일 글을 쓰는 성실한 노력을 통해 자신을 더 깊게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대상을 충분히 알 때까지 바라보는 그 농밀한 시간들이 저를 진짜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장을 결핍을 채우는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이미 내 안에 가득 찬 풍요를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정상을 향해 허덕이며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도착한 정상에서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며 내려오는 것, 그것이 제가 깨달은 삶의 비결입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사물을 그냥 보는 사람이 있고 충분히 알 때까지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종원 작가는 전자는 글을 쓰기 힘들고 후자는 더욱 농밀한 글을 쓰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자신과 세상을 충분히 알 때까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오늘도 나는 펜을 듭니다. 무언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나의 세계를 충분히 알고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비어 있는 잔을 채우려 애쓰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넘쳐흐르는 바다입니다.


세상에는 그냥 보는 사람이 있고 충분히 알 때까지 보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글을 쓰기 힘들고 후자는 더욱 농밀한 글을 쓰게 된다.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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