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이라는 고유한 실험에 대해

by 별빛소정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각자의 실험을 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시작한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각자 가슴에 품은 뜻을 아는 사람은 오직 본인 한 사람뿐이다. - 헤르만 헤세

헤세의 《데미안》 서문에 나오는 이 문장을 천천히 읽어봅니다. 헤세는 인생이란 정해진 답을 맞히는 시험지가 아니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스스로 증명해 내는 '실험'이라고 합니다. 신으로부터 세상에 던져진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본질을 찾기 위해 매일 내면의 실험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지식은 책을 통해 전달할 수 있지만, 삶의 지혜는 결코 타인에게서 옮겨올 수 없습니다. 지혜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넘어지고 일어서는 경험을 거쳐야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각자 가슴에 저마다의 뜻을 품고, 타인의 삶을 흉내 내는 대신 오직 나만이 완성할 수 있는 삶의 지도를 그려 나갑니다.


가끔은 외롭기도 합니다.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도 내 마음 깊숙한 곳의 열망이나 고통을 온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지독한 고독이 있기에 우리는 비로소 나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이끄는 ‘주체’가 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나만의 기준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과정 자체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존엄성일 것입니다.


오늘 저는 오랜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힘든 시간을 헤쳐 나가고 있는 친구는 제게 이런 말을 건네더군요.

"우리가 한 공부들이 그냥 스쳐 지나간 것 같아도, 콩나물시루에 부은 물 같은 것 아닐까? 물은 그냥 다 빠져나간 것 같지만, 그 덕분에 콩나물은 몰라보게 쑥쑥 자라 있잖아. 우리 공부도 그렇게 우리 마음의 양분이 되고 단단한 토대가 되어준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힘든 고비마다 응원의 물을 부어주었습니다. 비록 각자가 가슴에 품은 구체적인 목표와 '실험'의 내용은 다를지라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마음만큼은 서로를 단단히 지탱해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김종원 작가는 "초보자는 어렵게 말하지만 전문가는 쉽게 말한다"라고 합니다. 삶의 관록이 쌓일수록 우리는 복잡한 세상의 언어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정제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쉬운 말로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힘, 그것이야말로 인생이라는 실험을 묵묵히 수행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훈장일 것입니다.


제 가슴속에 품은 뜻을 생각해 봅니다. 지혜롭고 자유로우며, 평화롭게 세상에 기여하는 삶. 두 발은 차가운 현실을 딛고 서 있되, 눈동자는 저 먼 우주의 이상을 향해 빛나는 삶. 사람들과 따뜻하게 관계 맺으며 서로를 성장시키는 풍요로운 조화를 꿈꿔 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 속에 홀로 서 있다고 느껴지더라도 오늘 시루에 부은 그 의미 없어 보이는 물 한 바가지가, 우리의 영혼을 가장 단단하게 키워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뜻을 완성해 가는 중입니다.


인간의 목적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며, 그 길은 오직 자신만이 걸어갈 수 있는 성스러운 실험입니다.


쉽게 말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어려운 언어는 암기만 해도 가능하지만, 쉬운 언어는 관록이 주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초보자는 어렵게 말하지만 전문가는 쉽게 말한다.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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