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라만 보면서 기다리며 침묵할 뿐이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고 물이 바위보다 더 강하며 사랑이 폭력을 이긴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 - 헤르만 헤세
삶은 쉼 없이 나를 괴롭힙니다.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스스로를 응원하고 지지할 수 없다면, 단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려운 것이 인생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침묵하면 말이 없다고, 말을 하면 많다고, 적당히 하면 그저 그렇다고 세상은 끊임없이 비난의 화살을 쏩니다.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다 보면 내 영혼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맙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별처럼, 묵묵히 나의 길을 가기로 결심합니다.
헤세가 말한 기다림과 침묵은 결코 수동적인 포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면의 단단한 중심을 가진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능동적인 기다림'입니다. 억지로 세상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흐름을 관조하는 것, 그것이 유연한 정신의 힘입니다. 세찬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지 못하듯, 강압과 폭력은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합니다. 바위는 단단해 보이지만 결국 흐르는 물결에 깎여 모래가 되고, 물은 그 부드러움으로 지형 자체를 바꿔버립니다.
저의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때로 아버지와의 대화는 벽을 마주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방금 한 말을 부정하며, 때로는 이유 없이 화를 내기도 하십니다. 치매라는 단단한 벽 앞에서 똑같이 '분노'나 '강요'로 맞선다면, 남는 것은 서로의 상처뿐일 것입니다.
그럴 때 나는 물이 되기로 합니다. 아버지가 화를 내시면 그 감정이 흘러가도록 침묵하며 바라보고, 반복되는 질문에는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답합니다. 이 기다림은 힘이 없어서 참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결국 모든 악과 고통을 이긴다는 사실을 알기에 선택한 가장 강력한 대응입니다. 한 방울의 물은 미약하지만, 매일 아침 헤세의 문장을 필사하고 아버지의 곁을 지키는 나의 '다정한 꾸준함'은 삶을 부드럽게 바꾸고 있습니다.
세상의 비난이나 삶의 고단함이 삶을 흔들어도, 사랑은 결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흐를 것입니다. 폭력적인 운명에 맞서는 유일한 길은 더 큰 사랑이며, 그 사랑만이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니까요
인생이라는 거친 강을 건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위를 깨뜨릴 망치가 아니라, 바위를 감싸 안고 흐르는 유연함입니다. 비난과 고통 속에서도 나만의 기준을 지키며 묵묵히 걷는 이들에게, 시간은 결국 사랑의 손을 들어줍니다.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흐르는 물은 결코 멈추지 않고 바다에 닿는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는 무엇이든 해낼 것이고 그런 나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사랑이 결국 모든 악을 이긴다는 사실을 나는 내 삶으로 증명할 것이다.
- 김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