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주는 것이 그대를 더 강하게 만든다.

by 별빛소정

우리는 무언가를 꽉 움켜쥐고 버티는 것만을 '힘'이라 믿으며 살아갑니다. 어제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해야 하고,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하며, 과거의 영광은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문장을 던집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때로는 놓아주는 것이 그대를 더 강하게 만든다.

이 문장을 읽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것이 나를 지탱하는 힘인지, 아니면 나를 옥죄는 족쇄인지. 원치 않는 상황, 이미 색이 바랜 인연, 혹은 유효기간이 지난 과거의 성공에 매달리는 것은 강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변화가 두려워 뒷걸음질 치는 영혼의 약함일지도 모릅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은 진리입니다. 내 앞의 찻잔이 가득 차 있다면, 그 어떤 명차(名茶)를 가져와도 담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꽉 잡은 손을 펴야만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를 품 안에 가둬두려 할 때 가장 큰 갈등을 겪습니다. 아이를 '내 말을 잘 듣는 아이'로 구속하는 손아귀 힘을 뺄 때,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단단해집니다. 《데미안》의 새가 알을 깨고 나와야만 신에게 날아갈 수 있듯이, 우리 역시 나를 구속하던 낡은 가치관과 집착을 놓아주어야 진정한 자아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동료를 경쟁 상대로만 여기면 세상은 온통 적들로 가득 찬 전장이 됩니다. 관점을 바꾸어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경쟁은 무의미해집니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주인이 굳이 좁은 틈바구니에서 타인의 것을 탐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쟁의 껍데기를 벗어던질 때, 동료는 적이 아닌 함께 걷는 친구가 되고 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결국, 인생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버려야 할 때 얼마나 기꺼이 손을 놓을 수 있느냐는 결단력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거대한 조직의 부품으로 살아간다 해도, 수많은 업적을 쌓아 올렸다 해도 결코 잃지 말아야 할 단 하나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조직의 이름표나 직함이 사라진 뒤에도 나라는 사람은 오롯이 남아야 합니다. 죽는 날까지 타인의 기대가 아닌 나만의 문장으로 내 인생의 페이지를 채워가야 합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상실'이 아니라 '비어있음'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텅 빈 손바닥은 패배의 증거가 아니라, 가장 귀한 것을 담기 위한 준비입니다. 껍데기를 버린 자만이 진짜 알맹이의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먹을 쥐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지만, 손바닥을 펴면 세상을 담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거대한 조직 안에서 일한다고 해도 그간 수많은 업적을 쌓았다고 해도 결코 나를 잃어서는 안 된다. 죽는 날까지 자신으로 남아서 나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이름만으로 충분할 수 있도록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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