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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신영 Feb 10. 2019

빵점수학에 쿨해지기.

아이들 입장에서 공부를 바라보자.

특별한 일정 없이 집에서 보낸 주말.

나름 즐겁고 여유롭게 잘 지냈다고 생각해서 뿌듯했는데, 그 놈의 숙제가 문제였다.

큰 애들한테 약간의 공부를 하고 만화영화를 한 편 보고 자자고 제안했다. 말 안듣는 둘째는 영화를 보는 것에는 찬성했지만, 숙제를 먼저 하자는 조건에는 못마땅해 하였다. 내가 먼저 제시한 수학 숙제보다 좀 더 쉬운 과제들로 흥정을 걸어왔지만, 난 단호히 거절했다. 학년은 올라가는데 자꾸만 요령만 피우려는 것 같아 싫었다. 마지못해 수학문제집을 풀었던 둘째. 그의 못마땅함이 그 결과에 그대로 담겼다. 숫자 잘못 보기, 더하기를 빼기로 하기, 옮겨 쓰면서 다른 숫자 쓰기, 묻지도 않은 계산 하기, 등 학생들이 흔히 하는 모든 실수를 한 장에 해놓았다.

하루 종일 놀고서는 한 장의 숙제를 하는데, 진중하게 좀 풀어줄 수도 있겠건만.....

그런데 자기는 맞게 풀었는데 누군가 나의 답을 고쳐서 틀린 것 같다고 얘기하는 아이 말에 순간 화가 폭발했다. 무엇을 잘했다고 장난이냐며 화를 벌컥 냈다.

장난 한 것이 아니라며 둘째 본인과 누나가 편을 들어 얘기했지만 난 믿어주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식의 태도로 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했다.


순간의 화를 폭발시켜 말하고 하니, 바로 후회가 밀려온다. 아이는 진심으로 말했을 수도 있다. 난 진짜 맞게 풀었던 것 같은데 너무 많이 틀려 속상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내 마음보다 본인이 더 화가 났을 수도 있다. 나름 영화보는 시간을 쪼개서 문제를 풀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다 맞았더라면, 난 태도를 운운하며 혼내지 않았겠지.....

남들과 다르거나 느리게 자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부모가 되고싶었는데,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공부할 것이 생기고, 경쟁이 생기니, 나도 모르게 그 마음을 잊고 달려나가고 있다. 혼자.

아이에게 쿨한척 하고 있지만, 사실 못하는 것이 많은 것 같으면 순간 불안해진다. 그리고, 오늘 같은 어느 날, 나의 불안함이 아이에게 쏟아져 나온다.


난 오늘도 후회하면서 다시 마음을 잡는다.

그 까짓 덧셈 뺄셈 때문에 아들에게 인상을 쓰고 화를 내면 되겠나. 무럭무럭 자라는 그 모습만도 아까운데...

아이들을 믿어야지, 기대만 하면 못쓴다.

'그렇게 좋으면 너가 해라. 덧셈뺄셈.' 이라고 속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제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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