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익 씨, 나는 故상익 씨의 딸 휴야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게 이상하지만 아빠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이상하지만 그냥 이렇게 씁니다.
내 이름 앞에 아빠의 이름을 붙인 게 오랜만이고, 아빠의 이름 앞에 故를 쓴 건 처음이네요.
답답하고 서글픈 마음에 무턱대고 편지를 씁니다.
아빠, 아빠딸은 여전히 살아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무너지듯, 괴로웠던 일상이 평범했던 일상과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아빠가 없는 세상에서 별일 없이 지내는 것조차 서글프네요. 아빠의 그곳은 어떤가요. 그곳이라 칭한 곳이 있기는 한 걸까요.
아빠를 잃은 뒤 처음으로 자주 가던 카페에 왔습니다. 아빠가 있던 그날의 일상을 끄집다가도 아직은 이른 지,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아빠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언젠가는 아빠의 곁으로 가게 될 엄마와 가족들과의 이별이 벌써부터 두려워요.
이런 이별, 다시 하고 싶지 않지만 이 또한 불가능하단 것은 알고 있습니다.
난 당신의 멋진 딸이 되고 싶었어요.
무던한척했지만 아빠는 알고 있었겠죠.
겁이 많고, 나약한 자식이라는 것을.
나의 상처에 당신도 함께 아파하고 있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제 자식에게 상처 준 사람이 얼마나 미웠을까요. 엄마의 말이 한참을 먹먹하게 했답니다. 나는 아빠가 가끔 밉고, 무서웠지만 그래도 든든했습니다.
무척이나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우린 그렇게 당연히도 서로를 소중히 아꼈을 테지요. 볼 수 없다고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거예요. 내 인생 단 한 명의 아빠인 상익 씨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가겠죠. 다시 만나는 날 그날까지 나는 조금 더 멋지고, 사랑스럽게 지내겠습니다.
그곳에서 나와 가족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을 알기에 지켜줄 것을 알기에, 나는 무던히 애쓰며 일상을 지내겠습니다. 이제는 아빠의 어깨를 짓누르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하기를.
아빠와 이별하기 하루 전,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본가를 나서며 건네었던 말
-밥 잘 먹고, 술 조금만 마시고 엄마랑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응
-다음 주에 올 테니까 재미있게 놀자 사랑해 아빠
-응
아빠는 겨우 응이란 말로 대답했지만, 그것 또한 나는 좋았습니다.
무서워하지 말고 억울해하지 말고 엄마 버틸 수 있게 살아갈 수 있게 지켜줘, 다시 만나는 날 우리 다시 재미있게 놀자 많이 사랑했어 아빠
나는 고작 응이란 한마디가 너무나 듣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