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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고로호 Apr 17. 2021

봄처럼 시작합니다

미물일기 #0



봄입니다. 라일락이 한창이었다가 시들기 시작했고, 자고 일어났더니 하얗고 붉은 철쭉이 잔뜩 피었어요. 겨우내 조용했던 호숫가 웅덩이에서 개구리들이 폴짝이며 울고, 날파리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니 땅 위가 시끌시끌합니다. 얼마 전에는 비가 그치고 난 뒤 배를 뒤집고 누워있는 지렁이를 발견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같은 자리를 맴도는 파리 한 마리,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나무등걸에 앉아있는 비둘기 한 마리도 자꾸 눈에 들어오네요.


이 글은 일상에서 만난 작은 생명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다는 듯이 풀을 밟으며 벌레를 죽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상상력을 발휘해 작은 것에 감정을 이입하기도, 자연의 일부라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미물에 대한 일기라는 뜻으로 미물일기라고 제목을 정하고 보니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생명 중 작지 않은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주적 관점에서는 우리 모두는 먼지에 불과한 것처럼요. 어쩌면 이 글은 자신은 미물이 아닌 줄 아는 한 미물의 일기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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