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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민 Apr 24. 2020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땐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논리인데 우리들은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스스로를 오히려 자책하며 괴롭힌다. 마치 뭐라도 해야만 한다고 절벽에 떠밀 듯 자신을 고뇌의 늪으로 던져버린다. 사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반대로 더 생산적일 수 있는 데 말이다.


 무언가 할 일을 끄집어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특별한 인과관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인데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에 스스로를 옥죄는 버릇은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다. 기준점이라는 것도 사실 애매모호한데 말이다. 유재석님의 부캐릭터를 위한 숱한 도전이 우리 삶의 기준점과 지향점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분은 그 분이고 나는 나인데.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아!

그러니까 네가 발전이 없는거야.

다른 사람들을 좀 봐.
얼마나 열심히 사냐고.



부정에 부정을 꼬리에 물고 자괴감에 빠지다 우울감이 밀려오고야 만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지다 못 해 바닥을 치게 되는데, 여기서 우리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애써 해내야할 필요는 없지.

쉼도 나를 위한 중요한 일 중 하나인데.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만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투입과 도출을 잠시 멈췄다고 해서 스스로가 망가지는 것은  아니니까. 기계같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왔을지언정 나라는 사람 자체는 기계가 아니기에 드러누울 수도 있는거다.


분노와 두려움이 일상인 요즘, 사회에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자기 파괴도 하지 않으며 버티고 견뎌온 하루는 이미 충분히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시간이다. 스스로 가진  에너지를 최대치로 소모하고 터덜터덜 걸어 들어온 집에서 또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면 그거야 말로 고역이지 않은가.

이내 숨을 붙잡아둔 것만으로도 큰 일은 한 셈인데. 흉흉한 바깥세상에서 이 몸 하나, 영혼 하나를 온전히 지켰는데 이 이상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싶다.


뉴스를 보면 가족을 잃고 죽지 못 해 살매일을 어떻게 보내는지조차 모를 이들도 많고,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 스스로를 절망 끝으로 내몰아간 사람들도 많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 갈등 속에서 온 힘을 다 해 이 심신을 지켜냈으니 오늘 하루도 우리는 고생한 것이다.


 겨울의 삭막함이 지배해버린 세상에서 우리는 봄의 새싹과 여름의 울창함, 가을의 푸르름을 추억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순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좋은 날이 또 오겠지, 해뜰 날이 곧 오겠지, 그 기다림 속에서 멈춰가는 날도 있을 뿐이다.


그러니 에너지 낭비 대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번 깊은 한숨을 참아내며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생존한 것에 감사하면 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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