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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눈꽃 Feb 11. 2022

[31-220120] 자유도서 독서모임을 하면 좋은 점

자유도서로 독서모임을 하면 서로의 관심사를 알게 된다.

대부분의 타 독서모임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내가 하고 있는 독서모임은 그 반대다. 내가 하고 있는 독서모임은 장르만 정해두기 때문에 서로의 책이 뭔지 모르고 만나는 날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책을 지정해서 읽는 날이 흔치 않다. 지금까지 30번이 넘는 독서모임을 하면서 한 권의 책을 읽고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은 딱 2번 뿐이었다.


독서모임 외에 다른 책을 읽는 날이 많지 않다면, 독서모임에서 지정한 책을 읽느라 자기가 따로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우선순위가 뒤로 미뤄지게 된다. 우리 모임은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함께 이야기하고 이런 식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그래서 각자 취향이 다르고, 읽고 싶은 책은 또 수만가지가 있으니 장르만 정하고 각자 읽고 싶은 것을 골라서 읽고 만난다. 그 중에서도 대략 한 달에 한 번은 그 장르조차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독서모임 하는 날이 더 기다려진다. 다들 무슨 책을 읽고 올까 이런 생각으로 기대감이 샘솟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와는 달리 내가 읽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는 분야일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이 읽은 책이 내가 관심 없는 분야일 때도 있다. 내가 궁금해하고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는 감흥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심 없던 분야라도 누군가가 재미있게 읽고 만족한 책은 그 전달하는 사람의 감정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감상을 블로그나 인스타에서 활자로 읽는 것과 직접 읽은 이의 감상을 귀로 듣는 것은 느낌이 다르니까.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추천하고 싶은 책은 온 몸으로 말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가 닿았다면 분명 그 책이 궁금해질 것이다.




어제 그거 봤어?》, 이자연


책 제목을 들었을 때는 무슨 책일까? 하는 호기심이 드는 책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바로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이었다. 드라마, 시트콤, 예능 같은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장면들 중에서 여성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고 했다. 다만 직접 봤던 프로그램이라면 반갑고, 이해하면서 보기 편하지만, 보지 않았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대는 흥미나 이해가 조금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래서 보지 않았던 프로그램의 이야기는 좀 슬렁슬렁 보았단다.


<하이킥>, <고등래퍼>, <캠핑클럽> 등 유명했던 프로그램을 언급했고, 그 안에서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우리에게 설명해주었다. 가장 먼저 이야기했던 것은 시트콤 <하이킥>이었다. 거기서 여성의 방에는 책상이 없었다는 것을 꼬집은 부분에서는 놀랐다고 했다. 책상이 필요할 때에도 화장대를 책상처럼 활용했다고 한다. 하이킥을 좋아해서 여러 번 봤는데, 그걸 이 책에서 말해주기 전까지는 자신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에 더 놀라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에 내가 읽었던 책인 《아무튼, 서재》에서도 여성의 서재가 부재하다고 얘기했던 부분이 떠올랐다. 대부분 아직도 자신의 책상 하나 없이 식탁에서 책을 보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에 공감했다. 서재라는 공간 자체를 남성의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공간이든 성별과 관계없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모임을 하던 카페에서 책 이야기를 하는 동안 페미니즘에 대한 소재로 대화할때 유독 소곤거리게 되었던 것도 아직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나도 페미니즘 책을 읽어본 적은 있지만 그때마다 다들 너무 부당하다는 것에 화가 나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소리높여 말하는 분들 덕분에 예전보다는 지금의 여성이 훨씬 나아진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책 이야기와 더불어 최근 위문편지로 논란이 되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도대체


그림체를 보니 인스타였나 어디서 봤던 그림체다. 작가의 이름도 들어봤고, 책도 본 적이 있던 거라 반가웠다. 일반적인 일상툰이겠거니 하고는 읽어볼 생각은 못했던 책이었다. 평소 이런 장르의 책을 즐겨 읽지 않는 편인데, 여행 중에 우연히 이 책을 카페에서 발견해서 읽다가 너무 좋아서 바로 구매해서 읽었다고 했다.


원래 여행 가면서 읽으려고 챙겨간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못 읽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책을 발견해서 여행 중에 잘 읽었다고 했다. 여행 중에 읽는 책은 너무 어렵거나 집중하기 어려운 책은 추천하지 않고, 이렇게 짧게짧게 나눠진 책이 좋다고 추천했다. 이야기를 들은 나도 이 점에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먼 거리를 한번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차 같은 흔들림이 조금 덜한 곳에서 이동시간이 2시간 이상 이면 소설 한 권 정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중간중간 카페에 가거나 자기 전이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읽기에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에세이같은 짧은 글을 한 꼭지씩 읽는 책이 좋았다.


이북보다는 종이책을 주로 읽는 편이라, 직접 책을 가져와서 보여주었다. 휘리릭 훑어보았는데 분량은 두꺼워보였지만 안에 내용이 짧은 편이라 읽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직접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꽤 여러개 읽어주었는데 그걸 들으면서 어떤 부분이 좋다고 말하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웃기면서 뼈 있는 말을 던지는 것들이 뇌리에 남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는데, 나도 이런 걸 좋아했던 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작가의 재치있는 표현과 간결함, 그 안에 핵심 내용을 딱 담아서 말하는 말투와 발상을 닮고 싶다고 작가의 이런 센스를 부러워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림과 짧은 글만으로 자신에게 와닿는 것들이 많아서 자책하거나 ‘아, 난 왜 이럴까’싶은 순간에도 웃어넘길 수 있는 유머러스함을 주는 책이었다. 나 또한 몇 가지 읽어준 것을 들어보고 나니,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진 책이었다.



《어휘 늘리는 법》, 박일환


이 책을 고를 당시 집필하고 있던 웹소설 작품을 쓰는데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스토리 전개하는 것만큼이나 표현력이 아쉬웠고, 내가 쓰는 문장이 부족해보이기만 했다. 글을 더 잘 쓰기 위해서 많은 단어를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보게 된 책이었다. 《어휘 늘리는 법》이라니. 눈에 들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직관적인 제목이 아닌가?


책 초반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어휘에 대한 사례가 특히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유명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라는 시에서 말하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대목에서 ‘즈려’라는 단어는 사전에 없는 단어라는 것에 놀랐다. 워낙 유명하고, 단어가 있는 단어인지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받아들인 것이다. ‘지레’라는 뜻이라고 하는 연구자도 있는데 그 뜻이 문맥에 딱 맞다고 하긴 어렵기 때문에 작가가 만들어낸 어휘라고 추측했다. 다른 작품에서도 직접 만들어서 쓴 어휘들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예전엔 자신의 문학작품이나 신문에 칼럼 등 글을 쓰는 분이 먼저 만들어낸 단어들이 지금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신조어들이 그 자리를 대신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휘를 늘리기 위한 법에 대한 실질적으로 작가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를 많이 하는 것, 직접 글을 쓸때 써보는 것, 이미 쓰고 있는 어휘를 살펴보는 것 등 대략적으로만 언급해서 조금 아쉬웠다. 책에서 얘기한 방법 중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도 몇 가지 있어 메모해두었다.   

독서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단어를 쭉 적어두기

좋아하는 어휘 목록을 만들어보기 : 예쁘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10개나 15개 정도 뽑아보고, 그 단어를 뽑은 이유를 적어보는 것이다.

어휘를 사전적 정의와 다르게 나만의 표현으로 기록해보기

1번은 매번 하진 않지만, 종종 생각날 때마다 해두고 있다. 하지만, 그걸 적기만 해서는 안 되고 글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자주 보고 글을 쓸 때 보면서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서, 기록하는 방식을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 3번 두 가지 방법은 재미있어 보여서소설집필과 관계없이 해보고 싶은 방법이었다.


읽기 전에는 수많은 단어와 표현들 중 어떤 걸 찾아서 익혀야 할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했다. 예시로 드는 내용들이 대부분 유명한 옛날 문학 작품이나, 시, 신문에 쓰인 말들이 많아서 나에게 생소했다. 하지만 생소한만큼이나 새로 알게 된 것들도 많아서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당장 소설에 활용하긴 어렵더라도 어휘의 역사를 좀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트렌디한 느낌보다는 어휘의 역사를 좀 더 많이 접하게 되었던 책이었다.




페미니즘, 에세이, 글쓰기 관련 도서. 신기하게도 모두 다른 이유로 고르고 다른 주제의 책을 읽고 왔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할 때는 어느 정도 통일감이 있지만, 자유도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이렇게 주제가 짧고 빠르게 전환이 되는 편이다. 그리고 자유도서로 독서모임을 하면 다른 사람이 요즘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읽을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과 관심사가 드러나기 때문에 그렇다.


다른 사람에게 책을 소개하면서 내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일이기에 친밀감을 조성하기에 좋다. 이 사람이 지금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수 있고 책 이야기와 더불어 개개인의 의견을 조금씩 덧붙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자신의 관심사를 화제로 불쑥 꺼내 놓는 것이 뜬금없어 보일까봐 쉽지 않은데, 책을 통해 이야기하면 그 화제 전환이 자연스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 화제가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자유도서로 독서모임을 할 때마다 책장을 한장씩 넘겨 조금씩 페이지가 쌓이는 것처럼 우리의 친밀감도 쌓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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