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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브엔소닉 Feb 24. 2021

대중음악과 니체

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10 니체

한국 대중음악이 철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하고, 니체의 구호 “아모르파티”를 제목으로 삼는다. 정작 술 한잔 나누며 소크라테스에게 “인생이 왜 그래?”라고 묻는 다면, “으잉? 내 인생도 모르는 데, 당신 인생을 왜 나한테?” 할 것 같다. 자신이 교과서에 대대로 등장하며 서양 철학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멋진 말을 좀 날려줘야 하는데, 달변가는 못된다. 아모르파티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운명애를 담은 니체의 말이다.


가장 필요한 지금, 존재론적 위기에 처한 음악을 구하기 위해 니체를 소개해본다.



01

니체의 삶과 음악


니체는 철학계에서는 비유로 가득한 생생한 필력으로 케케묵은 글자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악동이었다. 음악가들에게는 다소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는데, 당대를 주름잡던 바그너에게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가 서로 인격모독에 가까운 비판을 주고받기에 이를 만큼 극성 찐 팬이었다. 바그너와의 짝사랑에서 홀로 결별을 선포한 후에, 젊은 비제가 <카르멘>으로 혜성같이 등장하자 체면 불고하고 찬사를 마지않았다. 그는 다소 평범했다고 전해지지만 스스로 작곡도 할 만큼 열렬한 음악 찬양론자였고, 특히 즉흥연주 실력이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였다, 그를 가장 잘 설명하는 타이틀은 철학자도, 문학가도 아닌 음악가 일지 모른다.


그는 대중음악계에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뮤즈이다. 전설의 밴드 <도어즈>의 난해하고 도발적인 가사를 쓴 리드 보컬 짐 모리슨은 십 대 때, 니체에게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시그니처 콧수염은 실은 풍성한 콧수염을 위해 사랑도 포기한 니체를 오마주 한 것이다. 맨체스터 출신의 밴드 <The 1975>의 첫 EP 앨범의 수록곡 <안티크라이스트>도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선포하며 기독교의 위선을 도발로 고발하며 만든 생생한 언어이다. 이 곡을 작사 작곡한 보컬 매트 힐리는 한 인터뷰에서 “종교는 마치 질병과도 같다”라고 표현하며 니체의 후예를 자처했다.



02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만남


니체는 그의 젊은 시절 초기 작인 <음악정신에서 비롯된 비극의 탄생>에서 페스티벌의 시초인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축제>에 참여한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꿈으로 꾼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신화 속 상징을 통해 음악의 열광적인 힘과 자유를 써내려 간다.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모두 음악의 신이다. 하지만 아폴론은 ‘조화와 균형’처럼 이상적이고 수학적인 아름다움을 향한다. 바흐의 음악에는 아주 완벽한 화성이 주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디오니소스는 몸을 흔들어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무아의 경지’를 추구한다. 그에게 춤을 출 수 없는 음악은 지루하다. 음악은 신적인 것과의 만남,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도덕과 구속, 개념적인 것들로부터의 탈피하는 최고의 천연 엑스타시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은 신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종합 예술이다. 모험을 헤쳐가는 영웅들의 비극도 있고, 장난기 많은 숲 속 요정들의 코미디, 시의 낭독과 음악 그리고 합창. 여러 날 동안 계속되는 디오니소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무대의 제사장(지금의 아티스트)과 시민들(관객들)이 하나 되는 열광적인 ‘합창(떼창)’이다. 니체는 그리스 비극의  합창의 힘을 찬양했다.


이는 약물이나 술, 도파민을 자극하는 수동적인 쾌락이 아니다. 자연의 생명력을 인간도 가지고 있다, 망각한 채!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힘과 생명의 에너지를 풀어내, 가장 싱싱한 에너지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음악이다.


고대 그리스도 알고 있었다는데,

우리는 오랫동안,

가장 원초적인 쾌락을 ‘퇴폐’라 부르고 은폐시켰다.



03

삶을 향한 의지, 아모르파티


니체의 외침은 헛되지 않아서 사람들은 여전히 제례의식에서 발전한 축제를 이어간다. 독일에서는 <바이로이트 축제>를 통해 디오니소스 축제를 이어갔고, 우리나라에도 8박 9일 동안 쉬지 않고 신 초대하고, 하나 되어 노는 굿이 존재한다.


그리스 디오니소스 극장 (출처:위키피디아)


이 처럼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축제>는 자연 곳곳에 나투어 있는 신들께 드리는 감사의 의식이자 최고의 공공복지였다. 가난한 사람들도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은 한바탕의 축제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이웃 나라는 디오니소스 축제에 모여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2-3만 명의 사람들을 보고, 그들의 결속력과 부강함에 감히 쳐들어갈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그 덕에 아테네는 도시국가 중 가장 부강했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04

숨 막히는 생존 게임


바이러스와 음악은 생존 방식이 비슷하다. 입에서 입으로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음악은 가장 빨리 졌다, 졌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자본의 시대에 생존전략은 철학이 아닌 마케팅에게 물어진다. 하지만 마케팅은 그저 홀릴 뿐, 듣지도 보지도 않는다. 마케팅에서 음악은 그저 유혹의 도구 중 하나 일 뿐이다.


니체라면 생존의 길을 찾고 있는 음악에게 이렇게 처방했을 것 같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너를 칭찬하지만, 그들은 네가 남의 길 위에 있고, 아직 너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믿는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런 음악에게 길을 내어주자. 그리고, “모든 속박을 쓸어버리고, 어린아이처럼 춤추고 뛰어보자 <유고(1880)>” 음악 정신, 음악의 소울은 결코 춤추는 자를 버리지 않는다. 춤추는 자와 함께라면 음악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철학과 삶의 공통 목적은 아무래도 “해방”이 아니겠는가.

음악이 없다면 삶은 “구속”이다.


https://youtu.be/CKw9JA66H-A

도어즈 “when the music’s over”




<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시리즈 소개

음악을 만드는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서울문화재단의 <문화기획활동 긴급지원 190시간 프로젝트 (2020)>의 일환입니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thauma77@gmail.com)


* 참고 문헌

1. <우울한 날엔 니체>, 발타자르 토마스, 자음과 모음 (2017)

2. <비극의 탄생>,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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