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계절과 사랑하는 너와 우리
나는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은 아니다. 남보다는 내가 중요하고, 가끔 사랑보다는 일이 중요하고, 내가 이루어 놓은 성과들이 무너지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취향이 확고해서 좋아하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것이 많고, 성정이 예민하고 기복이 심한데도 티 내지 않아 남들을 곤란하게 만들 때가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좋은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그런 점을 전부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왕왕 있다. 그리고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명백한 이유는, 그런 점을 모르고도 나를 사랑한다는 말에 “그럼 나의 어떤 걸 보고 좋아하는 건데?”하는 비뚤어진 질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열에 일곱 정도는, 내가 저런 질문을 하는 순간 입을 다문다. 곤란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렇게 입을 다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서로 질문하지 않는 것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이별이 찾아온다. 잘 지내라는 말로 관계를 닫는 순간. 이별을 직감하는 것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마음이 열기도 전에 관계가 닫히는 것은 언제 경험해도 씁쓸한 것이지.
그런데 나머지 열에 셋 정도는 대답한다. 아주 또박또박 명확하게. 나는 너의 이런 점이 좋아, 하고 차근히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나는 네가 웃는 얼굴이 좋아. 너는 관심도 없는 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어서 좋고, 네 방식대로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나를 다정히 안아주는 순간이 좋아. 기념일도 아닌 날 잘 지내냐고 묻는 말이 좋고, 항상 나를 주시하지 않아도 가끔 나를 들여다보는 네가 좋아. 다른 사람에게 똑똑하게 네 의견을 전달하는 너의 방식도,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때면 반짝거리는 네 눈빛도,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네 모습도 좋아. 내가 보는 너의 모습이 네 전부는 아닐지언정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나는 다정한 고백에 속절없이 부스러지는 따듯한 낮의 눈사람이 되고.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이들은 보통 다정하다. 자상하고 성실하다. 그냥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명확하게 사랑의 사유를 밝히는 이들의 마음이 다정하다. 쑥스러워하며 이야기하는 이들의 다정한 용기가, 당당하게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이들의 부끄럼 없는 마음이 고맙다가도 부러워진다. 나는 언제쯤 사랑스럽고 솔직해질 수 있는가. 남들에 비교하는 삶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슬퍼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다정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의 사유. 내가 나를 사랑하는 사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떠올렸던 낮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나의 단점이 무엇인지만 열심히 깨닫게 됐고. 나는 결국 남들보다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지. 내가 슬픈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니라 이제야 그걸 인정하게 됐다는 점이었다. 사랑이라는 건 인정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20230103
흔들지 말고 저어 드세요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