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 온 것, 사 온 것, 아쉬운 것
여행의 즐거움에 기념품을 빼놓을 순 없다. 근데 빠져버렸다. 맛집 수백 개, 하고 싶은 것 수십 개 쇼핑 리스트는..? 놀랍게도 없었다.
타이베이 여행은 내가 가지다 않더라도 주변에서 많이 가다 보니 어지간한 기념품은 선물로도 많이 받았다. 고맙지만, 그들의 마음이 고마운 것이지 받은 물건이 꼭 타이베이를 상징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의 여행 계획엔 ‘까르푸 털기’도 없었다. 주변에 나눠주는 기념품도 대만에 가면 이걸 사 온대. 하고 나눠주는 것도 어느 순간 관뒀다. 하나씩 까먹을 수 있는 과자를 사서 탕비실에 두는 걸로 대체됐다. 그렇게 쇼핑리스트는 만들지도 않았는데 없어졌다.
그렇게, 대만 가서 꼭 사 오는 것들을 사지 않은 것에 대해서 변명을 해보자면.
1) 곰돌이 방향제 : 나는 향기가 나는 모든 것들을 쓰지 않는다. 세탁할 때도 최대한 무향, 섬유유연제는 쓰지 않는다. 향수도 역시 쓰지 않고, 옷에 밴 냄새를 뺄 때도 자연 바람으로 말리는 편이다. 내가 쓰지 않다 보니 기념품이나 선물 리스트에서 자연히 제외되었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선물이 어디 있겠냐만은 향이 나는 건 조심스러운 품목 중에 하나이다.
2) 밀크티 : 한때 올리브영에서도 팔았던 3:15 밀크티. 소신발언 하자면 이거 맛있지 않다. 나는 찌인한 밀크티를 선호하는데 티백은 한계가 있더라. 그리고 그렇게 먹으려면 우려내는 인내심도 필요한 것 같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마음이 급한 사람. 그걸 다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몇 번 마셔봤는데 항상 내 마음이 급한 건지 원하는 만큼 진하지 않았다.
3) 누가크래커 : 이거 맛있는 거 알고 아는데, 너무 부피가 크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아쉽긴 하다. 나에게 누가크래커를 처음 가르쳐준 미미크래커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에이, 먹을 만큼만 사서 먹고 사가지는 말자.라고 생각했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샀던 게 있었으니.
1) 펑리수 : 펑리수를 워낙 좋아해서 이건 나 먹을 거라도 사자고 마음먹었는데, 이상하게 펑리수 앞에서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비쌌다. 유명 펑리수 집을 모두 지났는데, 여기서 펑리수 판대- 하고 모두 지나쳤다가, 결국 공항에서 부랴부랴 샀다. 써니힐 펑리수는 공항에서도 팔고 있으니 미리 사 오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급하게 산 펑리수는 새콤하고 파인애플 과육이 잘 살아 있어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펑리수 박스가 딱 하나 들어가는 크기의 에코백에 넣어주는데, 텀블러 가방으로 쓰기 딱 좋은 크기였다.
2) 계란프라이 맛 감자칩 : 너무 궁금했던 계란 프라이 맛 감자칩. 진짜 한 번은 꼭 먹어보셨으면 좋겠다. 살짝 태운 계란 프라이 흰자 맛이 난다. 먹자마자 웃음이 난다. 어떻게 이런 맛이? 신기해서 한 번 더 손이 간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자니까 편의점 구경 중에 반드시 한 번은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3) 베이따이: 대만은 법적으로 컵홀더를 제공하면 안 된단다. 그렇다 보니 대만에서 발달한 특이한 문화중 하나 베이따이. 줄이 달린 컵홀더인데, 가방처럼 들고 다니기 좋다. 정확히 나는 베이따이를 산 게 아니라 텀블러 백을 샀다. 귀여운 베이따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페트 고정 장치 같은 걸 샀는데, 의외로 안 써져서 차라리 가방을 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텀블러백은 의외의 곳에서 잘 쓰이고 있으니, 바로 러닝이다. 야외러닝을 하러 갈 때이다. 텀블러 백에 물통하나 바람막이 하나 지갑 하나를 넣어가면 딱이다. 큰 가방이 필요가 없다. 겨울에도 얇은 패딩을 넣어갔다가 꺼내 입고, 러닝이 끝나면 다시 넣어온다.
조금밖에 못 사 와서, 안 사 와서 아쉬운 것. 쇼핑에 감흥이 없었다지만 아쉬운 물건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것들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1) 이클립스 포도맛 : 여행에서는 양치를 자주 할 수 없다 보니, 이클립스는 필수템이다. 편의점에서 처음 본다며 집어온 이클립스 포도맛은 대만에만 파는 맛이라고 한다. 두세 가지 맛이 더 있다고 하는데, 포도 맛이 제일 맛있다. 동전털이를 하기 위해 호텔 앞 편의점에서 몇 개씩 집어와서 급하게 샀던 포도맛. 여행을 갔다 온 지 몇 달이 지난 최근까지 아껴 먹었다. 한 알 한 알 없어지는 게 아쉬웠다.
2) 닥터큐 젤리 : 이건 같이 간 일행이 얘기하는 다시 못 사 와서 아쉬운 것 중 하나. 코스트코에 판다고 하는 데, 모양이 조금 다르다. 비를 피하기 위해 들렸던 까르푸에서 유명하다는데, 맛이나 볼까?라고 샀다가 아침저녁으로 먹었던 닥터큐 젤리. 리치 맛이 가장 맛있다.
3) 수출용 신라면 : 뭔 웃긴 얘긴가 싶지만, 수출용 라면 정말 맛있다. 건더기도 많고 스프도 다르다. 건더기가 많은 건 조금 열받는 일이기도 하다. 조금 비싼데,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안 파니까 이 정도는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마다 특이한 라면이 있지만, 수출용 라면은 진짜 무조건 사 봐야 한다. 신라면 김치는 맛이 없고 (물탄 새우탕맛) 신라면 골드가 맛있다고 한다. 사 오겠다고 다짐하고 사 오지는 못해서 아쉽다. 그리고 대만에선 보지 못했지만 육개장 사발면 ‘치킨맛’도 정말 맛있다.
나의 여행은 체험, 음식이 중요하고 쇼핑은 많이 밀려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기념품이나 쇼핑 리스트가 조금 빈약할 것이다. 하지만 타이베이 여행의 즐거움은 쇼핑 그 이상이 있기 때문에 크게 아쉽진 않다. 그래도 궁금하다. 다들 타이베이에 가면 뭘 사 오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