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슬픔을 저들의 웃음 사이에 함께 흘려보냈다
여행의 마지막 밤 갑작스럽게 필요한 물건이 생겨 밤 시에 쇼핑을 나섰다 . 저녁 9시,타이베이의 티엔무 며칠 돌아다녀 본 결과 외부인이 거의 없는 조용한 동네였다 오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 항상 사람이 없어 휑했던 외국인학교 앞 인도에 삼삼오오 몰려나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주말 티엔무 공원에서 플리마켓을 여는 건 알고 있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리가 없다.
그러고보니 사람들의 차림이 영 수상하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은 알로록 달로록한 옷들을 입고 있고 엉성하게 콧수염을 하나 붙인 엄마부터 아이와 똑같이 공룡 옷을 입은 아빠까지.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다 한 가게에 붙어있는 ‘trick or treat’ 스티커를 발견했다.
할로윈을 삼 일 앞둔 주말 티엔무에서는 할로윈 축제가 열렸다.
옷만 봐도 알 수 있는 여러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총 출동을 했다 이 날만을 기다려 귀엽게 꾸민 아이들부터 조명을 목에 두르고 보호자와 함께 나온 반려 동물들의 모습에 물건 하나 간단하게 사러 나온 나의 마음도 들뜬다. 드럭 스토어에 들렸다 금방 들어갈 생각으로 가볍게 나왔는데 재미있는 모습에 동네를 조금 더 둘러보기로 했다.
길을 따라 많은 가게에 ‘trick or treat’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곳이면부담 없이 들어가 아이들이 사탕을 가져간다 음식점이나 카페뿐만 아니라 드럭스토어 심지어 불이 켜진 병원에도 스티커가 붙어있고 아이들은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사탕을 받아온다.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미루어보아 할로윈 축제는 8시까지였고 지금은 9시가 넘은 시간.
대부분 가게의 사탕은 떨어졌지만 몇몇 가게들은 계속 사탕을 채워가며 아이들의 즐거움에 동참한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는 꼬마들이 즐거워 보인다. 내가 쇼핑을 하는 동안에도 꼬꼬마들이 들어와서 사탕을 찾았다 슬프게도 내가 갔던 곳들은 사탕이 떨어졌는데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에 부모님은 오히려 웃음이 터진다. 아기가 울면 우는 아이를 보며 어른이 웃는 건 만국공통인가보다.
예쁘게 꾸민 아이들을 보며 조금 큰 혼잣말로 예쁘다 라고 말을 하면 손인사가 돌아온다.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할로윈 축제였다 드럭스토어에서 사탕이라도 사와서 길가면서 아이들에게 나눠줄걸 ! 이라는 생각이 들어 발을 재촉하며 편의점이나 드럭 스토어를 찾았지만 우리의 동선을 따라 눈에 띄는 가게가 없어 안타까웠다.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속담에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더니 웃음과 흥겨움 역시도 사람들을 타고 더 큰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
나는 할로윈을 한 번도 챙겨본 적이 없다 어릴 적 책에서나 보던 행사였고 커서는 굳이...? 우리 나라에서 할로윈이라고 밖에 나가 놀아야 해 라는 생각이 더 컸다.할로윈 데이에 평소와 다른 옷을 입고 길거리로 나가서 노는 건 최근 몇 년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요즘은 유치원에서 온갖 기념일을 접하며 할로윈 데이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재밌게도 그런 것 중에 하나가 김장이라고.-유치원에서 김장을 하고 부모 님께 김치를 같이 담그자고 한단다.-
즐거움이 커질수록 마음에 남모를 슬픔도 올라왔다 몇 년전에 있었던 사고의 기억이었다.
할로윈이란 원래 이런 날일까 이렇게 가족끼리 친구끼리 즐겁게 보내는 날인거겠지? 언제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할로윈은 이제 나에게 마음 아픈 날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할로윈 데이보다 이태원이 더 큰 각인이 되었지만 트라우마만 남긴 채 조금씩 잊혀진 날이 되었다.
이태원 압사 사고에 나는 잃은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그럼에도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했다.
사건은 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채 모두에게 큰 상처만 남기고 사라지고 있다 반복되는 참사에 무력함을 느낄 지경이다.
내 마음속의 슬픔을 저들의 웃음 사이에 함께 흘려보냈다.아이와 부모님의 맞잡은 손그림자에 부채감을 내려놓는다. 이 가슴 아픈 기억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일상의 작은 행복과 웃음이 모여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길 소원해 본다.
그리고 누군지 잘 모르지만 떠난 그들의 안녕을 바란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길 바라며.